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충격에 휩쓸렸던 민중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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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충격에 휩쓸렸던 민중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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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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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 산책
강준만 지음 l 인물과사상사 l 각 권 1만3000원
 
 
 2004년 완간한 `한국 현대사 산책’에서 한국 현대사를 훑은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이번에는 근대사를 탐색했다.
 강 교수가 최근 출간한 `한국 근대사 산책(인물과사상사 펴냄. 전5권)’은 1700년대 말 천주교 박해부터 1910년 경술국치까지 100여 년의 시간을 풀어냈다.
 총 5권으로 출간됐으며 ▲제1권 천주교 박해에서 갑신정변까지 ▲제2권 개신교 입국에서 을미사변까지 ▲제3권 아관파천에서 하와이 이민까지 ▲제4권 러일전쟁에서 한국군 해산까지 ▲제5권 교육구국론에서 경술국치까지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새로운 외부문화와 직면한 개화기 조선 사람들의 충격을 그려내고 외국인이 묘사한 근대 조선인의 모습을 전한다.
 1847년 여름 프랑스 군함 두 척이 전라도 앞바다에서 암초에 걸리자 주민들은 군함에서 대포와 총을 건져냈다. 재빨리 창고로 옮기고 문을 걸어 잠근 사람들은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창고 안에서 일주일이 넘도록 `똑딱똑딱’하는 소리가 났다. 마을사람들은 `서양 귀신이 우리 섬을 해치기 위해 도깨비를 떨어뜨려 놓고 갔다’며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였다. 굿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똑딱거리는 소리가 그쳤다. 시계의 태엽이 다 풀어져 소리가 멈췄던 것이다.
 1890년대 후반 조선을 4번이나 방문했던 영국인 여행가 이사벨라 비숍은 “조선 일반 백성들의 존재 이유는 오직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에게 피를 공급하는 것이다”라고 분개했다.
 저자는 당시 양반계층은 `면허받은 흡결귀였다’고 말한다. 왕가에서는 벼슬을 팔아서라도 국고를 충당해야했기 때문에 온 나라에는 탐관오리만 득실거렸다. 벼슬을 돈 주고 샀으니 본전을 뽑고 이익까지 남기려는 것은 당연했다.
 당시 선교사였던 유진 벨은 “지구상에서 그런 억압과 착취를 견딜 수 있는 민족은 오직 한국인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의 근대사 산책은 1910년 8월29일 경술국치에서 마무리된다. 조선왕조가 518년 만에 멸망하던 날 종로거리는 우국지사들의 울분으로 가득찼을까?
 그날 종로거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장사를 하고 먹고 마시는 일상을 잃지 않았다. 반대시위도 전혀 없었다. 일본에 모든 실권이 넘어간 상황이라 체념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병합 전부터 철저한 단속으로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그러나 단지 그런 이유일뿐인까? 민중들에게는 단지 착취의 주체가 바뀐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한양대 임지현 교수의 의견을 소개한다.
 “최근 한일합방 직후 상주에 거주하고 있던 한 양반의 일기 내용이 공개됐는데 양반들이 한일합방이 되자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답니다. 우리는 그 이유를 ’국권상실과 종묘사직을 잃어서`라고 설명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상놈들이 호형호제할까봐 창피해서 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강 교수는 조선왕조의 500년을 `축복인 동시에 저주’였다고 평가한다. 안정된 체제 유지가 축복이라면 그로 인해 축적된 내부모순은 저주였다는 것. 개화기는 외세의 침투·침략이 이뤄진 가운데 그 모순이 폭발한 시기였다.
 그는 “이로 인해 당한 망국의 세월은 저주였지만 이 저주는 다시 한국인에게 새로운 축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심적 터전을 닦게 했다”며 “부끄러워할 것도 많지만 자랑할 것도 많다. 이 책은 개화기 역사에 대한 자위와 자학을 모두 넘어서고자 한다”고 말한다.
 각 권 400쪽 내외. 각 권 1만3000원.
 
