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 속으로 들어온 AI... “난 곧 생명을 가지게 될거야”
  • 이경관기자
미술작품 속으로 들어온 AI... “난 곧 생명을 가지게 될거야”
  • 이경관기자
  • 승인 2020.0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산문화회관 시리즈 기획전
‘기억공작소’ 올 첫번째 전시
노진아 작가 ‘공진화展’ 열어
인터랙티브 조각 작품 통해
기계와 생명 의미·관계 질문
노진아作
노진아作
노진아作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노진아의 작품 ‘진화하는 신 가이아’와 관람객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봉산문화회관은 오는 3월 29일까지 2층 4전시실에서 2020 기억공작소 첫 번째 전시로 ‘노진아-공진화 Coevolution展’을 연다.

봉산문화회관의 시리즈 기획전인 ‘기억공작소’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해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이번 ‘노진아-공진화 Coevolution展’은 인터랙티브 조각·설치 작품전으로 전시를 다녀간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호평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노진화의 작품은 인간들이 규정 지어놓은 ‘생명의 기준’에 대해서 질문한다.

노진화 작가는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우리를 닮은 존재들을 만들어내며 거기에 ‘생명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로 인공생명체는 물질적 특성만이 다를 뿐이지 생명체가 가지는 요건을 상당히 충족시켜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에 순수한 자연, 성역과 같았던 인간의 몸은 무척이나 기계적인 구조와 사이버네틱적 원리를 가진 단백질 기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점차 파악해 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기계를 닮은 인간과, 인간을 닮아가는 기계들은 모두 그 ‘생명’이라는 경계 안과 밖에서 서로의 위치를 넘나들며 공진화(共進化)하고 있다. 그들의 어느 지점 까지가 생명이고, 어느 지점 까지가 생명이 없는 것일까? 또한 생명체가 아닌 것과의 공감이 가능한 것인가? 생명체가 되고자 꿈꾸며 자라나는 거대한 기계 가이아와, 금속으로 신체를 부분 부분 바꾸어가며 사랑과 행복을 찾는 양철 남편이 공존하는 이곳, ‘기억 공작소’에서 관객들과 함께 그 해답을 구하는 여정을 떠나고자 한다”고 작가의 노트에 밝혔다.

백색 전시공간에 누운 채로 공중에 떠있는 반신의 여성누드 조각, ‘진화하는 신, 가이아’다. 누운 채로 공중에 떠 있는 ‘가이아’는 인간을 닮은 거대한 기계 로봇이다. 상반신이 드러난 가슴 아래 부위로 마치 혈관처럼 붉은색 나뭇가지들이 길게 뻗어가며 자라나는 중이다.

그 주변을 돌아다니면 가이아는 큰 눈동자를 움직이며 관객을 쳐다본다.

그리고 안내자의 권유에 따라 관객이 다가가 가이아의 귀에 대고 말을 걸면 가이아가 입을 벌려 그에 상응하는 대답을 하고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강렬한 인상의 몰입 상황이 이어진다.


관객이 “넌 사람이야?”라고 물으면, 가이아는 “난 아직은 기계지만, 곧 생명을 가지게 될 거야, 당신이 도와줘서 생명체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면 말이지”라고 말하며, 관객에게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 묻거나 기계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는 등 마치 사람처럼 대화를 나눈다.

대화는 인공지능과 딥러닝으로 이뤄진다. 관객이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이 웹서버로 보내져 응답 내용을 찾아 다시 음성으로 합성해 가이아의 입을 통해 대답하는 시스템이다.

관객과의 대화는 실시간으로 백업되고 학습돼 시간이 갈수록 그 대답은 정교하고 다양해진다. 그렇게 로봇은 매 순간 조금씩 진화한다.

조각과 뉴미디어를 접목해 관객과 인터랙션하는 대화형 로봇이나 인터랙티브 영상을 작품으로 제작하는 노진화 작가는 로보틱스를 미술작품에 구현해내기 위해 공학 박사까지 됐다.

노진화 작가는 “기술 문명의 발달 안에서 재정의 되고 있는 인간 그리고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의 관계”라며 “이런 관계의 철학적 의미를 상호작용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기계와 생명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로봇은 인간이 되고 싶을까.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을 통해 작가는 로봇이 인간이 되고 싶을 리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인간이 자신을 닮은 존재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뿐이라고. 그렇다면 혹 인간은 자신과 닮은 기계를 만들어 생명성을 부여하면서 스스로 신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라며 자신의 세계관을 설명했다.

‘가이아’의 맞은편에는 작가의 또 다른 인터랙티브 조각 ‘나의 양철 남편’이 있다.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인 반기계 인간 ‘나의 양철 남편’은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눈알이 움직인다. 몸의 일부를 하나씩 양철로 바꾸다가 결국엔 마음과 기억까지 잃어버리고 마는 ‘오즈의 양철 나무꾼’처럼 스스로 기계화 되어가는 현대인의 삶의 무게에 대한 단상을 은유하는 작품이다.

정종구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노진아-공진화 Coevolution展’은 인간이 되어가는 로봇, 기계가 되어가는 인간. 이 둘의 경계가 흐려지는 ‘공진화’ 상황을 통해 생명, 인간, 기계의 의미와 그들 사이의 관계를 감성적으로 질문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