비린내가 없으면 생선이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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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가 없으면 생선이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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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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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수/편집국장
 
 `양심보다 욕심이/먼저 자라서/채울수록 허기진/마음을 살며/비운 만큼 편안한/삶의 여유로/마음을 돌릴 줄 몰랐더이다/그렇고 그런 날이/기다리는 걸/희망에 구르는/알엄알이로/그럴듯한 그런 날만/기다리다가/절망에 구르는/가슴앓이로/그렇고 그런날을 살다 가는 걸/만족보다 탐욕이/먼저 자라서/가질수록 허전한/마음을 살며/버린 만큼 평안한/삶의 여가로/마음을 돌릴 줄 몰랐더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하운정 시인의 시집 `탈춤추는 허수아비’에 소록된 `뉘우침’이란 시 전문이다. 뉘우친다는 것은 잘못임을 알았다는 것이요, 잘못을 알았다는 것은 수치심이 있다는 말이다. 또한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제 사흘만 지나면 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이다. 그리고 온 들녘에 풍요가 넘실대는 10월이 다가온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내 친구가 생각난다. 그는 팝송 `Come September’를 흥얼거리면서 “이 노래 들어봐라, 얼마나 경쾌하고 시원하노”했다.
 그 어느 해보다 무덥고 불쾌지수가 높아 짜증나고 밤잠 설치는 날이 많았던 한여름도 가을 바람에 지나갔다. 10월이 오고, 가을이 왔으니 기대도 많고 할 일도 많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올여름부터 9월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들을 잊는 것이다. 바로 온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가짜학력’이다.  그것부터 잊자. 어른이 그러셨다. “비린내를 풍기지 않으면 생선이라 하겠는가”라고. 사람이기에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게 아니냐는 말씀이다.
 이젠 털어버리자. 그들을 입방아에서 놓아주자. 그들인들 진실을 숨기고 살면서 자책과 회한이 없었겠는가.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들이 고백하기 전 그들을 좋아하고 아끼고 따르던 우리들의 몫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추스르느냐가 문제다.
 인도의 델리 대학에 교환교수로 근무한 적이 있는 고 서경수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서 교수는 고 이기영 교수와 더불어 한국 불교학의 세계적인 학자였다. 그가 교환교수로 인도에 몇 년 있을 때 이야기다. 현지에서는 인건비가 싸서 `남자 가정부’를 들였단다. 그런데 이 가사도우미는 도통 걸레와 행주의 구분이 되지 않는 사나이였다고 한다. 행주는 깨끗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고 걸레는 허드렛일에 쓰는 것이라고 수차 일러주어도 통하지가 않았단다. 그 도우미 사내의 주장은 행주도 허드렛일에 쓸 수 있는 것이고 걸레도 깨끗이 빨아 스면 행주와 다른 게 무엇이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서 교수가 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 우리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어찌 그런 생각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그러나 다시 생각하고서는 그 사내의 말이 옳다는 걸 알게됐다. 인도와 우리의 문화의 차이라고 넘겨버리기에 앞서 우리의 의식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주는 행주라야 하고 걸레는 걸레라야 한다. 걸레가 행주가 되고 행주가 걸레가 될 수 있다는 사고는 왜 못하고 있을까.
 비유가 지나친 감이 있다면 해량하기 바란다. 서 교수의 이야기를 거론한 본뜻은 사람은 수시로 변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일깨우고자한 것이다.
 어제의 그 사람이 오늘의 그 사람과 다를 수 있고 오늘 이 사람은 내일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는 말이다. 성철스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공부를 이루더라도 고향에 가서 설법 할 생각은 말아라, 고향 사람들은 지금의 자네를 보지 않고 옛날의 자네만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른 이들은 이제 어제의 사람이고 이미 과거의 사람이다.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는 그들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들이 새로운 만큼 우리도 새롭게 그들을 대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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