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의 추억
  • 모용복선임기자
과메기의 추억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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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과메기 가격 급등
원료인 꽁치 공급 부족 때문
최근 원양어선 꽁치 공급으로
과메기 생산에 차질 없을 듯
올겨울엔 술자리와 모임 대신
가족과 함께 맛·영양 우수한
과메기 실컷 맛보는건 어떨까
며칠 전 김장을 담그는 날이었다. 우리 아파트 근처에 볼일이 있어 처남 부부가 잠시 들렀다. 손에는 과메기 두 팩이 들려 있었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과메기 애호가인 나는 올 겨울 들어 처음 맛보게 되는 과메기가 여간 반갑지 않았다. 또 과메기를 핑계로 소주 한 잔을 곁들여도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갈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그래 아직 본격 과메기 철이 아니니 가격이 좀 비싸지?”

“스무 마리 한 팩에 3만5000원 줬는데 조만간 4만원으로 오른다고 하던데요.”

처남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1만5000원, 2만원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떻게 갑자기 이만큼이나 가격이 올랐는지 의아했다. 혹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 아닌가도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이라면 식당이나 술집에 손님이 줄어들어 오히려 가격이 내려가야 마땅하다. 그러면 무엇 때문일까?

의문은 금세 풀렸다. 내 궁금증을 알기라도 한 듯 처남은 그 이유를 들려줬다. 포항시 북구 양덕동에 있는 친구 건어물 가게에서 과메기 두 팩을 샀다. 한 팩은 우리에게 주고 다른 한 팩은 부모님께 드리기 위해. 그런데 과메기 가격이 너무 비싸 그 까닭을 물으니, 꽁치가 잡히지 않아 과메기 수급이 부족한 때문이라는 건어물 가게 주인인 친구의 설명이었다. 원료인 꽁치 공급이 부족하니 과메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젠 겨울철 서민들의 기호식품인 과메기조차 마음껏 먹을 수 없는 세상이 된 듯해 씁쓸했다.

예전엔 꽁치가 참 흔했다. 겨울철에 꽁치만큼 즐겨 먹던 생선도 드물었다. 시래기와 된장을 듬뿍 넣어 끓인 찌개는 며칠에 한 번 꼴로 밥상에 오르고,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꽁치구이를 먹는 날도 많았다. 이따금 처마 밑 새끼줄에 매달린 반쯤 마른 꽁치를 쏙 빼내어 쇠죽 가마솥 장작불에 올려놓고 호호 불어가며 구워먹던 때도 있었다. 아버지가 시뻘건 장작을 해쳐가며 구워주신 과메기를 곁에 앉아서 먹노라면 이 때 만큼은 멀게만 여겨졌던 아버지가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많던 꽁치는 다 어디로 갔을까? 꽁치가 사라지게 된 원인은 환경과 조업 영향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다가 더워졌기 때문이다. 꽁치는 한류성 어종이기 때문에 찬 바다를 좋아한다. 그런데 동해 일대의 수온이 높아지면서 꽁치가 오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온상승으로 인해 주먹이인 크릴새우가 급감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무분별한 남획도 꽁치를 사라지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대형 어선에서 큰 그물을 펼쳐 꽁치를 쓸어 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물량을 중시해 크기나 품질에 상관없이 싹쓸이로 꽁치를 잡아 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꽁치 씨가 마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과메기는 애주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겨울철 별미다. 가격에 비해 맛과 양이 다른 안주에 비해 월등하므로 단 돈 몇 만원이면 기분 좋게 술 한 잔 걸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 과메기가 ‘금메기’가 된 탓에 애주가들의 겨울이 더욱 춥고 쓸쓸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과메기 애호가들과 애주가들의 근심을 날려줄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꽁치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서 원양어선들이 북태평양에서 잡아 올린 꽁치를 부산항에서 하역해 포항으로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달 중순까지 3000t이 넘는 꽁치가 공급될 예정이라니 이만한 양이면 올해 과메기 생산에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따라서 가격도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차가운 바닷바람과 햇살에 얼렸다 녹이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말린 것으로 쫀득한 식감과 특유의 향이 일품이다. 맛과 향뿐만 아니라 얼렸다 녹이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영양도 풍부해진다. 과메기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심혈관 질환 예방과 두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칼슘이 풍부해 어린이의 성장과 노인들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부담 없는 가격에 맛과 영양을 두루 갖춘 음식인 과메기만큼 친(親)서민적인 음식도 없을 성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지금, 이번 겨울엔 술자리나 모임 대신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과메기를 실컷 맛보는 것이 어떨까?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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