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가장의 기백 살려주는 곡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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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가장의 기백 살려주는 곡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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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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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경북도민일보]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필자는 최근 장인어른 칠순 기념으로 처가집 식구와 함께 모여 해외여행(마카오)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인원도 많지만 아이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라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많다.
그중에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초호와의 시설을 갖춘 마카오 호텔이었다.
그중에 가족이 묵었던 숙소는 ‘파리지앵’ 이라는 ‘에펠탑’이 있어 프랑스 파리를 연상케 하는 화려하고 유명한 호텔이다.
그곳에는 루브르 박물관에 있을법한 그림들이 벽과 천정에 온통 그림으로 장식되어 필자의 눈을 호강시켜주었다.
특히 로비 중앙에 거대하게 장식된 그림은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다비드의 작품 ‘나폴레옹 대관식’이라는 작품이 실물크기로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장식되어있었다.
순간 이 그림이 왜 여기 있지 하면서 눈을 의심케 하였지만 곧장 이 그림은 위작으로 호텔 장식에 불과한 짝퉁이구나! 정말 대단한 위작이야! 하며 그림을 이리저리 감상하고 있었다.
이때 어디선가 낯설지 않은 클래식 음악이 들려오는데 귀를 귀울려 들어보니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음악이 스피커를 통해 잔잔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악가인 필자는 그림과 음악의 어울림이 잘 어울려 잠시나마 넋을 잃고 감상을 하였다.
역시 마카오 최고 호텔에 걸맞게 음악까지도 최고의 음악으로 잘 선정하지 않았던가! 지금 생각해봐도 호텔의 예술적인 안목에 놀랍기만 하다.
그래서 오늘은 여행에 잘 어울리며 역동적이고 당당하고 남성성의 매력이 넘치는 베토벤의 최후의 피아노 걸작 피아노협주곡 제5번 ‘황제’에 대해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려한다.

△피아노 음악의 기폭제가 된 5번 황제
피아노는 모차르트 이전의 시대에서는 오케스트라에서의 특별한 역할은 없었다.
그저 단순한 반주용 악기였다고 해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오늘날의 피아노메커니즘을 갖는 정교한 악기가 되지못했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피아노음악을 확립하고 더불어 많은 음악가들이 피아노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며 피아노의 역할은 무궁무진한 악기가 되어버렸다.
이런 피아노음악의 발전이 피아노제작의 기술의 집약적인 발전을 이끌어내었고 특히 고전주의 후반에는 피아노의 역할은 오케스트라와 대등한 위치를 갖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베토벤 피아노음악, 협주곡 제5번 ‘황제’는 피아노음악을 발전시키는 획기적인 사건이 되었으며 피아노 협주곡의 롤모델로 현재까지 만들어진 피아노 작품 중에서 명곡 중의 명곡으로 손꼽히고 있다.

△피아노 협주곡 황제의 이름에 얽힌 뒷이야기
역사적으로 보면, 나폴레옹과 황제 협주곡은 사실 전혀 상관이 없다.
다만 작곡당시 유럽의 역사는 프랑스 혁명과 유럽 전역에 전쟁이라는 격동기,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가 있었지만 이 음악을 바로 나폴레옹 황제와 연관 짓는 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베토벤은 그의 작품 3번 교향곡 ‘영웅’을 나폴레옹을 염두해두고 작곡을 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잘못된 선입견을 종종 갖기도 한다.
이 작품 역시 나폴레옹을 염두해두고 작곡을 하지 않았겠느냐? 라는 짧은 추측으로 많이들 오해하곤 한다.

