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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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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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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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경북도민일보] -일편단심 슈베르트
156cm의 왜소한 체격에 호감형과는 거리가 먼 슈베르트는‘슈밤멀’(버섯의 일종)이라는 별명 이 있었다. 그는 외모 열등감으로 젊은 아가씨를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도 첫사랑이 있었는데 열일곱 살의 슈베르트는 자신이 세례 받은 ‘리히텐탈’ 교회의 100주년 미사에서 ‘솔로 소프라노’로 노래했던 ‘테레제 그롭’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반해 슈베르트는 영원한 사랑이라 여기고 만난 지 사흘 만에 ‘물레 짓는 그레첸’ 작곡을 시작으로 그 다음해는 유명한 ‘마왕’을 비롯해 140곡 이상을 ‘사랑의 힘’으로 창작의 열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슈베르트가 안정적인 벌이가 없다는 이유로 테레제의 집안에서 완고한 반대가 있어 슈베르트는 사랑했던 여인을 다른 남자의 품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그의 작품 주제는 사랑의 배신, 고독, 슬픔, 연민, 차가움, 죽음 등 이다.  만약 이런 그의 첫사랑의 이야기를 알고 슈베르트의 음악을 감상한다면 조금이나마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쉬울 것이다. 오늘은 이러한 그의 아픈 기억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게 해주는 그의 작품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소개해본다.
필자가 음악학도로 공부하던 대학시절 연습실에서 한 가닥의 구슬픈 첼로소리가 연습실을 조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따뜻하고 평온한 첼로소리가 얼마나 탄식하며 절규하는지 필자와 주변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한 선배의 첼로소리만 감상만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날부터 저음악기를 전공하는 학우들은 너도나도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 소나타를 연습하며 행복감을 느꼈던 일화가 있다. 그때는 너무나도 구슬프고 아름다운 멜로디라 마냥 아름답다라고 연주만 했었는데 나중에 수업을 통해 슈베르트의 첫사랑이야기를 들었을 때 ‘왜 이런 음악들이 작곡이 되었을까?’ 라는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짐작했겠지만 슈베르트의 사랑은 우리나라 말로 표현하자면 ‘일편단심’형이다. 자기가 사랑했던 여인을 자신의 두 눈을 통해 떠나는 모습을 보아야했던 슈베르트, 평생 죽기 전까지 그녀만을 상상하며 고통스러운 마음을 달랬던 그의 작품들, 이것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나올법한 드라마틱한 소재처럼 보이지 않는가?
-사랑의 슬픔과 슈베르트
27세 때 ‘프란츠 슈베르트’는 당시 의학수준으로는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어 치료를 하지 못할 만큼 건강상태는 매우 나빴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지병도 지병이지만 사랑했던 여인과의 헤어진 사실이 10년 가까이 그의 정신을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도 생겨 심지어 1823년에는 병원생활을 했을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슈베르트의 고통스러운 상태를 1824년 일기를 보면 그의 심적 상태를 잘 유추해볼 수 있다.
“나는 매일 밤잠자리에 들 때 또다시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전날의 슬픔만이 나에게 엄습하여 옵니다.” “이렇게 환희도 친근감도 없이 하루가 지나갑니다. 또 나의 작품은 음악에의 나의 이해와 슬픔을 표현한 것입니다.” “슬픔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세계를 가장 즐겁게 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슬픔은 이해를 돕게 하고 정신을 강하게 합니다.” - 슈베르트의 일기 중 -

이 시기는 이런 그의 슬픔과 괴로움 가운데도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겨울 나그네’라는 유명한 연가곡집과 교향곡8번 ‘미완성’, ‘피아노소나타’ a단조 작품 143 등이 걸작이 만들어진 시기였다. 이 당시 깊게 자리 잡은 그의 불안과 상실감은 대작이 만들어지게 되는 한줄기 불빛과도 같았고 작품들을 만들면서 그의 삶은 조금이나마 연장될 수 있었다.
-희귀한 곡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하이든이라는 유명한 음악가를 배출한 에스테르하지 백작의 초청으로 헝가리의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백작의 딸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심신의 안정과 평온을 잠시 누렸지만 ‘곧 다시  가난한 예술가의 신분으로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라며 불행했던 한 음악가의 심경 속에서 만들어진 음악이 바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인 것이다.
슈베르트가 1824년 11월 비엔나에서 작곡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가)단조 D.821번은 원래 빈센초 슈스터(Vincenz Schuster)라는 아르페지오네 주자를 위해 이 곡을 작곡했다. 슈스터는 아르페지오네 악기를 위한 교본을 만든 유일한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아르페지오네라는 악기는 만들어지자마자 인기가 없어 급속도로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악기가 되어버렸고, 이 악기를 위해 작곡된 작품도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작품 역시 유일하게 남아있을정도로 희소성 있는 귀한 작품이기도 하다.
클래식음악을 좀 아시는 분들은 이 작품이 첼로를 위한 소나타라고 아시는 분이 많겠지만 실은 첼로를 위해 만든 작품이 아니다. 오늘날 아르페지오네라는 악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첼로가 이 음악을 많이 연주하게 된다.1823년 빈의 악기 제작자 ‘요한 게오르그 슈타우퍼’(Johann Georg Staufer)에 의해 만들어진 이 악기는 첼로와 매우 닮아있고 기타의 형태를 갖고 있다. 첼로처럼 활을 현에 문질러 연주하는 현악기이다. 이 악기는 여섯 개의 ‘거트’(양의 소장(小腸)의 힘줄을 정제하여 만든 현악기 줄이다. 테니스 라켓 줄이나 바이올린 계통의 현악기 또는 하프에 사용된다.) 현을 가지고 있어 음이 E(미)-A(라)-D(레)-G(솔)-B(시)-E(미)로 조율되고 특징은 기타처럼 반음씩 변하는 금속으로 간격을 두어 첼로처럼 중고음의 소리를 낼 수 있다. 마치 콧노래를 부르는 듯한 메탈과 거트현의 특별한 개성을 갖고 있다.
-사랑의 작곡가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원곡 외에도 첼리스트 ‘가스파르 카사도’의 편곡에 의한 첼로와 관현악 협주곡풍의 편곡이나, ‘도브링거’ 편곡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2중주, 그 외에 플루트나 더블베이스, 비올라, 클라리넷, 기타 등등 여러 악기를 위한 편곡으로 연주되곤 한다.
슈베르트의 눈물의 음악은 너무나 순진하고 맑고 아름다워서 고통 받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슬픔에 위안을 준다.  그의 음악은 슈베르트의 눈물로 슬픔을 이겨 내야하는 이들에게 치유의 힘을 주는 힐링이라 말할 수 있다. 그는 31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였지만 죽기 전까지 600편의 가곡과 400곡이 넘는 관현악곡을 포함하면 그의 작품은 1,000편이 넘는다. 이런 슈베르트는 역사상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작품을 만들어낸 천재 작곡가로 역사에 남겨졌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그의 음악이 연주되고 감상되고 있다.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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