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신뢰·존경받는 큰 어른 없다
  • 이진수기자
포항에 신뢰·존경받는 큰 어른 없다
  • 이진수기자
  • 승인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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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11·15 지진으로 최대 위기
권력 정치인 구속으로 영욕 세월
전 시장·재계·학계도 원로 없어
단체장은 정부·국회 대항에 한계
인품·경륜·기개 갖춘 초인 그리워

[경북도민일보 = 이진수기자] 올해는 포항시 승격 70년이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포항이 시승격 70년을 맞았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다.
1968년 4월 포항제철소가 건립되면서 포항은 물론 우리나라는 비약적인 발전의 전기를 맞았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비롯한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 등 20여개 연구개발(R&D) 기관은 포항을 첨단과학도시로 도약케 하고 있다. 영일만항을 이용한 러시아, 중국과의 북방경협 추진은 대륙을 향한 원대한 신성장 동력이다.
다른 도시와 대비되는 긍지와 자부심, 특성을 갖춘 곳이 포항이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 지진이 발생했다. 시민들은 생기를 잃고 공포와 불안에 떨었다.
기업유치가 전무하고 관광객 감소와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 지역경기가 곤두박질쳤다.
포항이 사상 초유의 위기다. 다행히 3월 20일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이다는 결론을 내렸다.
천재가 아닌 인재로 밝혀진 것이다.
이제는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이 급선무다. 지진 진상조사 및 피해배상, 사회안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 도시재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특별법이 제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열발전은 지난 2010년부터 정부가 포항 흥해에 추진한 국책사업이다. 지진의 귀책사유가 국가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자수가 20만명을 넘어서고, 대규모 집회로 포항의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해도 정부와 국회는 포항의 염원에 소극적이다.

지진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애가 타는 것 포항시민들 뿐이다.
오죽했으면 이강덕 포항시장이 “포항은 광야에 내던져진 느낌”이다고 했을까.
최대 위기인 포항의 광야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없을까. 아무리 둘려보아도 위기를 극복하고, 민심을 아우르고, 정부와 국회에 일갈하는 인품·경륜·기개를 갖춘 초인같은 큰 어른이 보이질 않는다.
포항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상득, 이병석 국회부의장을 배출했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3김 시대에 빗대어 포항의 3이라 할 만하다.
인구 50만명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동시대에 이만한 정치인을 배출한 곳은 드물다. 이들이 포항에 내려오면 지역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은 눈도장을 찍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열흘 가는 꽃이 없고, 10년 가는 권력이 없다 했던가. 안타깝게도 권력의 정상에 있던 이들은 뇌물수수 등으로 구속되는 등 영욕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전직 포항시장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했는가 하면 총선 및 지방선거에 낙선해 암중모색의 재기를 노리고 있을 뿐이다.
포항 출신의 재계, 학계, 문화계와 포항 11·15 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에도 원로가 없기는 마찬가지.
그렇다고 기초단체장이 거대한 중앙정부 및 국회를 상대로 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포항시 한 관계자는 “무슨 일이 있을 때 적임자를 물색하기 위해 지역 인사 100여명의 명단을 추려봐도 딱히‘이 분’이다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인물이 없다”며 지역에 어른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포항은 지난 세월 철강으로 국가경제 발전을 일구었다. 허나 기침 한번에 큰 울림이 있고, 민심이 혼란스러울때 바른 길을 잡아주고, 힘들때 다독여 주고, 절망과 위기를 극복하는데 거침없이 앞장서는 그런 큰 어른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포항의 불행이다.
사기에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그리워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좋은 재상을 떠올린다고 했던가. 포항시 승격 70년에 초인을 그리워한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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