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반항아’ 삶이 문학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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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반항아’ 삶이 문학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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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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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도리스 레싱
평생 기성 제도에 `비판의 시선’
19~20C 문예사조 아우르는 작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영국 출신 여류작가 도리스 레싱(88·사진)은 “20세기 영어로 소설을 쓰도록 선택받은 몇 안되는 가장 흥미진진한 지성인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는 현대 영국 문학계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페르시아에서 태어나 짐바브웨에서 성장기를 보낸 레싱은 젊은 시절 공산당에 참여하는 등 일찍부터 다양한 세계를 경험해왔다. 또 열네 살에 학교를 떠나 다시는 어떤 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사회주의에 전도되면서는 이혼의 아픔까지 경험했던 작가다.
 그런 이채로운 경험들은 작가로 하여금 언제나 주류에서 벗어나 `시대의 반항아’역할을 자처해오도록 만들었다. 기성의 가치, 제도, 체제, 이념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 레싱이 평생 견지해온 일관된 태도였다.
 레싱이 천착해온 주제는 그녀가 성장한 아프리카. 영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인종 간 불화, 착취, 문명 간 충돌과 갈등, 제국과 자본주의의 모순 등을 목격해야 했던 레싱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척박한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자기 부모의 삶을 근간으로 한 첫 작품 `풀잎은 노래한다’(1949)가 바로 그같은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백인 식민주의자들에게 착취당하는 아프리카인들의 삶과 자연, 그 과정에서 황폐해가는 백인들의 심리적, 도덕적 공황 상태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다.
 레싱은 특히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적 인물로 꼽힌다. 개인의 다양한 욕망의 충돌과 갈등을 그려낸 `황금노트북’(1962)은 그의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작이자 현대 페미니즘 문학의 정전으로 꼽힌다.
 혁명이나 전쟁, 비극적인 사건이 아닌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인종, 계급, 성, 제도적인 문제를 성찰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작가는 여성들의 자아를 괴롭히는 가치관의 혼돈, 여기에서 비롯되는 정서적 무력감의 실체를 밝히고자 했다.
 스웨덴 한림원도 지난 11일 레싱의 수상 사실을 발표하며 “회의와 통찰력으로 분열된 문명을 응시한,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그린 서사 시인”이라며 특히 `황금 노트북’이 가장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유제분 부산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미국의 페미니스트들에게도 이데올로기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줬을 뿐 아니라 여성의 일상이 바로 소설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대표작은 1988년 발표한 `다섯째 아이’. 해외에서는 이미 고전으로 꼽히는 이 작품에서 작가는 전통적 의미의 가정을 추구해나가는 두 부부의 가정이 비정상적인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괴멸해가는 과정을 추적하며 인간의 근원과 가치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그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은 페미니즘도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도 아니었다. 수없이 변화하는 주제들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것은 “개인의 자유와 해방이 곧 사회적 해방 또는 정의와 연결된다는 신념”이었다.
 BBC 방송의 단골 손님이기도 한 레싱은 2001년 영국 에든버러 북 페스티벌 강연에서 “남성들은 너무 겁에 질려 저항할 수 없게 됐다”며 “페미니즘 운동이 고용, 임금평등, 법 개정 등에서 큰 성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남성들의 굴욕감을 주는 데 쏟고 있다”며 무분별한 페미니즘 운동에 일침을 가했던 것도 그 같은 맥락에서다.
 레싱은 여든이 넘어서도 창작 활동의 끊을 놓지 않은 타고난 작가로 꼽힌다. 두권의 자서전 `내 피부 아래’와 `그림자 속을 걷다’는 자서전의 전범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82세였던 2002년 소설 `가장 달콤한 꿈’을 출간하기도 했다.
 영국 최고의 문학상으로 꼽히는 서머싯 몸 상(1956)을 비롯해 메디치 상(1976),유럽 문학상(1982), 아스투리아스 왕세자 상(2001) 등을 수상했으며 그 같은 문학적성과를 인정받아 1991년부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혀왔다
 유 교수는 “레싱이 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이라는 한계 때문에 늦게 수상한 감이 없잖아 있다”며 “사실주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19-20세기 문예사조를 아우르고 있는 대단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런던 스케치’를 국내 번역해 소개한 서숙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도 “레싱은 세계문학의 거목과 같은 작가며 강력한 작가”라며 “백인으로 식민지에 살며 지켜본 인종차별, 식민주의자들과 원주민들의 관계를 지켜보며 느낀 인간에 대한 비판 의식이작품에 잘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용인대 영어과 강의교수인 정소영씨도 “처음에는 사회주의 운동에 참여하며 소설에서 사실주의적 작품에 천착했던 작가”라며 “특히 ’골든노트북`에는 인간의 무력함과 세계의 폭력성 등이 잘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분명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이지만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는 다소 생소한 작가로 꼽혀왔다. 현재 국내 소개된 작품으로는 `마사 퀘스트’, `황금 노트북’, `다섯째 아이’, `풀잎은 노래한다’ 등이 있다. 
 
