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무엇으로 키우나
  • 모용복기자
아이는 무엇으로 키우나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1.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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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모 가정 10명 중 7명이
단 한 차례도 양육비 못 받아
법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없어
개인적 영역 치부 인식 때문
강력한 제재만이 유일한 수단
관련 법안들 국회통과 하세월
한 부모 가정 고통 무관심 탓
법적 장치 하루속히 마련돼야
국가도 공적차원서 지원 필요
모용복 기자
한 부부가 법정에 섰다. 결혼한 지 3년 만이다. 이들이 법정에 선 이유는 남편의 외도와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아내 쪽에서 더 이상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혼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가정법원 판사는 혼인파탄에 대한 남편의 귀책(歸責)사유를 인정해 아내의 양육권을 인정하고 위자료와 매달 아이의 양육비를 지급할 것을 명령한다. 아내와 친정가족은 안도의 한숨을, 남편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탄식한다.

요즘 실화(實話)를 소재로 한 텔레비전 프로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이런 장면을 보고 시청자들은 희열을 느낀다. 못된 남편에게 시달림을 당해온 아내가 마침내 사회 정의 실현으로 구원되고 남편은 벌을 받게 되는 권선징악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스토리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아내의 고통은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던 것이다.

지금부터 이야기는 TV에 나오지 않는 부분이다. 판결 후 이혼한 여자는 일부 분할 받은 재산으로 얼마 동안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전 남편으로부터 위자료와 아이 양육비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생계가 막막해진 여자는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해봤지만 처음 몇 번은 ‘맘대로 하라’는 식의 막무가내로 나오더니 나중에는 아예 연락처를 바꾸어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인근 식당에 아르바이트 일을 구했지만 혼자서 아이 양육과 생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 남편이 아이 양육비만 제대로 준다면 한결 나을 텐데…

여자는 주위의 소개로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양육비이행관리원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이 기관은 소송과 상담만 지원할 뿐 전 남편에게서 양육비를 강제로 회수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다. 관리원의 도움을 받아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전 남편에 대해 채권추심을 진행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미 모든 재산을 타인 명의(내연녀로 추정)로 돌린 전 남편에게서 양육비를 받아낼 강제수단은 더 이상 없었다. 결국 여자는 양육비 채권행사를 포기하고 극도의 가난 속에서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 힘든 생활을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다.

여성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 부모 가정 10명 중 7명이 단 한 차례도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이처럼 양육비 지급률이 낮은 이유는 떼먹어도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땅히 아이 양육에 공동 책임이 있는 아버지가 책임이행을 하지 않으면 그 고통과 짐은 고스란히 엄마에게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책임을 방기(放棄)한 아버지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면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 아이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미성숙한 인격체에게 자비심을 기대할 순 없다. 이들에게 인간적인 호소를 해본들 ‘소귀에 경 읽기’다. 유일한 수단은 국가와 사회가 이들에게 의무를 이행하게 만드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법이라는 소코뚜레를 씌어 은행 문턱을 넘게 해야 한다. 강력한 제재만이 최선이자 유일한 수단이다. 그런데 한 부모 가정을 도울 유일한 장치인 법의 구속력이 터무니없이 미약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 가사소송법을 보면 양육비지급명령 불이행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나 30일 내 감치(監置, 유치장이나 교도소에 가두는 일)가 전부다. 이마저도 절차가 까다로워 이행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더러 설령 어찌어찌해서 이행된다손치다라도 처벌은 가벼운 반면에 아이와 엄마에게 돌아오는 실익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있으나마나한 법 제도 하에서 대부분 법적 소송까지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소홀이 다뤄지고 있는 것은 이를 공적 사안이 아닌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인식 때문이다. 우리와 달리 OECD 주요 국가들에서는 이를 국가적인 문제로 여겨 아동 미부양자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을 중범죄로 여겨 최고 14년의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2년 형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한 부모 가정의 아동 양육비 미지급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형사 처벌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양육비 지급 미이행시 운전면허 정지 또는 취소, 여권발급 거부나 출국 정지, 인적사항 공개, 형사처벌 조항 신설 등 양육비 지급 의무화를 높이는 보다 강력한 제재들로 돼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10여개나 되는 관련 법안들이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로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쟁점법안이 아닌 가장 최우선으로 처리해야할 민생법안인데도 말이다. 의원 나리들이 한 부모 가정이 겪는 고통 따위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사회 정의가 바로서야 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고 남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인간들이 활보하는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다. 어린 자식들이 아버지의 부재도 모자라 성인이 될 때까지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양육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불행한 일인가. 못된 아버지로 인해 왜 아이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아버지들로부터 의무이행을 이끌어낼 강력한 법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만약 정말로 양육비를 지급할 능력이 없다면 공적 차원에서 국가가 나서서 양육비를 대신 지급해야 한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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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2020-01-05 22:34:47
아이를 뺏어가 악의적으로 몇년 동안 천륜차단하는 양육자들부터 엄단하는 법을 만들어주세요. 양육비는 안주면 감치까지도 가능한지 오래됐는데, 아이는 아빠에게 안보여주면서, 잠적한 후 양육비만 꼬박꼬박 챙기는 고유정과 같은 양육자를 실질적으로 재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렇게 형평성 잃은 법체계 속에서, 양육비 관련 처벌만 계속 강화한다면, 앞으로도 몇 년만에 겨우 아이를 만나러 갔다가, 양육자에게 비참히 살해당한 고유정 전 남편과 같은 사례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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