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입지 과학·효율·경제성으로 선정돼야
  • 이진수기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입지 과학·효율·경제성으로 선정돼야
  • 이진수기자
  • 승인 202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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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청주 등 4개 지자체 방사광가속기 유치전
유치시 지역 경제·과학기술 획기적 발전 기대
정치논리·지역 균형발전 따른 선정은 실패 가능
포항, 국내 유일 3·4세대 가속기 준공·운영으로
전문인력·기술력·노하우 모두 갖춘 최적의 도시

 

‘빛을 갖는 자 발전을 가져온다.’ 전국 주요 지자체가 ‘빛’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정부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의 입지 선정을 공모방식으로 진행하면서 경북 포항을 비롯해 충북 청주, 전남 나주, 강원 춘천 등 4개 지자체의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치열하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나 양전자 등 전기를 띤 입자를 초전도자석 등을 이용해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뒤 일종의 저장링 속에서 돌게 해 방사광을 방출시키는 최첨단 시설이다.

국내 방사광가속기의 역사는 경북 포항이 유일하다. 포항에는 1995년 준공한 3세대(원형) 가속기와 2016년 준공한 4세대(선형) 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추진하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원형)는 기존 3·4세대보다 효율성과 활용도가 한층 향상된 것으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라 불리기도 한다.

지자체의 유치전이 치열한 것은 가속기 유치에 따른 지역의 경제적·과학적 발전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총 사업비는 1조 원 규모이며, 가속기 유치 시 6조7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지역 내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2조4000억 원이다. 고용창출 효과는 무려 13만700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기간 경제난에 놓칠 수 없는 획기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약 첨단과학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으로 물질의 구조를 분석·연구할 수 있어 생명공학, 신약개발, 반도체, 나노소자, 신소재, 인공지능(IT) 등 기초과학에서부터 응용과학 등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어 거대 과학의 정수라 불린다.

미국이 신종 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단백질 결합구조를 밝혀낸 덕분에 만들 수 있었다.

세계가 최근 코로나19로 감염병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시급성으로 방사광가속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가속기 유치는 지역이 첨단과학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이다.

4개 지자체는 기반시설, 환경요건, 지리적 이점 등을 내세워 자신의 지역이 가속기 최적지라 강조하고 있다.

충북도는 전국 교통의 요충지에 대전 대덕연구단지 같은 과학기술 인프라 구성과 단단한 암석을 갖춘 지질학적 안정성을, 전남도는 대형 첨단연구시설이 전무한 곳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강원도는 수도권 접근성과 지반 안정성을 홍보하고 있다. 물론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방사광가속기 구축 입지는 무엇보다 초거대 첨단장비를 제대로 건설하고, 이를 운용할 뛰어난 전문인력의 존재 여부가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대전에 설치중인 중이온가속기(2018년 착공·사업비 1조4523억 원)가 기술력 문제로 제때 준공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력과 노하우가 없으면 제대로 된 시공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경북 포항은 완벽하다 할 것이다. 포항은 방사광가속기 불모지인 한국에 이미 3·4세대 가속기 건설과 운영으로 우리나라의 첨단과학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30년 가까운 건설 경험과 안정적 운영 능력은 예산 절감에도 한몫 한다. 포항은 전문인력 보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숱한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 예산 절감이라는 네 박자를 모두 갖춘 도시다. 이는 국내 유일이며 세계에서도 매우 드물다.

또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을 비롯해 생명공학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등 20여 개 연구개발(R&D) 기관이 있으며, 가속기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의 핵심인 세포막단백질연구소를 국비로 설립 중이며 차세대 배터리파크도 조성하고 있는 첨단과학산업도시다. 여기에 경주 양성자가속기, 구미의 다양한 반도체 메모리 기업, 대구 의료복합단지가 있는 등 가속기를 기반으로 한 연구성과에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가속기의 지역별 분산보다 ‘집적화’를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타 도시에 없는 이러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가속기 구축 사업의 평가항목과 기준을 기본요건(25점), 입지조건(50점), 지자체 지원(25점)으로 정해 시설 접근성, 배후도시 등 입지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는 충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15 총선 때 전남을 찾아 나주에 가속기 유치를 약속하기도 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국가 첨단과학기술의 경쟁력에 필수적인 기반시설로 구축 입지 선정에 과학성·효율성·경제성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적 논리 또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의 입지 선정은 자칫 가속기 건설 자체 및 향후 운영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과학발전을 후퇴시키는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다.

정부는 7일 방사광가속기가 들어설 우선협상 지역 선정에 이 같은 개념을 관철해야 할 것이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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