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폭파한 北, 루비콘 강 건넜나
  • 모용복기자
연락사무소 폭파한 北, 루비콘 강 건넜나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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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 간 화해의 상징인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실상 ‘루비콘 강’ 건너가
추가 군사적 도발 가능성도
개성공단·금강산 일대 등에
병력배치 땐 대결국면 회귀
남북간 긴장감 최고조 달해
北 강압적 행동 내부적 원인
우리끼리 비난 행위 멈춰야
북한은 실체적인 위협 집단
일방적인 구애 더이상 안돼
통일에 대한 환상서 깨어나
생존 위한 대응태세 갖춰야
 

한반도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북한이 남북 간 연락채널을 차단한데 이어 6·15 공동선언 20주년 하루 뒤인 16일엔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마저 폭파시켰다. 지난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 내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가 1년 9월 만에 포연 속으로 사라졌다. 이로써 남과 북 사이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 남과 북이 사실상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두 번씩이나 만나 손을 잡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고 합창했지만 결과는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이날 오후 개성공단 쪽 서부 전선 지역에서는 대형 폭발음과 함께 자욱한 연기가 솟아올랐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지난 13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건물 폭파를 예고한 지 사흘 만에 속전속결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로 미루어 봐서 추가적인 조치나 군사도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화해의 상징적인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개성지역에 설치키로 합의한 후 그해 9월 14일 개성공단에 문을 열었다. 연락사무소는 남북 간 교섭과 연락, 당국 간 회담·협의, 민간교류 지원과 왕래 인원 편의 보장 등 남북교류의 실질적 창구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북한이 연락사무소 내 북측 인원을 전원 철수시켰다 사흘 만에 다시 복귀시키는 등 부침을 거듭했다. 그러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측 대응을 문제 삼아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을 차단하면서 공동연락사무소 연락망은 제 기능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연락채널 차단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통신차단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오늘 당장 복구가 가능하지만 건물을 폭파해 없애버리는 행위는 더 이상 남측과 대화를 할 의사가 없음을 명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남과 북이 마주앉아 대화를 하거나 전화기를 잡는 일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에 대응해 새로운 대북전략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부가 대답 없는 북한에 대해 계속해서 일방적인 구애만 보낸다면 국가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 체면만 구길 뿐 백해무익한 일이 될 것이다.

북한은 연락사무소 폭파에 그치지 않고 한술 더 떠 더욱 강압적인 행동을 취해올 공산이 크다. 지난 9일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키로 한 이후 연락채널 단절, 연락사무소 폐쇄 수순에 이어 본격적인 군사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공개보도 형태로 발표한 보도에서 “북남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행동 방안을 연구하는 데 대한 의견을 접수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는 개성과 금강산 일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가리킨다. 따라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가 군사지대로 복원되고 JSA와 GP에 무장병력이 다시 들어온다면 남과 북은 예전의 대결국면으로 완전히 회귀할 뿐만 아니라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이번에 북한이 취한 행동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우리가 평화정착을 위해 아무리 노력한들 하루아침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적대조치를 강화한 표면적 이유는 남측 탈북민들이 쏘아 보낸 대북전단 풍선이 발단이다. 하지만 10여 년 넘게 계속돼 온 전단 살포를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건 다른 의도가 있음이 명백하다. 이에 대해 여러 설이 나오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한 북한의 초조함이 대남압박 행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 국민의 행동(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을 탓하고, 국민은 정부 대북정책에 비난 화살을 돌린다면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인은 외부의 적에게 있는데 내부에서 서로 총질을 해봐야 우리 자신만 상처가 날 뿐이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신호탄으로 해서 남과 북은 당분간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모세의 기적처럼 강이 갈라지거나 마르기 전에는 서로 테이블을 놓고 마주할 일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상황이 변화한 만큼 그에 따른 대북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 북한의 추가적인 군사도발에 대비하는 한편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대북정책을 다시 촘촘히 짜야 한다. 북한은 단순히 동족(同族)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우리를 위협하는 실체적인 집단이다. 손에 잡힐 듯한 통일은 북한의 도발 앞에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는 일이다. 이제라도 통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깨어나 생존을 위한 만반의 대응태세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이번 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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