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권위는 어디에서 옵니까
  • 뉴스1
당신의 권위는 어디에서 옵니까
  • 뉴스1
  • 승인 2021.0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월 21일 조 바이든이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희생자가 44만명이나 된다. 세계 전체 사망자의 5분의 1이나 되는 숫자다. 이 사실은 미국이 이전 트럼프 정권 아래 주도해온 ‘미국우선주의’와 ‘자본지상주의’에 대한 심각한 경고다.

조 바이든이, 리더로서, 육체적 쇠약해지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미국을 회복해야 어려운 임무를 맡았다. 그가 과연 분열된 미국을 통하고 치유하며, 미국을 코로나19라는 험난한 바다를 항해해야만 하는 인류에게 등대가 돼 줄지, 자못 궁금하다.

지난 취임식의 꽃은 레이디 가가의 미국 국가 열창이나 컨트리가수 가스 브룩스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노래가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조 바이든의 취임 연설도 나를 감동시키지 못했다. 단연 압권은 ‘우리가 올라가야 할 언덕’(The Hill We Climb)이란 시를 읊은 23살 시인 어맨다 고먼이라는 흑인 여성이었다. ‘여성’이라는 칭호보다는 ‘소녀’라고 불러야 할 만큼 가냘픈 존재였다.

그는 눈부시게 하얀 블라우스 위에 샛노란 코트를 입고 곱슬머리를 한껏 뒤로 올려 넓적하지만 빛나는 붉은색 머리띠로 단단하게 묶었다. 작고 앳돼 보이지만 아마조네스 여전사와 같이 강인하고 친절하며 의연했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은 진심이었고 그 진심은 내 마음속에 감동의 씨를 뿌렸다. 그의 손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의 손처럼 우아했고, 날씨가 추워 그의 초콜릿색 뺨에 흐르는 눈물은 나의 눈물이 됐다.

고먼의 권위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전 세계인이 긴장해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는 이·취임식에서 그의 몸과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고, 그의 목소리는 희망과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적은 시를 또박또박 정열적으로 읽어 내려갔다. 우리는 권위를 흔히 타인이 과도하게 부여한 직함을 자기 것으로 착각해 남용할 때, 그것이 무서워 마지못해 충성을 바칠 때 나오는 괴물로 알고 있다. ‘권위적’이라는 형용사는 부정적이며 강압적인 의미를 품고 있으나, 인간이라면 그런 힘을 소유하기를 본능적으로 갈망한다.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효과적으로 발현되고 실현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권위다. 권위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은근히 생기는 어떤 것이다. 그 시작은 자신이 누구인지 깊이 알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할 때 슬며시 등장한다. 그런 의미의 권위는 긍정적이며 친절하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의 말과 행동을 주시하고 따르게 된다.

‘권위’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오소리티’(authority)는 로마 시대 리더들의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이었다. 이 영어단어는 라틴어 ‘아우토리타스’(auctoritas)에서 유래했다. 아우토리타스는 로마의 리더가 대중을 이끌 수 있는 힘의 원천인 명성이었다. 이 명성은 대중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이다.

아우토리타스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축출해 낸 학자는 20세기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다. 아렌트는 권위의 기원과 유지의 비밀을 연구했다. 그는 18세기 미국이라는 신생국가를 건설하는 미국 국부들이 유럽의 절대왕정권력과 대항하는 개념으로 아우토리타스를 찾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이 단어를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처럼,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창조주’로 해석했다. 이 단어에서 파생한 영어단어 ‘오서’(author)는 창의적인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저자’ 혹은, 우주라는 창조한 ‘창조주’라는 의미를 지니게 됐다.

그런 권위는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신이 부여해야 그런 권위가 생기는 것인가? 신약성서 ‘마르코의 복음’ 1.21-28에 예수가 공적인 삶을 살기 시작한 후, 사람들을 가르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예수는 제자들은 가파르나움으로 들어갔다. 마침 안식일이 돼 예수는 회당으로 들어가 가르쳤다. 그러자 사람들이 놀란다. 이 장면은 복음서 저자는 이렇게 기록한다.

“사람들은 그 가르치심을 듣고 놀랐다.

그 가르치시는 것이 율법학자들과는 달리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권위’를 의미하는 그리스 단어 ‘엑수시아’(eksousia)는 도덕적이며 영적인 힘을 의미한다. 이 단어를 다시 분석하는 그 의미를 축출할 수 있다. ‘엑수시아’는 ‘-로부터’를 의미하는 전치사 ‘에크’(ek-)와 ‘존재’ 혹은 ‘본질’을 의미하는 ‘우시아’(ousia)의 합성어다. 우시아는 고대 그리스 철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출발해 후대 그리스도교의 신학을 담는 핵심 단어가 됐다.

우시아는 한 사물이나 사람이 그것을 다른 것과 구별시키는 ‘그것이 되도록 만드는 어떤 것’이란 의미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사람만이 지닌 특성이 바로 우시아다. 사람들 간에도 ‘나’라는 1인칭 존재가 ‘너’라는 2인칭, 혹은 ‘그’라는 3인칭과 구별되는 어떤 독창적인 특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시아는 나라인 인간의 생김새, 이름, 지문, DNA, 성격과 같은 것이다.

당시 유대인들은 청년 예수에게 ‘권위’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 권위란, 예수라는 개인이 자신이 반드시 시도해 완수해야 할 유일무이한 임무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에 몰입하는 기운이다. 그 기운은 흐르는 물과 같이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으로 흘러간다. ‘권위’란 자신의 존재의미를 깊은 묵상을 통해 깨닫고,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묵묵히 행할 때 저절로 흘러나오는 아우라다.

그는 바이든 취임식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 흑인 소녀는 조상이 노예였고 홀어머니가 키웠습니다. 그 소녀는 (2036년)에 대통령이 될 꿈을 품습니다. 지금은 그 대통령(조 바이든)을 위해 스스로 시를 읊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당신은 권위를 어디에서 찾고 있습니까? 우연히 부여된 직함으로 타인을 업신여기며 권위를 부리고 있습니까? 아니면, 신의 형상으로 창조된 자기-자신이 누구인지를 탐구해 자신만의 개성을 연마하고 있습니까? 세상에는 권위를 남용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권위를 발굴하고 연마하는 자는 드뭅니다.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