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에겐 분노하지 않는가
  • 모용복선임기자
왜 그들에겐 분노하지 않는가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0.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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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출소에
국민들 공분 이해하고도 남아
검찰의 無知로 잘못된 법적용
성범죄에 대한 관대한 판결이
조씨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내
내년 악질성범죄자 잇단 출소
두고두고 철창속에 있어야 할
잔혹 성범죄자 활보하는 사회
“한국 사법부, 성범죄자에 관대”
외신보도 부끄러운 줄 알아야

 

모용복 선임기자.
지난 12일 새벽 서울 남부교도소에서 조두순이 출소했다. 12년 전 초등학생 여아를 무자비하게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형을 마치고 풀려난 것이다.

조 씨 출소를 앞두고 남부교도소 앞 정문에는 전날 밤부터 수 십 명이 밤샘 대기를 했으며, 12일 오전 조 씨를 태운 차량이 교도소 정문을 나서자 시위대는 도로에 드러눕고 달걀을 던지며 격렬히 항의했다. 보호관찰소에 도착해선 더 큰 혼란이 빚어졌다. 100여명이 일제히 달려들어 차량을 공격했으며, 일부 시위자는 차량 위에 올라가 발길질을 하고 돌로 창문을 내리찍기도 했다.

조두순을 향한 국민적 공분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과연 그 분노가 조 씨에게만 향해야 할까? 저지른 죄에 비해 턱없는 형량을 내려 피해자를 두 번 울리고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든 사람들도 비난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조두순과 같은 괴물을 만들어낸 장본인들인지도 모른다.

2008년 12월, 조두순은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교 1학년생인 나영이를 교회 안 화장실로 납치해 무자비하게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 이로 인해 나영이는 항문과 대장, 생식기의 80%가 영구장애로 살아가야 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처럼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조 씨에 대해 당시 재판부는 심신미약감경을 적용해 12년 형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조 씨는 강간치상죄 등 18건이나 되는 범죄를 저질렀으나 그 때마다 음주를 이유로 가벼운 형을 받았다. 특히 1995년 저지른 폭행치사의 경우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이 인정돼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조두순의 상습적인 음주 범죄를 판사들이 부추겼다는 비난을 듣는 이유다.

검찰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2008년 당시 경찰은 조두순에게 성폭력특별법상 강간상해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발생 5개월 전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강간 상해죄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조두순에게 성폭력특별법이 아닌 형법상 강간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법 개정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조 씨는 특별법이 아닌 형량 하한선이 낮은 일반법인 형법으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검찰은 재판과정에서도 공소장 변경을 통해 잘못된 법 적용을 바로잡지 않았으며, 판사가 조 씨에게 12년 형을 선고한 후에도 항소를 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검찰의 무지와 태만이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고 난 후 너무 낮은 형량을 두고 “법 적용이 잘못됐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감찰이 이뤄졌지만 결국은 생색내기에 그쳤다.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고작 ‘주의’ 처분만 받았고, 공판검사와 안산지청장은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그 때나 지금이나 하등 달라진 게 없다.

조두순뿐만 아니다. 그보다 더한 악질 성범죄자들이 내년에 줄줄이 출소한다.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우리사회에 ‘쇠방망이’보다 더한 충격파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5월부터 그해 9월까지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상대로 인면수심의 연쇄 성범죄를 저질러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근식도 내년 9월 형기를 마치고 시민 곁으로 돌아온다.

범행 당시 그는 이미 전과 19범으로서, 미성년자 성폭행 범죄로 5년6개월 동안 복역한 후 출소한 지 16일 만에 또다시 잔혹한 성범죄를 저지른 구제불능의 범죄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범행을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한다”는 이유를 들어 15년 형을 선고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10대 5명을 상대로 연쇄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이모 씨도 내년 4월 출소한다.

비록 조두순처럼 ‘스타’는 아닐지 몰라도 이들의 범죄 전력은 조 씨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러면 이들의 거주지에도 경찰이 대응팀을 꾸려 순찰을 돌며 CCTV를 빼곡이 설치해 24시간 철통감시를 벌여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 전역이 성범죄자들을 감시하는 경찰들로 가득찰 지도 모른다. 두고두고 철창 속에 있어야 할 잔혹 성범죄자들이 활보하는 사회, 대한민국은 가히 성범죄자들의 낙원이요 천국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한국 사법부가 화이트칼라 범죄자와 성범죄자에 유독 관대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고 지적한다. 과연 틀렸는가?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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