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하고 정직한 바보 ‘이희정’ 그게 바로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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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하고 정직한 바보 ‘이희정’ 그게 바로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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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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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농협서 33년간 근무하며 지점장·상무까지 맡아
성실한 일처리로 떳떳함 잃은적 없어 상장도 여러개
퇴직 후 기북서 사과농사 중
“지금도 난 일 많이하는 사람”
이희정 씨 현재
이희정 씨 부부 현재 모습.
이희정 씨 부부 결혼식 모습.
이희정 씨 과거 모습.

이희정의 포항이야기<14>

농협에서 33년 근무했고 지점장, 상무도 했다.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덕동초등학교 졸업, 포항중학교와 포항고등학교 졸업하고 포항농협에서 33년간 근무하면서 기계, 신광, 죽장 등 여러 곳에서 여신업무, 간부, 지점장을 지냈다.

경제 전환 시기에 새마을 사업을 할 때에도 농가는 빈곤해 돈이 없었다. 사채 빚으로, 영농자금 대출 연 30만 원(현재 300~400만 원), 당시에 기계 ·기북에 36개 동이 있었다. 4~5월 모심기 때 영농자재 구매 대출을 했다. 대출조건이 좋았다. 보증인 없이도 가능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재산이 어느 정도 여력이 있는 대출이었다. 이장들이 대필해서 확인하고 추천하기도 했다.

가끔 주변으로부터 “당신 바보다” 라는 말을 들을 만큼 고지식하다. 농협중앙회 감사는 보름 이상을 한다. 정직이 우리 집안의 내력이다.

감사 착수하자마자 표창 상신을 하더라. 모범 직원(수범)이라 인사기록 카드에 적었다.

정직하고 성실한 업무처리로 수범 직원으로 표창을 받았다. 감사 와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인사 기록카드에 기록되니까, 그 이후로는 감사를 직접 받는 일은 없었다. 물론 준비는 했지만 조직이 정례화되지 않아서, 원칙이 확립되지 않던 시기였다.

여신부장 시절에 대출 신청이 들어왔다. 모르는 돈이 50만 원이 입금된 적이 있었다. 27년 전이면 큰 돈이었다. 통상 관례였지만 돌려주었다. 그분이 찾아와서 “이 부장 섭섭하다, 돈도 얼마 안 되는 금액인데…” 밥은 한 그릇 사주더라. 직원들은 “당신 바보다”며 놀리기도 했다.

비록 내가 못 보태 줄망정, 피해는 가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관행이 습관화되면 소신껏 업무처리를 할 수 없다.

포항지검 기획수사로 지역의 5개 해당 농협이 감사를 받았다. 다른 농협은 담당자 문책 혹은 벌금을 냈는데, 우리 농협만 걸리지 않았다. 감사를 통해서 나의 정직성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떳떳하고 뿌듯했다. 그 결과 기계농협이 신문에 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직장생활 중 최고의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인비리 농기계 대출, 대동 경운기 대출 할부한 사람이 있었다.

계획적으로 야반도주 후 행방불명 됐던 사건인데, 상환기한이 되자 책임이 연대 보증인에게 돌아갔다. 조건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대출했다는 것으로 형사고발 당했다. 포항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서류에 이상이 없으니까 조사해 보고 오히려 그 사람을 취조해서 조사 받았다. 내가 만약에 비리가 있었다면 힘든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형님이 바로 목천 이희특선생인데 그분은 더 고지식했다. 하지만 아버님 이현석은 선비였다.

포항·덕동간 한일여객 버스 운행이 하루에 2번 다녔다. 대대로 우리 집안은 문학을 좋아하고, 공부를 즐기는 가풍이 있었다. 그래서 퇴직 후, 위덕대학교 평생학습원에서 영어 회화, 풍수지리, 서예 등 7년 이상 공부했다.

지금은 집사람과 함께 사과 농사를 짓는다. 농막을 짓고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힘들다고 생각하기에 농사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공부만 했으니까, 일하는 것을 체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이 힘들게 느껴질 뿐이다. 그래도 나는 기북에서 일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소문났다.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는데, 자존심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 슬하에 2남 자녀들 중에 장남은 서울에서 차남은 지역에서 공무원을 하고 있다. 자녀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말은 “시간이 나면 공부해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라! 성실, 근면하면 살 수 있다.”


자료제공=콘텐츠연구소 상상·도서출판 아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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