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파고든 ‘코로나 쇼크’… 지역사회 커지는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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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파고든 ‘코로나 쇼크’… 지역사회 커지는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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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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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서 올텐데 감염 불안”
마스크 착용하고 손소독제 사용
결혼식 참석한 하객들 전염 대비
“학교는 안전한 줄 알았는데…”
일부 학부모 아이 안보낼 생각도
맞벌이 부부 불안함 속 돌봄교실 이용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입구에 배치된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 뉴스1

“결혼식 날짜 잡아놨는데”…예비 신랑·신부들 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총 감염자 수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 손 없는 날(길일)을 맞아 식을 잡은 예비 신랑·신부들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강북의 한 예식장에는 하객들과 예식장 직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방명록을 작성할 때도 손 소독제로 손을 비벼가며 혹시나 모를 전염 가능성을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곱게 화장을 한 신랑·신부와 이들의 부모들은 하객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걱정스러움이 표정에 가득했다. 마스크를 쓴 하객들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예식장 앞에서 하객들을 기다리고 있던 신부 아버지는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딸의 결혼식을 연기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하객들이 한 번씩 전화가 와서 못 간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많이 온 것 같다“며 연신 하객을 향해 감사하다고 미소지었지만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객들은 역시나 코로나19 관련 이야기를 주요 화제로 삼고 있는 듯 보였다. 이날 예식장 뒤편에 두런두런 앉아서 담소를 나누던 신랑 친구는 ”친구 결혼식이라서 어쩔 수 없이 왔다“며 ”마스크는 원래 안 끼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끼니 나도 껴야할 것 같아서 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휴대로 가져온 손 소독제를 가방에서 꺼내 틈틈히 소독하고 있었다.

식장 관계자는 ”하객이 식을 못 치를 정도로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이긴 하다“고 말했다. 이날은 특히 손 소독제 사용이 늘었다고도 전했다.

결혼식장을 가고 있던 박모씨(31·여)는 ”오늘이 길일이라서 결혼식들이 많았는데 하나만 가려고 한다“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식사할 때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결혼식 초대 메시지에 ‘뷔페가 아니라 한상차림’이라는 문구를 봤다면서도 ”그래도 결혼식에 누가 올 지 모르니 너무 불안하다“고 목소리를 떨었다.

아울러 함께 결혼식에 참여할 예정인 A씨(32)는 ”광화문에서 집회도 하고 있던데 인근 결혼식장에 가게 돼서 너무 불안하다“며 ”결혼식장에 전국 각지의 하객이 올텐데 감염자가 올까봐도 불안“이라고 말했다.

식장 관계자와 결혼식 관계자들은 ”오늘은 (손 없는 날이라) 겨우 잡은 길일일 것“이라면서 ”코로나19가 (전국을) 덮쳐서 안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낮 12시쯤 서울 중구 시청 인근에 있는 예식장에서도 하객이 조금은 줄어든 모습이었다. 식장 지배인은 ”오늘 예식이 코로나19가 터지고 난 뒤 2번째인데 30퍼센트정도 인원이 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신랑 김모씨(27)는 코로나19 확산세에 결혼식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연신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3개월 전에 식을 잡은 거라 어쩔 수 없니 오늘 치르게 됐다“면서 ”나나 부모님한테 오늘 코로나19 때문에 못 올 것 같다고 하객 전화가 많이 왔다“고 아쉬워했다.



 

 
마스크를 한 어린이들이 입구에 구비된 손소독제로 손을 씻고 있다. 뉴스1
마스크를 한 어린이들이 입구에 구비된 손소독제로 손을 씻고 있다. 뉴스1

초·중·고 개학 ‘코앞’… 학부모들 한숨만



“아이 개학이 가까워지는데, 매일 코로나19 얘기가 나오니까 당연히 불안하죠.”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아이 보호를 위해 학교를 보내지 않을 생각도 갖고 있다.

한동안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진정 단계인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지난주부터 걷잡을 수 없게 됐다. 확진자는 시간을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역 사회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0일 비상대책으로 각급 학교의 개학을 1주일 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개학 연기를 결정한 곳은 아직까지 대구가 유일하다. 대구 이외 지역의 교육청은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좋아지면서 개학을 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당황스럽다“며 ”학사 일정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에, 다들 현재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육부도 신중한 태도다.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지난 21일 ”현 시점에서 전국 단위의 개학 연기를 실시할 계획이 없다“며 ”상황 수요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소 소극적인 모습에 일부 학부모들은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치원, 초등학교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좁은 지역에서 가장 면역 체계가 약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것에 대한 불안함을 안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2학년 아들을 둔 신모씨(39)는 ”다음 주면 개학인데 불안하다. 이번에 서초구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는데, 내 아이를 학교에 보내도 되는지 모르겠다. 대구는 개학을 1주일 연기했다고 하는데, 궁금하다. 아이 친구들 엄마들도 똑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최근 신천지 신도들의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신천지 대규교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현재도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송파구의 김모씨(37)는 ”사실 그동안 학교, 학원이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다른 곳보다 위생에 더 신경을 쓰고, 아이가 마스크를 쓰도록 교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신천지 신도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집이 가장 안전한 것 같다. 아이 친구들 부모 중에 신천지 신도가 있을 수도 있고, 선생님 중에 있을 수도 있지 않나“라고 걱정했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맞벌이 학부모는 걱정이 더 크다.

2학년 아들을 둔 정모씨(42)는 ”아내와 함께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할 수 없이 돌봄교실에 보낼 수밖에 없다. 위생에 신경 쓰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불안하고 무섭다. 하지만 일도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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