한때 나폴레옹은 베토벤에게 영웅이었지만 나폴레옹이 스스로 프랑스의 황제가 된 것에 베토벤은 큰 실망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베토벤의 교향곡3번 ‘영웅’ 2악장을 장송곡(영웅의 죽음을 표현)으로 만들어버린 일화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다.
음악사에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을 우리는 고전주의 3인방 또는 빈 음악 3인방이라 부른다.
고전음악 특징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작곡자들이 제목을 직접 달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향곡 0조 작품번호 00번, 00악기 소나타 작품번호00번 이런 식으로 제목없이 음악의 장르를 분류를 해두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고전음악은 대부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그 음악 본연의 느낌과 감성으로 느낀 것을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제목을 자연스레 붙여 명명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 ‘고별’교향곡,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전원’교향곡, ’월광‘ 피아노소나타 등 대부분의 제목이 있는 고전음악들은 작곡자가 제목을 단 것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레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제목이 있어 제목의 선입견을 갖고 음악 감상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 ‘고전음악시대’였고 ‘절대음악’의 시대였던 것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황제 피아노협주곡도 사실 원래 제목이 없다.
베토벤은 총5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다.
1~4번까지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유독 그의 마지막 피아노협주곡 5번은 황제라는 제목을 갖는다.
이것역시 사람들이 자연스레 명명되어진 이름이지 따로 황제라는 틀을 갖추고 작곡하지는 않았다.
어느 누가 이곡에 황제라고 이름을 지은 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을 감상해본다면 처음 듣는 순간부터  위풍당당한 기풍이 마치 황제의 느낌을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년 가장의 기백을 살려주는 황제 협주곡
이 작품의 초연은 1811년 11월 28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연주되었다.
그 때의 피아노 연주자는 교회 오르간리스트로 유명한 슈나이더(J. F. Schneider)가 협연을 해 매우 평가가 좋았지만 이듬해 빈에서의 공연은 피아노를 배웠다면 누구나가 들어본 이름 ‘체르니’의 협연으로 연주되었다.
하지만 빈에서의 작품 평은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베토벤이 죽기 전까지 황제는 다시는 연주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곡 자체에서 느껴지는 황제의 이미지가 당시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며 고통받던 민중들의 감성과 맞지 않고 오히려 거부감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볼 뿐이다.
제1악장(Allegro):처음부터 힘찬 군대와 같은 힘을 느낄 수가 있다. 남성적인 강인함이 있으면 황제의 화려한 피아노의 카덴자(고전 음악에서 곡 중간에 연주자의 화려한 기교를 보여 주기 위한 오케스트라 반주 없는 솔로 연주)부분으로 주고받는다. 이런 식의 주고받기를 세 차례 반복한다. 이어서 제1바이올린의 첫 번째 주제와 클라리넷의 선율, 당당한 관현악과 맞서 독보적인  피아노연주는 으로 찬란하고 방대한 대서사시를 연상하게 된다. 1악장의 연주 시간만 20분이 넘는 장편 소설 같은 음악이다.
2악장(Adagio un poco moto):1악장은 강인한 남성적 힘에 비한다면 2악장은 차분하고 느린 대조적인 음악이다. 현악기는 약음기(소리를 줄이는 도구)를 사용해 온화한 분위기를 만들고 피아노는 따뜻한 소리로 화답을 한다. 영화 ‘불멸의 연인’의 마지막을 장면을 황제협주곡2악장을 사용했을 만큼 연인의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이만한 음악도 없을 것이다. 2악장에서 3악장으로 쉬지 않고 바로 넘어가는 것도 이곡의 특징 중에 하나이다.
제3악장(Rondo, Allegro)2악장의 고요함과 따뜻함, 명상적인 장면에서 점점 음악은 합쳐져서 거대해진다. 1악장에서 받았던 느낌대로 다시 힘찬 남성상을 느낄 수가 있다. 피아노 독주가 힘차게 건반을 두드리며 전진하는 군대를 연상되며 오케스트라도 피아노에 대응하며 음악을 키워나간다. 3악장에서는 일관된 리듬이 지배하는 경쾌한 론도이다. 팀파니가 리듬을 많이 담당하고 있으므로. 리드미컬한 리듬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일상에 지친 중년이상의 가장들에게 권하고 싶다. 가정을 건사하기에 얼마나 많은 헌신과 인생의 고비를 넘었겠는가. 이 곡을 감상하면서 황제의 기분을 느껴보라! 강인한 에너지가 지친 가장의 삶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것이다. 위풍당당한 황제가 되는 느낌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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