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잃어가는 최후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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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잃어가는 최후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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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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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으로 인간은 매우 나약하다. 태어날 때부터 보살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로서 오랫동안 양육기간과 교육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독립적 존재로 생활할 수 있다.

약한 육체적 조건을 가진 인간은 태곳적부터 약육강식의 환경 속에서 본능적으로 자기보전을 위해 집단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문명이 형성되고 발전되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그 말은 생물학적 조건으로서도 필연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집단생활을 하게 되면서 일부 구성원들이 질서를 어지럽히고 안녕과 평화를 파괴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했다. 일반적인 관습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더 엄격한 통제수단이 요구되어 강제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이 태동하게 되었다.

오늘날 법에 대한 정의(定義)는 질서를 지키고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정의(正義)를 실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강제력이 수반되는 사회적 규범 또는 관습을 말한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람이나 무력이 아닌 법의 기능을 국가통치원리로 삼고 있으며 우리나라 헌법도 법률에 의한 행정의 실질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사회권과 경제적 자유의 공공성을 규정함으로써 법치국가의 원칙을 채용하였다.

법은 국가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기본 골격으로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그 누구일지라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원수가 눈앞에 있을지라도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법은 과연 만인 앞에 평등한 것일까. ‘성문법은 거미줄과 같아서 가난한 자와 약한 자를 엉켜 매어 붙잡지만, 부자와 권력자는 쉽사리 찢고 나와 버린다’ 는 아나카르시스의 말이 요즘처럼 꼭 들어맞는 때가 있었을까.

근래 들어 상식과 공정성을 벗어난 사법부의 판결을 목도하고 있는 국민들은 마음속에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법부에 대한 국민신뢰도가 27% 수준밖에 안 된다는 보도를 보았다. 또한 김도읍 국회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부터 재판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진정 및 청원접수 건수가 2배 이상 대폭 증가하였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국민 불신이 확산되는 근본원인은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하는 판결 때문이다. 판사도 사람인지라 오판을 할 수 있으나 부정하거나 불공정한 판단을 하면 안 된다. 이는 곧 사법부의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판사에게는 주어진 무거운 짊만큼 사회적인 높은 권위가 따른다. 재판정에서 판사가 입장하면 모두 일어서서 존중과 경의를 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판결이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신분이 독립된 법관이 재판을 통해 선언하면 그것이 곧 법이 되어 집행된다. 죄의 유무와 경중과 시비를 따진 판사의 결론에 따라 자유를 잃기도 하고, 재산을 몰수할 수도 있으며, 생명까지 박탈할 수도 있다.

사법부는 입법부, 행정부와 함께 국가권력구조 3축의 한 축이자 법치주의를 지키는 최후보루이다. 그 정점에 고도의 정직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대법원장이 있다. 취임 초부터 이념적 편견과 편향성을 의심받고 있는 가운데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와 관련해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사법부에 대한 국민신뢰도는 부러진 날개처럼 추락하고 있다. 대법원 앞에 길게 늘어선 근조화환에 국민의 민심이 잘 묻어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0%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관이 정직하지 않다고 여기게 되면 내려지는 판결을 불신하게 되고 법치주의는 파괴된다. 코로나 시국 속에 하루하루를 우울하고 위태롭게 살아가는 국민들은 이런 정국을 바라보며 그저 한숨만 짓는다. 대다수 국민들은 두 가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내가 만약 어떤 부자나 권력자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여 법에 호소했을 때 공정하고 정당한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것과 또 하나는 ‘법관이 사회적으로 가장 기품 있고 권위 있는 부류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과연 맞는 것일까’라고.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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