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과 배추 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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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과 배추 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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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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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총인구는 5163만 명. 총가구 수 2050만 호. 총주택 수는 1863만 호. 이 중 아파트는 1083만 호. 거주 비율 61.4% 수준으로 꾸준히 상승추세다. 1960년 주택 총조사 집계 이후 가장 높다.

층간소음은 물론 벽을 타고 내려오는 온갖 방음(防音)과 방진(防塵) 및 생활 소음 등 이제 아파트가 소음(騷音) 천국인 셈이다. 이웃 간의 문제해결, ‘무조건 윗집의 배려와 양보’만 요구하는 건 옛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시대’와 재택(원격)과 근무(수업)가 증가돼 지난해 말 기준, 층간소음 피해 민원 신고 건수가 지난 2019년 대비 61%나 급증했다.

이 문제는 곳곳에서 이제 전 국민을 크게 괴롭히는 ‘심각한 갈등과 불신의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물론 어제와 오늘의 갑작스러운 문제는 결코 아니다. 공동주택 관련의 해묵은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이미 곳곳에서 엄청난 대단지와 고층화로 속속 바뀌고 있는 아파트 위주의 한국식 주거문화. 편리성과 폐쇄성의 양 날개가 공존한다. 층간소음은 물론 이웃사촌(?) 간의 불신과 두꺼운 장벽과 경계. 우리의 공동생활 터전에 오래전부터 드리워진 이미 예상된 무서운 그림자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더욱 커지고 있다. 늦었지만,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시범적(기술적)으로 지어진 아파트도 있다. 국토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중이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산하 기관들의 층간소음 차단구조 인정 업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기존 검사방식(아파트 건설사의 바닥 구조를 시험 제작해 시공 전 층간소음을 측정)을 새로운 검사방식(아파트가 실제로 지어진 다음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올 한 해 동안 아파트 층간소음 관련 실태조사를 한 뒤 오는 2022년 상반기에 층간소음 평가 기준 등을 확정, 하반기부터 사후 측정방식을 현장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럼 지금까지는 도대체 층간소음의 평가 방법과 기술 개발에 대해 관련 부처와 건설사 및 학계는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것인가? 꼭 신축용 아파트만 이런 행태를 적용해야 하는가? 이전의 아파트 층간소음 해결책도 함께 제시되어야 하지 않은가?

무엇이든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면, 종종 양은냄비처럼 순식간에 펄펄 끓는다. 금방 해결될 것 같은 온갖 정책과 대책들이 잠시 봇물처럼 쏟아지고 사라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종종 선거용 표만을 계산(?)하는 급진적 아젠다요, 반(反)시장적이고 비(非)현실적인 대중인기영합주의 포퓰리즘이 아닌가? 더 큰 이슈가 나타나면 금방 망각되기 일쑤다.

관련 부처들은 사회적 해법 찾기에 중·장기적으로 골몰해야 한다. ‘라멘 방식’과 ‘무량판 구조방식’이던, ‘기둥식 구조’와 ‘층상 배관’ 방식이건 간에 우리 민초(民草)가 어이 다 알 건가? 결국은 이러다 문제해결이 안된 채, 또 고스란히 분양가 인상으로 종종 귀결된다. 특히, 층간소음이 아파트 주거문화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런 이유다.

층간소음 분쟁 해결단계와 과정도 큰 문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을 통한 층간소음 중재 제도.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관리사무소는 ‘층간소음 발생 중단과 차음 조치 정도만 권고할 수 있고, 입주자는 이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는 게 실태다.

한편, 욕실과 화장실,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배수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층간소음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 제1항).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 사이 센터>도 상담을 받고 현장에 나가 소음을 진단해 준다. 그러나 지역과 인력의 한계로 겨우 코끼리 다리 만지기 정도로 종종 봉착된다. 끝내 이웃 간의 층간소음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은 어느 일방(一方)이 이사해야 상황이 마무리되는 게 현실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 뉴욕주는 가해자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고, 위반 횟수에 따라 벌금액은 점차 높아진다. 호주나 독일은 임대차 계약서에 시간별로 소음허용 및 규제 항목이 정확하게 명시된다. 관리사무소가 가해자에게 경고 후, 경찰은 가해자에게 바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약 17~34만 원 정도).

필자는 오래전에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회장)를 9년여 맡은 바 있다. 지역의 사례를 보자. 대구·경북지역의 유수 아파트위탁관리회사 ‘동우CM(주)’. 이 회사는 특히 층간소음의 관리·중재 능력을 수 차례 높이 평가받은 바 있다. 동사의 대표(창업자)는 이른바 학문적인 현장 중심의 이론과 오랜 현장실무를 겸비한 아파트위탁관리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 이유는 곧 ‘불합리한 현행 공동주택 관련 법규와 제도에 대한 부단한 개선 의지와 노력, 만학(晩學)의 석·박사 학구열과 현장 중심의 집요한 문제해결과 중재 능력이 큰 노하우’인 셈이다. 이게 곧 창업자 조회장의 실천경영 철학이요, ‘입주자와의 진정한 소통과 투명한 층간소음 해결 프로세스 토탈시스템 구축, 무한 신뢰를 통한 실천경영이 역내외에서 높이 평가받는 큰 이유다.

필자의 40년여 아파트 생활을 돌아보면, 결국은 아직도 ‘이웃간의 배려와 양보가 법보다 먼저 해결되는 빠른 지름길’이라는 생각이다. 배추 이파리에 삼겹살과 막걸리를 함께 할 때면, 종종 생각나는 게 있다. 우리네 공동주택(아파트) 삶도 ‘서로에 대한 세심한 양보와 배려’로 ‘배추 이파리’처럼 넉넉해질 수는 없을까?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왜냐하면, 늘 이웃사촌이요, 층간소음의 피해자(被害者)가 곧 가해자(加害者)이기 때문이다.

김영국 계명대 벤처창업학과 교수·경영학박사·Saxoph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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