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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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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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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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락논 김매기까지 다한 뒤 칠월 한 달을 얼렁뚱땅 보내고 잇따라 8월은 술텀벙물텀벙 놀다 지낸다해서 이르는 말이 `어정칠월 둥둥팔월’이거니와 오뉴월 두 달간의 우리네 농촌 시절 속담으로 `깐깐 오월, 미끈 유월’란 말이 있다. 오월달은 해가 길어 더디 간다는 뜻이요, 유월은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미끄러지듯 지나가버린다는 뜻이다.
 유월도 어느새 마지막 날이다. 돌이켜 보니 아닌게 아니라 정신 없이 많은 일들 속에 후딱 지낸 유월이다. 60대 이상 나이 드신 분들의 유월은 육이오의 달, 56년 전의 고달픈 간난신고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달이다. 이른바 386세대 이쪽저쪽들에게는 20년 전의 최루탄 가스 지독한 저 유월항쟁과 `6·29항복선언’을 받아낸 일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을 거다. 농부도 바삐 보내고, 상반기를 결산하고 하반기를 준비한 회사원과 공무원들도 바쁜 유월이었으리라.
 그런 달이지만 유월은 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에게 환희의 달이기도 하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역사를 썼던 그 유월인 까닭이다. 4년이 지난 올해 역시 독일에서 월드컵이 열려 국민들을 다시 한번 큰 꿈 꾸게 만들었다. 월드컵 게임 때문에 밤잠 설치기를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유월 한 달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미끌어지듯 끝나고 있다.
 전직 대통령 한 분은 오래 전부터 유월 말이면 북한을 다시 방문하리라 계획하고 노력을 기울이더니 저쪽에서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비틀어버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6·15공동성명의 주역으로서, 남북 화해와 교류 확대에 도움이 되겠다고 나서려한 그 마음으로 바쁘고 준비한 일도 많았을 텐데, 이루지 못하고 넘기는 유월이니, 그야말로 `미끈유월’이겠다. 유난히 일찍 찾아온 더위 속에 유월을 보내며 끼적여본 계절 소회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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