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장대호는 소시오패스다
  • 모용복기자
살인마 장대호는 소시오패스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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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의 작은 섬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미국은 일본에 원자폭탄을 터뜨렸다. 그러나 아무도 미국을 전범국가라 비난하지 않는다. 일본이 먼저 미국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한강 토막시신 사건’ 피의자 장대호가 지난달 29일 열린 대법원 상고심 최후진술에서 던진 말이다. 대법원은 “범행수법이 잔혹하고 장씨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원심에서 선고한 무기징역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장대호는 지난해 8월 자신이 일하던 모텔에서 투숙객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토막 살인사건에 국민들은 또다시 치를 떨었다. 하지만 살인사건보다 더욱 국민들을 경악케 한 것은 피의자인 장 씨의 거침없는 태도였다.

한강에서 시신의 몸통이 떠오른 지 닷새 만에 팔다리가 발견되자 장 씨는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그런데 그의 태도는 예의 다른 살인자와는 사뭇 달랐다. 살해동기를 묻는 기자들을 향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살해 및 시신 훼손을 했을 뿐 아무 잘못이 없다”고 했다. 또 방송사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등 너무나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과 타인에 대한 동정심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소시오패스 특성을 보인다고 했다. 소시오패스는 목적 달성이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 평소에는 순한 양처럼 행동하고 친절을 베풀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선 비도덕적이고 잔인한 행동이나 심지어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합리화하며 후회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사이코패스가 충동적이고 즉흥적이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순간적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는데 반해 소시오패스는 감정조절이 뛰어나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어쩌면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사이코패스보다 계산적이고 치밀해서 잘 드러나지 않는 소시오패스가 더욱 위험한 존재라고도 볼 수 있다.

살인마 장대호의 당당함에 한편으로 놀라면서도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논리적이기까지 한 궤변에 매료된 사람들마저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반사회적인 인격장애를 가진 소시오패스의 특징에 불과하다. 보통의 경우 피해자가 반말을 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고 해서 살인을 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두 사람 간 다툼 이후 2시간이나 지난 후 잠자는 피해자를 찾아가 둔기로 살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까지 한 행위는 어떠한 요설(妖說)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일이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한 최후진술도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장 씨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행위를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에 투영해 정당화하려 했다. 즉 상대가 먼저 공격을 가해왔기 때문에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억지주장이요 궤변이다.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폭투하를 한 것은 단순히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수많은 나라를 찬탈하고 갖은 악행을 저지른 전범국가였다. 또한 미국에 대해서도 엄청난 피해를 안겨줬다. 당시로선 이러한 악랄한 전범국가에 대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원폭투하였던 것이다. 물론 18만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끔찍한 살상무기 사용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세계 국가 정의실현이라는 차원에서 미국의 행위는 용인되고 이해될 소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장대호의 행동에는 ‘정의’라는 단어가 들어갈 틈이 안 보인다. 그는 항소심 재판 중 구치소에서 작성한 회고록에서 자신은 ‘책임감이 강하고 업무 수행능력이 뛰어나며 성실한 숙박업소 매니저’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양아치가 장대호에게 행패 부리다 둔기에 맞아 죽은 사건’이라고 했다. 즉 양아치를 처단한 것이 정당한 일이기 때문에 반성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면에 반말을 하고, 나이가 어린 데도 버릇없이 굴고, 조선족이라고 해서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의 말대로 피해자가 양아치라고 해도 타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거나 사회적으로 크나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은 이상 물리적 방법으로 그를 처단해선 결코 안 될 일이다. 더군다나 목숨을 뺏는 행위는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장대호는 ‘양아치’가 자신에게 행패를 부린 행위가 ‘죽을 짓’이라고 했다. 살인의 원인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정의 실현이 아닌 자기 본위주의에서 나온 발상이다. 자기가 피해를 입으면 법이 아닌 자신이 심판자가 돼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곧 정의라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장 씨와 같은 소시오패스들이 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특수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일반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즉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정의 실현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겐 법이 없기 때문에 장 씨처럼 언제든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등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 특히 성공지향과 경쟁을 통해 최고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분위기에 편승해 소시오패스는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의 5% 가량이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한다.

소시오패스가 지배하는 사회, 법의 몰락이요 사회정의의 실종이다. 가정이 파괴되고 교육이 무너진 곳에서 후천적 인격장애를 가진 소시오패스들이 생겨난다. 이들의 발현을 막기 위해선 가정이 바로서고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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