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 근간 흔드는 사회 악(惡)이 된 종교
  • 모용복선임기자
법치 근간 흔드는 사회 악(惡)이 된 종교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0.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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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 역할 해야 할 종교가
법치주의 근간 흔드는 일 자행
정치적 야욕 위해 종교 이용하는
羊頭狗肉 종교인이 판치는 세상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초래한
종교시설이 이번엔 재확산 온상
차를 몰고 교외(郊外)로 향하던 중 아내가 말했다.

“언젠가 방송에서 한 외국인이 나와 한국은 참 대단한 나라라고 말하던데요.”

“왜?” 내가 물었다.

아내의 대답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 외국인이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렀다. 그런데 다른 테이블에서 먼저 식사를 마친 손님이 휴대폰을 놔둔 채 식당을 떠났다.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건 이 때부터다. 그 손님이 자리를 뜨고서 한참이 지났는데도 테이블 위에 휴대폰은 그대로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식당 안에 있던 어떤 손님도 그 휴대폰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 외국인은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며, 심지어 선진국인 자기 나라에서조차 휴대폰이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참 대단한 국민이라고 놀라워했다고 한다.

아내는 그 이유를 ‘도덕성’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 한 번 생각해봐. 우리 어릴 적 초등학교 다닐 때 교실에서 소지품이 분실되는 일이 많았잖아? 그래서 선생님이 모두 눈을 감으라 하시고서 물건 가져간 학생은 조용히 손을 들라고 한 경험 당신도 있지? 또 길거리에 돈이나 물건이 떨어져 있으면 가져가는 일이 다반사였지? 그러면 그 땐 도덕성이 부족해서 그랬을까? 나는 아니라고 봐. 오히려 도덕성은 지금이 그 때보다 더 없을지도 몰라. 이건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그만큼 법질서가 확립돼 있어 국민들이 법에 저촉되는 일은 삼가려는 시민의식의 발로(發露)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아.”

장황한 설명에 아내는 조금 짜증을 내면서도 한편으론 수긍을 했다.

“하기야 법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 도덕성이 있다고도 할 수 없겠죠. 광복절 집회를 하지 말라고 했으면 안 해야지 기어코 강행하는 바람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늘었다잖아요. 나도 교인이지만 그 사람들 정말 이해할 수 없어.”

과거엔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세력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손에 거머쥔 군부(軍部) 독재나 불법시위를 주도해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는 집단이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의 안녕과 국민행복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할 종교가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목적 달성을 위해 불법적인 수단이 정당화 될 수 없는데도 종교를 이용해 정치적 목적이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양두구육(羊頭狗肉) 종교인들이 판치는 것이 대한민국 종교계의 현주소다.

입춘(立春)이 지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가을 대유행’ 예고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웃국가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일 확진자 발생이 10여명 대까지 떨어지는 등 비교적 안정국면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초래한 종교시설이 이번엔 또다시 재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구속 수감 중 보석으로 풀려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 목사뿐만 아니라 그가 담임 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발(發)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어제(18일) 현재 이 교회 관련 확진자는 438명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에 의한 감염증 확산이다.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이 교회를 다녀간 교인은 4000명이 넘는다. 보건당국은 이들에 대해 진단검사 이행명령을 내렸지만 1000여명은 연락조차 닿지 않아 사실상 방역에 구멍이 뚫린 상태다. 이들이 각지에서 온 방문자이고 보면 감염증 전국 확산은 시간문제다.

그저께 포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인 40대 여성이 도주 4시간 여 만에 경찰에 붙잡히는 일이 벌어졌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했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안동의료원 이송을 앞두고 있던 이 여성은 이날 가족과 몸싸움을 벌인 후 도주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이동경로를 추적한 끝에 인근 공원에 있던 여성을 붙잡아 당국에 인계했다. 또 어제는 사랑제일교회 예배 참석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파주병원에서 격리치료 중이던 50대 평택시민이 병원에서 도주한 일까지 발생했다. 몰상식적인 종교인들의 무법성(無法性)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여성 확진자 도주사건으로 인해 포항은 지금 초비상이다. 수개월 동안 지역감염자가 나오지 않아 일상복귀 채비를 서두르던 시민들은 다시 불안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회규범과 법질서를 우습게 아는 일부 종교인들의 일탈행위가 심각한 사회혼란을 초래한 것이다. 물론 감염증 확산이 종교시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엄중한 재난상황에서 국민 마음을 안정시키고 사회적인 통합을 도모해야 할 종교가 오히려 통합을 저해하고 국민을 불안케 한다면 사회 악(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세력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용납돼선 안 된다. 휴대폰을 식당에 놓고 와도 잃어버리는 일이 없으며, 돈 뭉치를 택시에 두고 내려도 찾아주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범죄 걱정 없이 밤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전 세계에서 치안(治安)이 가장 잘 확립된 국가가 또한 우리나라다.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법치주의 확립 덕택이다. 앞의 외국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선진국이라고 해서 치안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법을 지키려는 시민의식이 없으면 아무리 배(腹)에 기름이 차고 넘쳐도 휴대폰은 찾을 수 없다. 그 세상을 지금 일부 몰지각하고 반사회적인 종교가 허물려 하고 있다. 절대 용납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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