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高靈) 대가야 르네상스
  • 모용복기자
고령(高靈) 대가야 르네상스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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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왕국’ 대가야 古都 고령
가야국 최고의 지산동 고분군
700여기 분묘 능선따라 분포
2022년 세계유산 등재 유력
궁성지 등 역사적 흔적 산재
역사정비특별법 국회 통과로
대가야르네상스 점차 현실화

몇 해 전 고령(高靈) 대가야체험축제에 간 적이 있다. 4월 중순인데도 날씨는 더웠다. 포항에서 대구를 경유해 두 시간 이상 걸려 도착한 축제장. 오전인데도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라 겨우 큰길가에 차를 대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축제는 생각 이상으로 볼거리도 많고 체험거리도 많았다.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들과 갑옷을 차려 입은 대가야 병사들이 200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철의 왕국’ 가야의 영화(榮華)를 말해주고 있었다. 대가야는 더 이상 잊힌 고대국가가 아니었다. 목공체험을 하는 아이들의 손끝에서, 활시위를 겨누는 청소년들의 눈빛에서 되살아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령은 대가야의 고도(古都)다. 옛 도읍지답게 발길 닿는 곳 어디에나 대가야의 흔적이 산재해 있다. 그 중 대가야읍 주산에 있는 가야국 최고 고분군인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은 대가야의 위용을 한 눈에 보여준다. 5~6세기에 조성된 최고 지배층 묘역으로 추정되는 분묘 700여기가 능선을 따라 길게 분포해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지표조사 결과 이 일대에 1만기가 넘는 고분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람은 가고 없어도 고분은 남아 대가야의 화려한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지산동 고분군은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규모면에서도 압도적이어서 202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산동 고분군은 대가야 문화의 보고(寶庫)다. 신라와 구분되는 독특한 축조방식과 더불어 순장문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금관·금제품 등 유물도 다수 출토됐다. 지난해 3월에는 여자 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석곽묘에서 가락국(가야) 건국신화인 ‘구지가’를 연상시키는 토제방울이 출토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와 더불어 2017년 6월에는 고령 대가야읍 고령향교 인근에서 ‘대가야 궁성지’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해자와 성벽이 발굴되기도 했다. 이렇듯 수 천 년 간 베일에 가려져 있는 대가야가 속속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고령군은 이에 발맞춰 대가야 복원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야사 연구 및 복원을 넘어 대가야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웅대한 꿈에 부풀어 있다. 역사문화 관광사업을 지역특화사업으로 만들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이러한 꿈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고령의 꿈을 실현시켜줄 첫 단추가 마침내 꿰졌다. ‘역사문화권정비등에관한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지난달 20일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하는 ‘가야 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역사문화정비특별법은 역사문화권별 문화유산을 연구·조사하고 발굴과 복원을 통해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는 한편 이를 체계적으로 정비토록 지방자치단체에 사업비용을 지원하는 법이다. 고령군은 그동안 경북도와 함께 이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지산동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가야 궁성지 유적 발굴·정비, 우륵과 가야금 가치를 재조명하는 역사문화클러스트 사업과 지역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대가야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가야사 연구와 복원은 둘로 갈라진 국민통합에도 절호의 기회다. 낙후된 가야문화권 공동발전을 위해 결성된 가야문화권시장군수협회의회에는 고령군과 성주군을 비롯해 경상·전라 5개 광역시·도, 25개 시·군이 망라돼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가야는 영호남 생상과 동반성장, 나아가 국민대통합을 실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섯 왕국으로 나뉜 가야가 2000년 후 대가야의 고장 고령에서 다시 하나로 통합될 징조를 보이고 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 건국신화에 의하면,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상자에 담긴 여섯 알에서 나온 아이가 각각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됐으며, 나라 이름은 금관가야, 대가야, 아라가야, 소가야, 성산가야, 고령가야였다. 그리고 이들 여섯 왕국으로 이루어진 가야는 동서에 걸쳐 있으면서 서로 도우며 발전했다. 이러한 화합과 협동정신이 대가야 르네상스를 통해 되살아난다면 영호남은 가야 역사문화벨트를 통해 다시 한 생각, 한 문화로 통합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가야 복원사업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에 그 방점이 있다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대가야체험축제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축제는 없지만 대가야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가야인의 숨결을 느끼려거든 고령으로 떠나보라. 주산에 잠든 700여기 속 대가야인들이 깨어나 기꺼이 당신을 반길 것이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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