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았더니 ‘송이 로또’ 대박 쏟아지더이더~
  • 경북도민일보
열심히 살았더니 ‘송이 로또’ 대박 쏟아지더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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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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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남매 장남으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안해본 일 없어
어렵게 시작한 사과농사, 차츰 시세 좋아지며 재미봐
시련들도 있었지만 10년 전 목공예하며 즐거움 느껴
정동근
결혼식1
죽장 정동근 강원도 이발소

정동근의 포항이야기<39>

포항시 죽장면 상사리 522번지, 포항의 외진 곳 중의 외진 두메산골에서 태어났다.

말이 포항이지 죽장면 소재지까지 가는데는 큰 재(고개)가 있어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곳이다. 그래서 인접해 있는 청송군 도평으로 돌아 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상옥은 아시다시피 첩첩 두메산골이다. 그래서 토지가 부족해 산을 개간해 보리 등을 재배해서 겨우 먹고 살아야 했으며 먹을 것이 부족해 어릴 적에는 하루 세끼중 한 끼는 무조건 굶어야 했다. 나머지 두 끼도 나물죽이나 송이 칡 등으로 연명했다.

어릴 때는 전깃불은 고사하고 촛불도 켤 형편이 못되어 산에서 따온 산초와 들깨로 섞어 만든 난도기름으로 겨우 호롱불을 밝혔다. 또 위치상 병원이나 보건소 등 의료혜택을 보기 어려워 몸이 아프면 육모초 잎이나 쑥물, 양귀비 등 전통적인 민간요법으로 스스로 자가 치료를 해야 하는 곳이 바로 상옥 상사리다.

옛날에 어른이 술을 좋아해 가게가서 술을 살려고 해도 돈이 없어 집에서 밀주를 담갔다가 공무원에게 발각돼 청송 도평까지 달아나기도 했던 웃지 못할 일들도 이 산골에서는 빈번했다.

일도 힘들었다. 나무를 해 와서 숯으로 구워 장에 내다팔기도 했는데 6남매중 장남이어서 어릴 적부터 아버님을 따라 숯구우러 많이도 다녔다. 형제들이 저를 포함해 6명이나 되니 대식구가 먹고 살려고 산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담배농사도 지었다.

먹고 살기가 어렵고 형편도 안 돼 30살이 돼서야 혼례를 올렸다. 이웃에서 중매를 해서 선보러 혼자 처가가 있는 영천 관정까지 갔었는데 상옥에서 새벽밥 묵고 나가서 대구가는 버스로 가다가 영천에 내려 그 집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지났다. 그 집에서 영천 처자 이기란(24)을 모셔 올 수 있었다. 그 집도 2남 3녀, 5형제였다.

그나마 이 골짜기에서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은 중간에 열심히 일해 외지에 집 한 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7살 때 삼촌이 계시는 강원도 태백광산촌에 가서 이발 기술을 배워 10년 가까이 이발일을 하며 번 돈으로 울산에 작은 연립주택 한 채 사놓았다.

결혼해서 울산가서 살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환갑지나 돌아가시고 장남이고 하다 보니 이곳 상옥에 눌러앉게 됐다. 결국 그 집을 팔아 빚 갚고, 동생들 시집 장가 보내고 했으니 큰 도움이 됐다.

여기 상사리에서 본격적으로 농삿일을 시작했는데 쉽지 않았다. 다른 것을 할 게 없고 담배나 고추농사 뿐이었다. 물 때문에 논농사는 아예 소득이 안됐다. 그러다가 25년 전부터 지역특성을 이용해 사과농사를 시작했다.

상사리 사과는 유명하다. 일교차가 커서 새콤달콤 당도도 좋아 다른 지역이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한 맛을 갖고 있다. 융자로 2500평 되는 과수원을 사서 사과농사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시세가 안 좋아 무척 힘들었다. 차츰 시세가 좋아지면서 큰 재미를 봤다.

로또 같은 대박이 산에도 있다. 어릴 때 딴 집에 팔린 옛 문중 산을 “우리 할배들 산인데 싶어” 15년전에 샀는데 여기서 송이가 많이 쏟아진다. 열심히 사니 조상님도 도운 것이다. 산에서는 송이 아니면 나올게 없는데 자연산 송이가 많이 나는 해는 1000만원이상의 수확을 안겨줬다. 밑천 없이 땀도 없이 그야말로 로또가 따로 없다.

반면에 시련도 많았다. 기억조차 하기 싫지만 20년전쯤 과수원에서 예초기를 다루다가 팔을 크게 다쳐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한쪽 팔을 거의 쓰지 못한다. 그렇지만 사람의 의지는 강한 모양이다. 팔을 한 쪽 밖에 쓸수없는데도 산에서 주어오는 관송 나무뿌리를 가지고 목공예를 시작한지 10년이 지났는데 지금은 수준급이다. 집안 가득 손수 다듬은 나뭇조각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고 인적이 뜸해지는 이곳 상사리의 땅도 땀방울이 떨어지면 옥토로 변한다. 그래서 땅은 착하다.
자료제공=콘텐츠연구소 상상·도서출판 아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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