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小食)의 즐거움
  • 모용복기자
소식(小食)의 즐거움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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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往年의 스타를 보며
몸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
小食하면 이로운 점 많아
화를 내는 일이 적어지고
아내와 다투는 일도 적어
음식에 대한 식탐이 없자
자연스레 욕심까지 사라져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식욕에 이상이 발생하듯이
마음과 정신의 메커니즘에
문제 생기면 욕심이 일어
과욕에 눈이 멀게 될 경우
남 입장은 보이지 않으며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소식하듯 욕심 내려놓아야

오늘(22일)은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大暑)다. 그리고 사흘 후면 삼복(三伏) 중 가장 더운 중복(中伏)이다. 바야흐로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지만 다행스럽게도 요 근래 큰 더위는 찾아오지 않았다. 장마전선이 몰고 온 비와 먹구름 덕분이다. 그로 인해 한 달 전 들여놓은 에어컨은 거실 한 구석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기상청은 연일 큰비 소식을 예고했다. 아이 등굣길이며 출근길이 걱정이다. 우산을 접고 차문을 열어야 할지, 차문을 먼저 열고 우산을 접어야 할지 매번 헷갈린다. 최근 들어 등굣길에 꼬맹이 동행자 두 명이 더 늘었다. 항상 그렇지만 비가 내리는 날은 운전대가 더욱 조심스럽다. 또래 세 아이는 뭐가 그리 할 말이 많고 바쁜지 사흘에 한 두 번은 차문 닫는 것을 잊어버린다. 큰비 오는 날은 내 옷이 홀라당 젖는 날이다. 그래도 사이좋게 옹기종기 걸어가는 뒷모습은 더없이 귀엽기만 하다.

요즘은 화를 거의 내지 않는 편이다. 화낼 일도 없을뿐더러 욕심을 크게 내지 않는 덕분이다. 이는 순전히 밥을 적게 먹고 나서부터 생긴 변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핑계로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2~3개월 사이 체중이 4~5kg 가량 불었다. 소파에 앉기보다 눕는 시간이 더 많고 방에 들어가면 등을 바닥에 붙이고 머리는 벽에 기댔다. 쉬는 날 하루 종일 이러고 있으면 아내의 잔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그래도 피곤한 몸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2개월 전 한 텔레비전 프로에 70, 80년대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슈퍼스타가 나와 자신이 걸어온 인생역정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발표하는 곡마다 대히트를 치면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이 여가수는 결혼과 함께 대중들에게서 점차 잊히더니 근래 들어 간간이 좋지 않은 소식만 들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나이 탓인지 좋지 않은 소식 때문인지 꽃같이 아담하고 가냘픈 몸이 바오밥나무처럼 탱탱하게 불었다. 나이가 들수록 몸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보기에 안 좋은 것이 살찐 왕년의 스타만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 더욱 불룩해진 내 배를 보는 순간 아내의 잔소리가 괜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뇌리를 스쳤다. 처음엔 밥을 3분의 1 가량 줄이고 그 다음에 반으로 줄였다. 두 달 가까이 밥을 적게 먹으니 체중이 족히 8~9kg는 준 것 같다. 이젠 소식이 어느 정도 몸에 익숙해져 가끔 술자리에서 먹는 안주를 빼면 많이 먹는 법이 거의 없다.

소식을 하니 여러 가지 이점이 뒤따랐다. 우선 속이 편하다. 과식하면 으레 체하곤 했는데 그것이 싹 사라졌다. 또 음식 투정을 부리지 않으니 아내랑 다툴 일이 반으로 줄었다. 사실 두 달 전부터 아내랑 말다툼을 한 적이 없다. 영양결핍으로 다툴 힘이 없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좋은 점은 식탐하는 버릇이 없게 되니 욕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과 멋있는 옷을 찾지 않게 됐으며, 처자식에게 바라는 것도 줄었다. 이렇게 보면 인간의 욕심이 음식을 갈구하는 데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식욕은 단순히 허기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연적·사회적 환경에 의해 특정한 음식을 선택하려는 2차적 식욕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 뇌에는 식욕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라는 중추신경계가 있다. 그런데 이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면 거식증(拒食症), 다식증(多食症)과 같은 식욕이상이 발생한다.

신경계로 인한 식욕이상과 같이 사람들이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도 마음과 정신적인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과욕에 눈이 멀면 남의 처지가 보이지 않으며 배려와 협력, 상생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오로지 내 이익만 탐하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법이다. 그것이 수많은 주민의 생계와 꿈을 책임진 지자체 수장일 경우 그 여파는 말할 필요도 없다. 소식을 하듯 욕심을 내려놓으면 부수적으로 따라올 이점이 참 많은데 말이다.

반만 채워진 밥공기(空器)를 보며 나머지 반은 무엇으로 채울지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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