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용과 반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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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용과 반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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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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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은 모든 사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과 그것이 나타내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자연과학 중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제일 먼저 체계화된 학문이다. 복잡하고 난해한 역학과 수학 공식이 주류를 이루는 물리학은 쳐다보는 것만으로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지만 깊이 숙찰해보면 사람의 심리적 작용과 일치하는 법칙이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인류역사상 학계와 대중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사람 중에 1명으로 손꼽히는 아이작 뉴턴의 ‘물체의 운동에 관한 3가지 법칙’ 중에 제3 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가 꼭 그러하다.

어떤 물체에 힘을 작용시키면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의 힘이 동시에 발생한다. 다이빙대에서 내리누른 힘만큼 사람을 밀어 올린다든가, 벽을 향해 공을 던지면 공에 가한 힘의 세기만큼 다시 튕겨 나온다. 일상생활에서 이와 같은 예를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물리적 법칙이 사람 간의 관계에도 여지없이 통용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는 우리 속담과도 기가 막히게 일치되지 않는가. 이 속담을 세밀하게 해석하면 내가 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 상대방도 똑같이 대응해 온다는 의미이다.

사람의 감각기관은 외부를 향해 열려 있다. 귀는 밖에서만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눈은 바깥의 풍경만 본다. 단 한치도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상대가 내게 하는 반응만을 인식한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잘못이 없고 상대가 잘못되었다고 여기며 책망하거나 억압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곧바로 반작용의 법칙이 발동되어 반격한다. 예를 들면 퇴근한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집안을 둘러보며 짜증난 표정으로 언성을 높이며 ‘집안이 왜 이렇게 지저분해. 온종일 집에서 뭐 하는 거야’라고 하면 아내는 바로 앙칼진 목소리로 이렇게 반응한다 ‘나는 뭐 하루종일 노는 줄 알아. 빨래하고 애들 돌보느라 얼마나 바쁜 줄 알아’라고. 이렇게 부부사이의 정은 떨어지고 관계는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되면 모든 게 미워 보인다. 이와 반대로 ‘당신 집안일 하느라 많이 힘들었지. 바빠서 청소도 못 했구나. 옷 갈아입고 도와줄게’라고 하면 아내는 필시 ‘아녜요. 당신도 힘들었을 텐데 옷 갈아입고 쉬세요. 제가 할게요’라고 할 것이다. 그런 모습에 서로를 의지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는 견고해진다. 자녀에 대한 교육도 마찬가지다. 공부하라고 소리치고 통제하려 들면 더 강하게 반발한다. 직장동료나 친구들과의 관계도 매일반이다. 내가 양보하고 겸손하면 상대방도 그렇게 된다.

당신 자신을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이 당신을 어떤 모습으로 대하는지 살펴보라. 그 사람들이 당신을 대하는 모습이 바로 당신 자신의 모습이다. 당신이 작용한 대로 반작용으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이 꼬이고 관계가 틀어지면 먼저 자신을 살펴봐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오직 성찰 속에서만 가능하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나뭇가지가 휘지만, 휘어진 가지는 제자리로 돌아가려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 모든 행위에는 언제나 작용과 동등한 반작용이 작용한다. 내가 선하게 하면 선한 것이 오고, 내가 악하게 하면 악한 것이 온다. 내가 부드럽게 하면 부드러운 것이 오고, 내가 귀하게 여기면 상대도 귀하게 된다. 내가 그것을 아름답게 생각하면 그것은 아름답게 된다. 많은 오류와 실패를 겪은 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검증된 물리적 성립은 인적으로도 명징한 삶의 원리였었다’라고. 이철우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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