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빅토리아 여왕과 남편 앨버트공이 이 곳을 방문했다. 선물용 손수건을 진흙탕위에 깔아 왕실 손님들이 밟고 지나게 했더니 이 손수건들이 눈깜짝할 사이에 비싸게 팔려 나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1965년 개통된 알프스 몽블랑 터널은 당시로서는 세계 최장인 11.8㎞란 길이로 이름값을 드높였다.시쳇말로 인기짱이던 이 터널은 1999년 큰불이 일어나자 화재터널로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대형 냉장트럭이 갑자기 불길에 휩싸인 화재사고로 39명이나 희생됐기 때문이다.
그뒤 대피소 37곳,연기 배출구 116개를 만들어 2002년 다시 개통했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를 200㎞나 단축시킨 지름길의 대가치고는 혹독했다.
마치 천당과 지옥사이를 오간 꼴이다.
이번엔 영덕군 지품면 신양리 앞을 지나는 7번 국도의 60곒짜리 터널이 이름때문에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1년8개월 동안 23억원이나 들여 뚫은 이 터널의 이름을 `피암(避岩)’이라고 지은 것이 말썽의 빌미다.공사 관계자는 “낙석 사고가 많은 곳이어서 바위를 피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운전자들은 오히려 겁먹은 표정을 짓는 다는 것이다.주민들 또한 “좋은 이름 다 놔두고 하필이면 피암이 뭐냐”고 마뜩찮아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자연스럽게 `신양강변터널’로 하자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라고 한다.
그러잖아도 요즘은 개명 신청이 줄을 잇는 세상이다. 집안 어른들이 좋은 뜻으로 이름을 지어줬으련만 본의와는 관계없이 발음때문에 놀림감이 되는 탓이다.땀흘려 만든 터널이 놀림감이 되느니 서둘러 이름을 바꾸고 `낙석 경고판’을 따로 세우는 게 좋겠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