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선거공약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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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선거공약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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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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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유명 연예인이 물의를 일으키며 층간소음이 새삼스럽게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국민 60%가 아파트에 사는 시대에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문제였다. 그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관심이 없다. 2004년 신축공동주택 바닥 슬라브 두께를 210mm로 규제하기 전에 지어진 아파트가 70% 이상이라고 한다. 즉, 국민의 최소 42%가 잠재적으로 층간소음 문제에 연루된다.

우선 지난 16일 이 층간소음으로 발생했던 살인사건을 다룬 기사의 댓글을 유심히 보았다. 댓글 중에 층간소음은 살인충동을 부른다는 것이 있었다. 놀랍고 섬뜩한 것은 이 댓글에 가장 많은 ‘좋아요’가 붙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층간소음에 관한 인터넷 민심을 널리 한번 살펴보았다.

문제는 심각했다. 층간소음에 관한 기사와 댓글에 등장하는 고충 호소와 분쟁 사례로만 본다면 우리 사회는 완전히 황폐화 되었고 기본적인 예의나 이웃에 대한 배려라고는 전혀 없는 인성이 바닥인 사람들로 꽉찬 사회다. 코로나로 재택이 많아진 것이 상황을 악화시킨 것 같다. “해결 방법이 없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기사나 댓글을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갖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심지어는 ‘보복’이 가장 인기있는 방법이라고도 한다. ‘덪에 같혀’ 악순환을 시작하는 것이다.

피해 가구가 가해 가구에 층간소음을 항의하면 “내 집에서 내가 사는데”라든지 “애를 묶어 둘까요?”가 가장 많은 반응이고 심지어 “아파트가 원래 그러니 이사 가시라”는 반응도 꽤 겪는 모양이다. 항의에 대해 추가로 보복성 소음을 유발하는 가해자도 있다. 여기서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없으니 해결은 더 어려워진다. 정신질환이 있거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이 문제가 겹치면 불행한 사고가 난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웃픈 사례도 있다. 아래층의 층간소음 항의에 몰염치하게 대응하던 가해자가 자기 위층에 ‘강적’이 나타나자 경찰에 신고까지 한 것이다. 심야가 아닌 정상 시간에 나는 생활소음 때문에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직접 부딪치는 것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거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로서는 집주인이 아니라면 이사 나가는 방법이 유일한 체념적 해법 같다. 그러려면 예기치 않은 비용이 발생하고 특히 요즘은 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가장 중요한 해법은 건설회사들이 사회적 책임 이행의 일환으로 법정 요건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시공하는 것이다. 건축법이 이에 도움을 주어도 좋겠다. 이익 때문에 이 문제를 소홀히 했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금부터라도 이행하기 바란다. 글로벌 첨단기술의 한국 기업들이 마음먹으면 이 문제 해결 못할 리 없다. 한 재벌 회장은 젊은 시절 미국 유학 때 본인이 피해자가 된 경험이 있어서 계열 건설사에 법과 관계없이 기술개발과 철저한 시공을 챙겨놓았다.

사실 이렇게 한다고 해도 한계는 있다. 신축 아파트는 이미 강화된 규제에 맞게 시공되고 있고 층간소음 문제도 덜하다. 오래전에 지어진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건설사나 건축법이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제자리다.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시민의식만이 답인데 그에 필요한 해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댓글은 “층간소음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라는 내용이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정부나 국회의원들에게 영향을 줄 만한 사회적 요청의 에너지가 생성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는 서울 시장 선거에 층간소음을 선거공약으로 내놓은 경우도 아직 못 본 것 같다. 그러나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본인이 직접 겪지 않았어도 애꿎은 국민들끼리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어 서로 싸우고 미워하게 하는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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