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수신제가(修身齊家)
  • 모용복기자
조국과 수신제가(修身齊家)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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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과거의 발언들이 자승자박
자신을 돌아보는데는 인색
자녀 교육관련 각종 의혹
집안 돌보는데 소홀한 탓
국민지탄서 자유롭지 못해
나라 경영할 인재 되려면
능력보다 수신제가 중요
인재발탁 금과옥조 삼아야
 


세상에 나아가 입신(立身)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나라를 경영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큰 사고를 쳐서가 아니다. 사소한 실수 하나, 가정사 하나가 큰 결과로 이어져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번지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본다.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게 되면 그를 둘러싼 온갖 구설수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사항이므로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는 선망의 대상이자 동시에 시기, 질투의 대상인 까닭에 자칫 다리 하나라도 삐끗하는 날에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는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흔히 사생활이 문란하거나 가정사가 복잡한 사람 치고 일 잘하는 사람 없다고 한다. 직장인들이라면 꼰대같은 상사로부터 한 번 쯤은 들었을 법한 말이다. 개인 기업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국가 막중대사를 책임지고 있는 고위관료들은 두말할 나위 없다. 틈은 멀리 있지 않다.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틈새가 벌어지는 줄도 모르고 있다 한 순간에 훅 갈 수 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위정자(爲政者)가 되려는 이들은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고 집을 안정시킨 후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修身齊家治國平天下)고 경계했다.

출범 3년차인 문재인 정부의 성패 향배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겐 이러한 성현의 경계가 요즘 더욱 뼈저리게 다가올 것이다. 그는 국내 최고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해외 유명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아 교수,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출세가도를 숨 가쁘게 달려왔다. 게다가 연예인 부럽지 않은 외모에 명석한 두뇌, 능숙한 언변(言辯)까지 ‘하늘은 불공평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중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온 그였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 법무(法務)를 관장하는 최고 수장 자리를 목전에 두고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섰다. 조 후보자는 어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딸의 논문, 입시특혜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하면서도  한편으론 자녀교육과 가정을 살피지 못한 자신의 불찰에 대해서는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때늦은 사과와 해명이 얼마나 국민적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사태가 이처럼 확산된 것은 조 후보자 스스로 자초한 바가 크다.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시절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소신과 주장을 자유자재로 펼쳤다. 그에게 SNS는 정치적·이념적 대척점에 선 야당을 공격하는 탄도미사일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동지들을 규합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지만 야당에겐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서운 무기였다. 당시 그로 인해 끊임없이 마찰이 빚어지자 많은 국민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심지어 여당에서조차 그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은 자리에 있는 자신을 돌아보는 수신(修身)에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도 오늘날 야당과의 골이 이만큼 깊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대학교수 시절 발언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는 서울대 교수 시절부터 SNS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견해를 피력해왔다. 지난 2009년 8월부터 최근까지 트위터에 올린 글만 약 1만5500개에 달한다고 한다. 1년에 1550개, 하루 4개씩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올린 셈이다. 내용은 대부분 사회 부조리에 관한 것들인데, 예를 들어 당시 장관 후보자 자녀의 장학금 부당수령 의혹, 자녀 이중국적 문제 등에 대해 가한 신랄한 비판들이다. 그런데 이들 비판 글들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옭아매는 밧줄이 되고 있다. 항간에 회자되고 있는 ‘조국의 적은 조국’ ‘조로남불’과 같은 신조어들은, 그의 가볍고 표리부동한 처신을 비꼬는 대중들의 심리가 반영된 말들이다.

조국 후보자 논란은 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의혹이 핵심이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 국민들은 교육 부정문제만 나오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든다. 비록 자신은 차별 받고 살았더라도 자식만큼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세상에서 살게 하고픈 게 부모 심정인 것이다. 조국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딸의 장학금과 논문 저자 등재 의혹에 대해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요구한 적이 없으며 절차적 불법도 없었다”며 “딸이 논문 덕분에 대학이나 대학원에 부정입학 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신과 가족의 부족한 점을 꼼꼼히 들여다보지 못한 것은 자신의 불찰”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조 후보자의 딸 교육문제 의혹과 관련해 흔히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와 비교하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정유라는 모친인 최순실 씨가 고교 때부터 대학까지 치맛바람 휘날리며 학사농단 등 온갖 부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조 후보자 경우엔 딸의 입시 특혜나 부정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조 후보자가 모종의 역할을 한 정황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검찰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조 후보자에게 덧씌워진 여러 의혹들에 대해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으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섣불리 최순실 씨와 도매금으로 엮는 실수를 범해선 안 된다. 비록 많은 의혹이 있다 해도 실체적 진실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상 그와 가족을 비방할 권리가 우리에겐 없다. 다만 불법의 유무를 떠나 조 후보자 스스로 밝혔듯이 집안을 바로잡는데(齊家) 실패한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라를 경영하는 인재를 발탁하는데 있어 능력 못지않게 ‘수신제가(修身齊家)’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조국 후보자 사태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됐다. 인사권자가 인사정책을 펴는데 이만한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또 있겠는가. 또한 고위 공직에 있거나 오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고 가정을 안정시키는 일에 수고를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수 천 년 전 성현들이 갈파한 진리들이 그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하게 다가온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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