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려면 지피지기하라
  • 손경호기자
승리하려면 지피지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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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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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손자병법의 ‘모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원문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적을 알지 못하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며, 적을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한다(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이다. 통상 지피지기 백전백승(百戰百勝)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 말은 백전불태를 변형해 사용한 말이다.

지피지기하면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 신화가 떠오른다. 세계 해전사에 전무후무한 전승신화이다. 이로인해 장군은 전쟁의 신으로 추앙받는다. 더구나 장군은 나라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열악한 전장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장군은 육군에서 해군으로 전과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인가, 이순신 제독인가 하는 명칭 논란도 있다.

장군은 비록 육군에서 해군으로 바뀌었지만 지피지기했기에 백전백승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거북선도 장군이 발명한게 아니고, 학익진도 장군이 만든 전술이 아니다.

특히 학익진은 육지에서 기동력이 뛰어난 기병들이 행하는 주요한 진형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초에 일렬횡대인 일자진(一字陣)으로 있다가 적군이 공격하면 중앙이 뒤로 물러나고, 좌우의 부대가 앞으로 가 좌우에서 적군을 반원 형태로 포위 공격하는 형태이다. 육군에서 사용하던 학익진을 수군에 적용한 것이 바로 지피지기이다. 조선 수군이 해상에서 기동력이 뛰어나 학익진을 사용해 일본군을 가운데로 몰아 각종 화포에 의한 집중적인 사격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러한 학익진의 핵심원리를 일부에서는 ‘화력의 제곱비’로 설명하고 있다.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화력 사용의 효과를 최대한 극대화 하기 위한 전술이 바로 ‘학익진’이라는 것이다.


2020년 대한민국에 또다른 23전 23승의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부동산 불패 신화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23전 23패라는 전무후무한 굴욕을 맛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는 조사결과가 12일 나왔다. 지난 3년간 불로소득을 ‘악’으로 규정하며 23번의 부동산과의 전쟁을 치른 결과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최근에는 행정수도 이전하자며 또다시 부동산과 전쟁중이다. 하지만 결과는 세종시 집값만 폭등시켰을 뿐이다. 이 정도면 부동산정책을 손댈 때마다 폭등시키는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종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면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 대신 모두 임대아파트로 공급하는게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23전 23패의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 승률이 50%도 않되니 자신들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백전백패는 결국 적도 모르고, 자신도 모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보안업체 에스원은 한때 대도(大盜) 조세형을 이사급 자문위원으로 영입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조씨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예비 경찰 간부들에게 ‘범죄학’ 특강을 하기도 했다. 보안업체가 예비경찰간부가 대도의 특강을 듣는 게 바로 지피지기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섣부른 정책 남발보다는 복부인·투기꾼 등 이 분야 전문가의 조언을 듣거나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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