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
  • 손경호기자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
  • 손경호기자
  • 승인 20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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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동구 살아요".

모 국회의원의 제수 성추행 의혹 파문 발생때 한때 포항에서 회자(膾炙)됐던 우스개소리이다.

당시 기자회견 소동까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사실관계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그냥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당시 포항 남구 주민들이 ‘포항 동구’에 산다고 할 만큼 역대급 성스캔들이었다. 물론 포항에는 남구와 북구만 있다.

최근 국회 예결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재원 국회의원이 추가경정예산안 협상 와중에 술에 취한 ‘주취사건’으로 공분을 일으켰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밤 11시 10분쯤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때 혀가 풀린 듯한 발음과 몸을 비틀거리고, 술 냄새를 풍겼다. 정치권에 논란이 일고 있는 예결위원장 음주 추경사건이다.

한국당은 출입기자들에게 김재원 위원장이 일과시간 후 당일 더 이상의 회의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지인과 저녁식사 중 음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다만 황교안 대표가 예산심사기간 중에 음주한 사실은 부적절했다는 이유로 김재원 예결위원장을 엄중 주의조치했다. 결국 한국당은 김 위원장의 부적절한 음주를 인정하면서도 주의조치로 무마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하지만 1일은 원내 교섭단체 3당이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날이다. 따라서, 일본 경제 보복 문제 대응 예산 등 6조원 안팎의 추경예산 금액을 놓고 여야가 한 치 양보 없는 ‘샅바 싸움’을 하는 와중이었다. 결국 여야가 추경 삭감규모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하루 종일 본회의 연기가 반복됐다. 이런 상황을 두고 더 이상 회의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저녁 8시30분에는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7조원 추경 음주심사한 예결위원장 김재원, 정말 분노가 치민다”고 직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당이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황교안 대표의 엄중 주의 조치는 김재원 의원의 음주 사실이 더 이상 논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에 앞서 정태옥 의원은 ‘이부망천’ 발언으로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이혼 하면 부천으로 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바로 그 발언이다. 이 발언 후폭풍으로 정 의원은 한국당을 탈당했지만 잠잠해지자 7개월 만에 슬그머니 복당했다.

인천과 부천 시민들로부터 고발당한 정 의원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정 의원 공천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인천지역 선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쉽게 공천할 수 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한 방송토론회에서 일본 입장을 두둔해 친일논란을 일으킨 송언석 의원도 구설수에 올랐다.

송언석 의원은 지난 1일 한 방송에 출연해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개인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본다”라고 발언, 민주당으로부터 자한당보다 일본 자민당이 더 어울리는 의원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민주당 김천지역위는 송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한국당 송언석은 일본 대변인인가? 일본으로 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송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에 나서고 있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한국당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는 TK지역. 19대 국회 당시에는 똥개도 빨간색만 두르면 당선된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그렇다고 50% 이상 물갈이한 20대 국회도 정치권 수준은 별반 차이가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대폭 물갈이설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정치인이 문제인가, 정당이 문제인가. 아니면 유권자가 문제인가.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단 하나다.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일까?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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