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강한 포항 그 힘은 시민정신
  • 모용복선임기자
위기에 강한 포항 그 힘은 시민정신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0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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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돋보기
검사 개시 이틀만에 6만여명 동참
초기 부정적 반응서 긍정평가 늘어
시민 참여정신·포항시장 뚝심 더해
코로나소탕 대작전 성공적 마무리
모용복 선임기자.
포항시가 전국 최초로 시도한 ‘코로나 소탕 10일 대작전’이 막을 내렸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한 1가구당 1인 이상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지난 4일 끝났다. 이 행정명령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와 시의회, 시민이 혼연일체가 돼 혼란을 일찍 잠재우고 성공적으로 진단검사를 마무리해 방역도시 포항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항시는 도심밀집지역에 대해 1가구 당 1명 이상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의 모험을 걸었다. 타 지역 종교 단체 관련 접촉자가 검사를 피해 숨는가 하면 최근 목욕탕 발(發) 연쇄감염이 잇따른데 따른 고육지책에서 나온 특단조치였다.

시는 지난해 말 구룡포 지역에서 소주방 발(發) n차 감염이 확산하자 지역 주민과 방문자에 대해 코로나 전수조사를 벌여 총 1만1809건 검사로 감염자 50명을 찾아냈다. 이 전수조사로 구룡포 확진자 사태를 조기에 잠재우는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포항에서 목욕탕발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자 이강덕 시장이 행정명령의 칼을 빼 들었다. 구룡포에서 거둔 성공사례에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이 시장이 “선제적·공격적 검사 없이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로 했다”고 밝힌 대목에서 그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진단검사가 시작되자 대혼란이 일어났다. 첫날 선별진료소마다 한꺼번에 몰려 든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뤄 검사를 받는데 2~3시간이 걸리는가 하면, 드라이브스루 검사소에 늘어선 차량행렬은 7번 국도 명절 풍경을 방불케 했다. 결국 이 시장은 시행 이틀만에 머리를 숙여 시민들께 사과했다. 하지만 검사 개시 이틀만에 무려 6만여명이 검사장을 찾았다고 하니 포항시민들의 참여정신은 참으로 대단하다.

지난달 26일 새해 첫 포항시의회 임시회 마지막 날, 본회의장을 찾은 이강덕 시장은 코로나19 가구당 검사 행정조치에 대해 의회에 보고했다. 행정명령 발령 이튿날 이뤄진 사후보고에 대해 시의회는 발끈했다. 의원들은 전체간담회에서 ‘시의회 패싱’ ‘섣부른 행정’ 등 다소 격앙된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시의회는 재난상황을 감안해 포항시의 조치를 이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9일 열린 의장단·상임위원장단 긴급 간담회에서도 가구당 검사 개선책 제시와 함께 적극 협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포항시가 시의회를 통한 여론수렴 과정만 거쳤더라도 초기 혼란상황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지진 재난도시 수장답게 이강덕 포항시장의 대처는 민첩했다. 코로나 검사에 대한 시민불편과 민원이 고조되자 곧바로 정해종 시의장을 만나 대책을 협의하고 보완조치를 담은 개선책을 내놨다. 선별진료소를 늘리고 검체요원도 증원했다. 시민편의를 위해 지역 내 의료기관과 병행검사를 실시했고 선별진료소 내에 방한대책도 마련했다. 전광석화 같은 개선조치 덕에 검사는 점차 안정적으로 진행됐고 민원도 잦아들었다. 첫날의 불편과 혼란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긍정적 분위기로 변했다.

미담도 잇따랐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별진료소마다 자원봉사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포항의사회는 의료지원 활동으로 신속한 검사를 도왔으며 자생단체들은 문진표 작성, 거리두기 안내 등을 통해 시민 불편을 덜었다. 무엇보다 이번에 검사장 최일선에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해준 의료진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처럼 각계각층이 적극적으로 동참한 덕에 열흘간 실시된 코로나 진단검사는 무사히 마무리 됐다. 일부에서는 가구당 검사를 두고 비용과 노력에 비해 확진자 수가 너무 적게 나온 게 아니냐라는 냉소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진단검사는 많은 확진자보다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숨은 코로나 공포’로부터 시민들을 해방시킨 것은 이해타산으로만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행정명령은 이강덕 포항시장의 뚝심과 시민정신이 만들어낸 승리로 귀결된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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