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市長)과 의회(議會)
  • 모용복선임기자
시장(市長)과 의회(議會)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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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代議하는 시장과 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 세력
힘의 불균형으로 파열음 많아
지방자치 제도로만 완성 안돼
단체장·의회·주민 조화 이뤄야
포항시 민생경제 대책 발표장
이 시장-정 의장 나란히 참석
시민에게 희망과 믿음 심어줘
포항시-시의회가 써 내려가는
새로운 지방자치역사 큰 기대
모용복 선임기자.
시장(市長)과 의장(議長)은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관계다. 지방자치라는 한 배를 탄 두 장(長)은 속한 위치는 서로 다르지만 주민을 위해 행정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통 목적을 지닌다. 또 지방정부의 장과 의회는 직접선거로 선출되며, 수평적 견제와 균형을 통해 주민을 대의(代議)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지방 정부와 의회는 외형적으로 중앙 정부와 국회의 축소판이다. 하지만 지방의회 기능은 국회에 비해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지방 정부와 심각한 불균형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힘의 불균형은 의회의 견제장치를 약화시켜 지방자치단체장이 더 큰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지자체장이 제약 없이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순기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좋을 때의 얘기지 독단에 흐르게 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 이로 인해 현재 전국 곳곳에서 지방 정부-의회 간 불협화음이 노정(露呈)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선 이 두 기관이 한편으론 서로 협력하고 다른 한편으론 견제와 감시기능이 충실히 작동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불균형 상태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물리적인 힘의 균형을 수평상태로 재조정한다고 해서 불균형이 하루아침에 해소되지는 않는다. 국가권력의 전횡을 막기 위해 헌법을 통해 삼권분립(三權分立)을 명시하고 있지만 중앙정부와 국회간 힘의 불균형이 여전히 존재하듯이 말이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가 있다 해도 실행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바꿔 말해서 비록 법과 제도가 미비하다 해도 실천하기에 따라 충분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지방자치, 지방분권은 단순히 법과 제도로만 완성되진 않는다. 지역발전과 주민복리를 위한 단체장들의 협력과 의지, 주민 협조,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에만 가능하다. 이에 대한 가능성을 최근 포항시와 시의회의 사례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설 명절을 사흘 앞둔 지난 8일, 이강덕 포항시장은 코로나로 인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골목상권 부활과 민생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취약계층 보호와 골목상권 및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단기전략과 함께 중장기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제시했다. 100조원에 달하는 경제유발효과와 12만개 일자리 창출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이뤄내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이다. 앞서 전국 최초로 ‘1인 1가구 전수검사’ 행정명령으로 코로나19 선제 대응에 나선데 이어 전국 최대 규모 민생경제 챙기기를 통해 방역과 민생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복안이다.

그런데 이날 민생경제 대책이 발표된 시청 브리핑룸에는 이 시장과 함께 정해종 시의장이 나란히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설을 앞두고 도내 지자체들이 앞다퉈 민생경제대책을 발표했지만 행정부와 지방의회 장이 나란히 모습을 보인 것은 포항이 유일하다. 이런 풍경이 아주 없는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속도전을 지향하다 보니 중앙도 지방도 어느 순간부터 협치는 실종되고 대책과 발표만 난무하고 있다.

포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달 25일 코로나19 가구당 전수검사 발표회 때 이 시장 옆에 선 사람은 의장이 아닌 감염병대응본부장과 수화통역사였다. 확산하는 코로나 감염증 차단과 숨은 확진자를 찾아내기 위해선 시간과의 싸움이 관건이다 보니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의회와 사전협의를 거쳐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주민불편을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민원이 잇따르자 이 시장은 신속히 의회와 협의를 통해 개선책을 내놨으며, 불편사항을 잠재우고 전수검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러한 학습효과가 이번 민생경제 대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 의장은 포항시 민생대책에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혔다. 민생지원과 경제활성화 대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집행부의 포괄적인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했다. 많은 예산이 드는 현안사업은 의회의 협조 없인 추진이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발표회장에 이 시장과 정 의장이 함께 모습을 보인 것은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심어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아 포항시장과 시의회가 써 내려가는 새로운 지방자치 역사에 대한 기대가 크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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