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등대를 보고있자면
알 수 없는 마음의 위안 얻어
평화로이 낭만과 꿈을 꿀때
우리나라 가장 동쪽 끝에서
외로이 빛 발하는‘독도등대’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등대의 의미 되새겨 봤으면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7번 국도를 따라 동해안을 가다 보면 심심찮게 등대를 만난다. 방파제 끝자락에 고즈넉하게 서 있는 등대. 등대를 보면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일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무엇 때문일까? 광활한 바다를 마주하고 선 등대는 초인(超人)의 풍모를 지녔다.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아랑곳없이 한결같이 바다를 품고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길을 밝혀준다
등대는 마음 속에 그리움과 위안을 주는 한 줄기 불빛이다. 물결치는 암흑의 창해(滄海)를 향해 멀리멀리 내보내는 불빛은 오랜 항해에 지친 선원들만의 것이 아니다. 유년시절 등대를 보며 꿈을 키워온 바닷가 소년에게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삶에 지친 사람들이 어느 날 훌쩍 떠난 곳에서 마주한 안식(安息)의 불빛도 있다. 그래서 곧잘 문학작품이나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노래로 만들어져 애창되기도 한다.
노래방 가기를 병원가기 만큼 싫어하는 나이가 돼서도 일 년에 한 두 번 갈까말까한 무대를 위해 18번곡은 마련해 두는데 한 동안 부르지 않으면 제목이 가물가물해져 수시로 애창곡이 바뀌곤 한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선지 유년시절 음악교과서에 나온 ‘등대지기’는 수 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애창가요 목록에서 빠진 적이 없다. ‘등대지기’는 외국 곡에 고은 시인이 노랫말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일본 노래를 번역한 번안동요다. 몇 해 전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포항시는 신청사를 지으면서 1, 2층 사이 벽면에 새겼던 ‘등대지기’ 노랫말을 지난해 페인트를 덧씌워 없앴으며, 2008년부터 등대박물관에 설치한 가로 50cm 세로 30cm 조형물도 철거했다고 한다. 아무리 등대를 사랑하는 포항이라고 하지만 예술에 대한 일천한 지식으로 빚어진 이러한 해프닝을 그냥 웃고 넘기기엔 어쩐지 입맛이 씁쓸하다. 그러나 일본 가요 번역이라지만 유년시절 마음 속에 불을 밝혀온 ‘등대지기’를 훌훌 털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노랫말 또한 너무나 아름답지 않은가!
달 그림자마저 얼어붙은 추운 겨울 밤바다,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천지를 뒤흔드는 바다 한가운데 작은 섬에서 홀로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정확한 명칭은 항로표지 관리원)의 아름답고도 거룩한 마음을 표현한 동요다. 모르긴 해도 이 노래에 이끌려 등대지기 직업을 택한 사람도 있을 성 싶다.
해양수산부가 6월을 맞아 이달의 등대로 ‘독도 등대(독도항로표지관리소)’를 선정했다. 해수부는 역사적·문화적 가지가 있는 등대를 통한 해양관광 위해 올해부터 이달의 등대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독도는 울릉도 동남쪽에서 87.4㎞ 떨어져 있는 동·서도와 주변에 89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진 화산섬이다. 그 동쪽 섬 봉우리 위에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외로이 서 있는 등대가 있다. 독도 주변해역에서 조업활동을 하는 어민들의 안전과 일본의 잇단 독도 영유권 도발에 대응해 우리 영토임을 천명하기 위해 1954년 설치됐다. 이후 독도 등대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1982년 현재의 규모로 등대를 보강하고 직원이 상주하는 유인 등대로 새롭게 변모시켰다.
우리 국토의 가장 동쪽 끝에서 오늘도 동해 밤바다를 향해 10초에 한 번씩 간단(間斷)없이 불빛을 내보내고 있는 백색의 등대. 독도 등대는 근해를 지나는 배들과 어민들에게 안도와 평화의 빛을 밝혀주는 동시에 동해의 가장 높은 곳에서 대한민국 영토임을 알리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독도 등대의 불빛이 비치는 한 일본이 감히 독도를 넘볼 엄두를 내지 못함은 물론이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독도 등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가족과 함께 방문해 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잘하면 푸짐한 기념품도 덤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좋지 아니한가!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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