 
>> 신간 짧게읽기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 진중권 등 지음. `한겨레21’ 창간 기념으로 올해 봄 진행한 `인터뷰 특강’ 내용을 정리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아노아르 후세인 전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정희진 성공회대 NGO대학원 강사,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학교 교수, 고미숙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 등의 목소리가 실렸다.
 이들이 논한 주제는 자존심이다. 자존심의 존재 미학,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자존심, 이주노동자와 노동의 자존심 등을 키워드로 자존심을 해부한다.
 이들 가운데 고미숙 연구원은 자존심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안에서 벌어지는, 지배와 억압이라는 열등감과 우월감이 반복되는 병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한겨레출판. 316쪽. 1만2천원.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 = 정혜진 지음. 영남일보 기자인 저자가 지구 온난화 시대에 도시와 시민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논했다.
 저자는 기후 변화의 해결책이 도시에 있다고 지적한다. 도시는 지구 표면의 2%를 차지하고 있지만 자원의 75%를 소비한다.
 과도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기후 변화를 일으킨 책임도 도시에 있고, 이를 해결할 능력을 가진 주인공도 도시다.
 저자는 시민들에게 `착하게’ 살자고 제안한다. 시민들이 동참해야만 지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이를 위해 자가용과 헤어지는 연습을 했다는저자의 체험기가 실렸다.
 녹색평론사. 240쪽. 1만원.
 ▲침대와 책 = 정혜윤 지음. 온라인서점의 웹진에 칼럼을 연재한 CBS 프로듀서의 독서기.
 저자에게 책은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라기보다는 현실에서 즉각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고자 전 세대, 전 지역의 현자가 수만 가지 스토리를 동원해 윙크를 하며 인생의 힌트를 주는 것”으로 읽힌다고 한다.
 저자는 우울 때문에 다른 인간을 할퀴고 싶지 않은 날에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거나 재빨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토성 편을 펼쳐 든다고 말한다.
 그리고 수전 손택을 생각한다. 손택은 그녀의 책 `우울한 열정’에서 토성의 영향을 받았다고 스스로 주장한 학자를 소개하는데, 이 사람이 바로 발터 벤야민이다.
 벤야민은 “나는 토성의 영향 아래 태어났다. 가장 느리게 공전하는 별, 우회와 지연의 행성”이라고 고백했다. 책에는 이처럼 저자의 일상 속에서의 책에 대한 지적편력과 감상이 실렸다.
 웅진지식하우스. 240쪽. 1만1천원.
 ▲사람들은 왜 그녀를 사랑할까 = 성연미 지음. 전직 방송사 아나운서 출신으로아나운서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저자가 아나운서들의 자기표현 전략을 적었다.
 음색이나 성량, 음의 높고 낮음, 말의 빠르기, 발음, 포즈 등 아나운서들의 기본기뿐 아니라 다양한 표정, 눈 맞춤, 메이크업, 의상, 헤어스타일 등에 따라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달라보일수 있는가를 여러 아나운서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아라크네. 272쪽. 1만2천원.
 
 
 
>>함께읽는 아동신간
 
 ▲개들도 하늘나라에 가요=(신시아 라일런트 글·그림. 신형건 옮김) 따뜻함과 행복함이 묻어나는 개들의 하늘나라를 그렸다. 개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평온하고, 안락한 하늘나라는 키우던 동물이나 친구를 떠나보낸 아이들의 마음에 안도감을 불어넣는다.
 보물창고. 34쪽. 9500원.
 ▲옛날 옛날에, 끝=(조프리 클로스크 글. 배리 블리트 그림. 김서정 옮김) 말똥말똥 눈을 깜빡이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아이와 이런 아이를 빨리 재우려는 아빠가 밤마다 벌이는 유쾌한 실랑이.
 빨간모자, 잠자는 숲속의 공주, 아기돼지 삼형제 등 익숙한 이야기는 마음이 급한 아빠에 의해 줄거리가 마구 잘리고, 섞이고, 고쳐지며 순식간에 끝난다.
 아이는 과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쉽게 잠이 들 수 있을까.
 열린어린이. 32쪽. 9500원.
 ▲미안 미안, 림보야=(장 필리프 아루 비뇨 지음. 올리비에 탈렉 그림. 곽노경 옮김) 상상력이 풍부한 장난꾸러기 소녀 리타와 게으른 잠꾸러기 강아지 림보가 친구가 된 뒤 처음으로 바닷가에 놀러간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우정을 쌓아가는 둘의 모습을 백사장과 출렁이는 바닷물을 배경으로 정겹게 그려냈다.
 주니어랜덤. 28쪽.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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