 
 
>> 신간 잠깐읽기
 
 
법철학
아르투어 카우프만 지음·김영환 옮김 l 나남 l 3만5000원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 법철학의 이정표 역할을 수행하고 현대 법철학의 양심 혹은 법철학의 교황으로 불리도 한 아르투어 카우프만(1923~2001)의 대표작이 번역,출간됐다.
 카우프만은 형식적 체계를 추구하지 않고 문제의 배후에 숨어있는 올바른 법원리를 발견하고자 했다. 그는 또 절대적 판단의 척도인 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온 다원주의와 상대주의를 수용한다.
 그는 “상대주의가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현명함과 절도를 가지고서 실천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오래 살아 봤어야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법철학과 법이념의 본질은 물론 절차적 정의이론, 다원주의 위험사회에서의 법철학, 전쟁과 평화, 생명윤리 등 법이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나남. 737쪽. 3만5000원.  
 
 
몸으로 떠나는 여행
크리스틴 콜드웰 지음·김정명 옮김 l 행복우물 l 1만3000원

 
 중독을 몸과 연결된 심리적 현상이라고 바라보며 중독 치유뿐만 아니라 자기 삶의 회복과 인간관계의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는 몸심리학 책이다.
 몸 심리학자인 저자가 중독에 빠지는 과정을 설명한뒤 중독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다시 삶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텔레비전을 켜거나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먹어버리거나 무심코 술이나 담배에 의존한다.
 책은 이런 행동들이 모두 가정과 사회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살아남기 위한몸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몸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각성에 주의력을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산책하는 것, 이것은 회복의 첫 발걸음이다. 회복은 산책처럼 단순하지만 근사하다. 저자는 계속 걸으면서 자신이 어디쯤에 와 있는지 찾아보라고 권한다.
 행복우물. 340쪽. 1만3000원.
 
 
무스탕
대원 스님 글·사진 l 탐구사 l 1만7000원

 
 네팔 히말라야트레킹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지난해 5~6월 16일 간 떠난 무스탕 트레킹 체험기.
 무스탕은 네팔 왕국의 서부지구에 있다. 평균 고도 3500m인 무스탕은 티베트와 국경을 마주하는 곳으로, 순수한 고대 티베트 불교문화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무스탕은 쇄국정책을 펴던 네팔 왕국에 의해 19세기 말 외국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금단의 왕국’으로 불리다 1991년 외국인의 출입금지 조치가 풀렸다.
 그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외국인 방문객이 연간 1000명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티베트 불교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찰이 많다. 또 아직 공장이나 자동차가 없는 자연환경과 중세적 분위기를 갖고 있다.
 저자는 “사람을 압도하는 풍광과 시간이 정지된 듯한 옛 마을들, 그리고 강인하고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히 살아있다”고 돌아봤다.
 탐구사. 336쪽. 1만7000원.  
 
 
>>함께읽는 아동신간
 
 ▲왜,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질까 = (수전 퀸란 글·그림. 하정임 옮김) 원숭이들은 왜 갑자기 나무에서 떨어질까, 쇠뿔 아카시아는왜 개미들을 가시 안에 살게 할까, 어떤 나비들은 왜 개미떼를 쫓을까….
 열대 밀림에서 벌어지는 9가지 이상한 현상들에 대해 과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하나씩 베일을 벗겨간다.
 이들이 사용하는 전략은 가설을 세우고, 실험과 관찰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검증된 사실들을 일반화하며 의문을 푸는 방식.
 과학자들은 울음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이유가 독성분이 있는 나무를 먹었기 때문일 거라고 가정하고 면밀한 실험과 관찰을 통해 가설을 검증한다.
 과학적인 사고로 의문을 풀어 나가는 동시에 열대 밀림에 사는 동식물의 생존이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어느 하나라도 무시되어선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생물학자 권오길 교수가 감수했다.
 다른. 180쪽. 1만1000원.
 
 ▲얘들아! 천천히 행동하고 주의집중하는 것을 배워보자 = (캐틀린 네이도·엘렌 딕슨 지음. 양명희·황명숙 옮김) 주의를 집중하고,천천히 행동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있다. ADHD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집중하는 법과 자기조절을 배울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았다.  1부는 ADHD 여부와 정도를 평가하는 검사지, 2부는 ADHD 아동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3부는 ADHD 아동이 스스로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주고, 4부는 부모님이 ADHD 자녀를 돕기 위해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을 소개한다. 학지사. 154쪽. 1만2000원.

 ▲정갑영의 경제학교 5= 정갑영 지음. 경제학자 정갑영이 딱딱한 경제를 어린이눈높이에 맞게 만화로 풀어낸 시리즈가 5권 `글로벌 경제와 한국경제’를 끝으로 완간됐다.
 국가간 무역은 왜 일어나며, 무역을 통해 어떤 이익이 생기는지, 개방은 왜 필요한지 등을 쉽게 설명했다.
영진미디어. 188쪽. 1만원.
 
 ▲어린이를 위한 부자수업 = (김현태 글. 유남영 그림)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 `텔레토비’를 만든 앤 우드 등 세계 최고 부자 25명에게 진정한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가치관과 생활 습관을 들어본다.
 청림아이. 184쪽. 8800원.
 
 ▲미래가 부자인 아이, 마음이 부자인 아이 = (공병호 글. 안중걸 그림) 석유 재벌 록펠러, `해리포터’로 거부가 된 조앤 롤링, 스타벅스를 만든 하워드 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15명의 성공 습관과 삶을 만화로 구성했다. 청솔. 196쪽. 9000원.
 
 
 ▲나는 누구일까요? = (라이마 글·그림. 김은영 옮김) 호랑이, 곰, 원숭이, 돼지,쥐, 캥거루 등 33마리 동물 친구가 등장하는 그림책. 각 장마다 힌트를 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물 친구가 누구인지 알아맞히도록했다. 예림당. 4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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