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保守)를 보수(補修)하라
  • 모용복기자
보수(保守)를 보수(補修)하라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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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이합집산 분주
혁신 위한 인재영입도 한창
사실상 보여주기식 쇼 불과
한국당의 나다은 위원 해촉
보수당 변혁 의지 의심케해
미래 보수 수권정당 위해선
당내부 補修에 적극 나서야
모용복 기자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다. 선거를 90일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은 아니나 다를까 이합집산을 하느라 부산하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적이 되는 살벌한 전운(戰雲)이 감도는 곳이 정치세계다. 아무리 이전투구(泥田鬪狗)가 판치는 곳이 정치라고 하지만 정치인들은 확실히 보통사람보다 낯이 두꺼운 모양이다. 한 때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처럼 영원히 보지 않을 듯 으르렁 대더니 어느새 ‘한 식구 아이가’라는 합창가가 정치판에 울려 퍼지고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이 합창소리는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탄핵열차 사고로 제1보수당에서 탈선했던 바른미래당 유승민계가 이름 그대로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하는가 싶더니 당명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자유한국당과 합칠 태세다. 그렇다고 한국당 대문을 박차고 발을 들여놓기엔 그동안 목청을 높였던 ‘개혁보수’ 체면이 구겨질 터이고, 무엇보다 큰집에 그냥 들어갔다간 얻을 게 별로 없으니 제3의 장소에서 새롭게 집을 지은 뒤 문패(門牌)를 바꿔 달고 동등하게 한 식구가 되자고 요구하고 있다. 큰집에서 순순히 응할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진보진영에서는 지난해 8월 민주평화당에서 짐을 싸서 나와 대안도 없이 떠돌던 대안신당이 5개월 만에 공식창당을 하고 통합물결에 본격 나섰다. ‘DJ의 마지막 비서관’이라 불리는 최경환 의원이 초선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에 추대됐다. 최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외치며 유승민계가 떠난 바른미래당, 고향인 민주평화당과 제3지대 통합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이들 정당들이 받는 압박감이 고조돼 어떤 형태로든 통합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만 지지율 한 자릿수에 불과한 이들 군소 정당들이 물리적 결합으로 선거판도에 얼마나 파괴력을 가질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수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이합집산 하느라 분주하다. 선거가 만들어낸 풍경들이다.

총선이 소환한 또 다른 풍경이 이른바 인재영입이라는 새 인물 찾기다. 인재영입은 낡고 병약해져 개혁 동력을 상실한 당 내부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이 근본 목적이다. 그런데 말이 인재영입이지 사실상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일회성 쇼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최근 자유한국당 공약개발단원으로 위촉된 나다은 씨가 사흘 만에 해촉된 사실을 두고 말들이 많다. 황교안 대표가 직접 수여한 위촉장을 책꽂이에 꽂기도 전에 도로 빼앗아버린 격이니 그 사정을 두고 세간에서 설왕설래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해촉 사유를 들여다 보면 과연 한국당이 변화의 의지가 있기는 한 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나 씨는 김세연 한국당 차세대여성위원장이 영입한 인물로 한국당 중앙직능위원회 여성분과 수석부위원장과 한국당 경기도당 공약개발본부 선진교통문화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씨의 해촉은 과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들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9월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압수수색 당시 SNS를 통해 검찰을 비판하고 조국 전 장관과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를 지지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자 희망개발공약단은 지난 12일 휴일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당의 정체성과 기조에 맞지 않는다”며 공약개발단에서 전격 해촉했다. 나 씨는 해촉 관련 공식입장문에서 여성인권 위한 입장에서 검찰개혁을 지지했으며, 조국 수호가 아니라 억울한 입장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서 응원의 글을 쓴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2010년 한국당에 입당했으며, 한국당의 정책과 뜻이 맞아 위원 제안에 응했노라고 밝혔다. 또 일부 언론이 사실 확인 없이 가짜뉴스를 보도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기서 나 씨의 해명에 별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해명의 진위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보다 그의 SNS 글이 해촉 사유가 될 만큼 엄중하냐이다. 공약개발단의 역할은 세대와 진영을 떠나 전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공약을 개발해 총선에서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그런 멋있는 공약을 도출해 내기 위해선 열린 사고와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야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나 씨와 같은 인물의 영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그의 전력(前歷)을 문제 삼아 논란을 부채질하자 일고의 숙고도 없이 단 사흘 만에 해촉을 하고 말았다. 이제 희망개발공약단에서 내놓을 공약이 희망이 될지 안 될지는 ‘안 봐도 비디오’가 아닌가. 국민 신뢰를 잃고 수권 의지를 상실한 한국당이 뼈를 깎는 반성과 변혁을 통해 진정한 보수당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경주해도 시원찮을 판에 한 때 반대진영의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언행을 했다고 해서 함부로 사람을 내친 처사는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울뿐더러 한편으론 안타깝기까지 하다.

이에 대한 이준석 새로운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의 소회가 눈길을 끈다. 이 위원장은 나다은 씨 해촉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요즘은 (새누리당 시절)그런 나를 키워줬던 ‘나보다 조금 나이 많은 그 때의 형들’이 앞장서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바위로 계란치기식 저항을 하다가 진짜 깨진 계란이 되는 것을 보고 만감이 교차한다”며 “그들은 깨진 계란이 아니라 병아리가 되고 닭이 되었어야 할 사람들이고, 그들 중 일부는 실제 계란인 줄 알았지만 독수리알이었을 것이라 확신하는 분들이었다”고 했다. 이미 바위처럼 단단해져 변화의 동력을 상실한 한국당 내부를 향해 폐부(肺腑)를 찌른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극지 탐험가’ 남영호 대장 영입 환영식에서 한국당 인재영입 키워드가 ‘도전’과 ‘미래’라면서 현 정부는 미래를 없앴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당의 모습도 국민이 보기엔 미래가 없기는 크게 다를 바 없다. 중요한 건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이다. 말로야 하루 안에도 만리장성을 쌓을 터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말은 결국 공염불만 되고 말 뿐이다. 한국당이 진정 보수 수권정당의 미래로 가기 위해선 지금 당장 보수(補修)가 시급해 보인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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