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탁주 한 사발에 반해 10년째 기북 산골짜기서 ‘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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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탁주 한 사발에 반해 10년째 기북 산골짜기서 ‘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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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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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자 : 정광욱, 채록자 : 이한웅
우연히 마신 막걸리 한잔에 반해
잘다니던 회사 사표 내고 사업 시작
물 좋은 터 찾다 기북 산골짜기 도착
마을 감싼 산세 ‘대박’느끼며 터잡아
고비도 여러번… 잡초 근성으로 버텨
사장과 공장장
정광욱 대표
옹해야 공장
양덕동 주점
기북은천치

“아무리 잔재주를 부려봐도 기북 산골짜기의 맑은 물을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포항시 북구 기북면 관천리 산자락 아래에서 막걸리를 빚어내고 그 부산물로 식초, 비료를 만드는 주식회사 청슬. 회사차량 마다 이런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해발 678m의 태화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려 지하 바위 속에 있는 물을 퍼 올려 만드는 이 회사 제품에는 그 누구도 범접 못할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정광욱씨(46)는 10년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북면 관천리 산 아래 막걸리 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장과 공장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 근무하는 (주)청슬의 대표인 그가 이 산골짜기에 터를 잡고 10년째 꿈을 키워가고 있는 이유는 방금 뽑아낸 옹해야 탁주 한 사발처럼 구수하다.

정씨는 포항의 바닷가 흥해읍 죽천리에서 멸치어장을 하는 부모님의 2남1녀중 막내로 태어나 한동대학교에서 국제정치와 경영학을 공부하고 군복무까지 현역으로 제대한 대한민국 표준남이다.

학교를 졸업한 정대표는 포항철강공단의 중견기업에 취업해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다. 또 회사 내에서도 해외 기술영업파트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초고속 승진에 전도가 창창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이 기북 산골짜기에서 막걸리사업을 하게 된 것은 10년전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통 술장사의 경우 특히 막걸리사업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가업형태로 시작하는데 정대표는 전혀 엉뚱한 이유로 막걸리사업에 필이 꼽혔다. 출근과 퇴근이 반복되는 회사생활에 염증이 나기 시작할 ‘마(魔)의 3년차’때 우연히 일간신문에서 발견한 막걸리 광고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침 친구 집에 갔다가 얻어 마신 막걸리 한 잔이 입가에 군침을 돌게 할 때였다. 그리고는 서서히 미친 듯, 홀린 듯 막걸리에 취해갔다.

잘 나가던 작장생활을 접을 무렵, 혼자만 사표를 낸 것도 아니다. 3살 위의 상사와 3살 아래의 부하직원까지 포섭해 패키지로 동반 집단사표를 내는 바람에 회사 주요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의기투합한 삼총사의 퇴직으로 회사의 해외 기술영업라인에 큰 타격을 입은 그 회사 사장님은 막걸리공장 공사장에 수시로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회사 복귀를 권했지만 이들의 막걸린 막걸리 사업 질주엔진을 멈출 수는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던진 정대표는 6개월가량 전국의 유명한 막걸리공장을 방방곡곡 찾아다녔다. 강릉에서 부터 충청도와 부산 등 발길 닿는 대로 찾아다니다가 막걸리의 맛은 역시 물이 좋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포항의 남과 북구를 가로지르며 골짜기 마다 찾아다녔다.

물 좋은 곳을 찾아 헤매던 중. 기북면 관천리까지 발길이 닿았다.

2010년 기북면 소재지 초입에서 태화산 아래 이곳 관천리를 보는 순간.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 땅을 파보지도 않았는데 마을 뒤를 감싼 기북의 산세가 너무 온화하게 느껴졌고 이곳에서 사업을 하면 반드시 ‘대박’을 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확신은 곧 현실로 이어졌다.공장부지앞은 해발 600m가 넘는 태화산에서 흘러내리는 개천이 있었고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은천저수지도 있었다. 그래서 물이 풍부하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지하수 시추기를 들이대자마자 단 하루 만에 지하 105m에서 수압 좋은 암반수가 터져 올라왔다.

그렇게 주식회사 청슬의 막걸리사업은 2010년10월 포항시 기북면 구관길 245번길 40번지에서 시작됐고 그 다음해 5월, 회사의 대표 상품인 옹해야 막걸리가 출시되었다. 공장이 돌아가자 시내쪽에 일반 애호가들이 찾아와 신선한 막걸리를 막볼 수 있는 주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양덕동 자택근처에 “옹해야 주점” 문도 열었다.


이처럼 바다에서 자란 정대표가 꼭 산 아래에 공장 터를 잡은 것은 막걸리의 맛을 결정하는 물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에 대해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대대로 죽천에서 멸치어장을 하는 어부의 아들이었지만 산과의 인연도 특이했다.

하나에 미치면 물불을 안 가리고 빠져드는 정대표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산에 미쳤다.

주말이면 산악동호인들과 전국의 명산을 두루 섭렵하고 다녔고 특히 설악산에서는 19박20일동안 텐트를 치고 암벽과 빙벽을 번갈아 타며 아예 산에 살았단다. 1996년1월6일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어느 날, 좋아하던 가수 김광석이 죽었다는 뉴스도 설악산으로 가던 속초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들었다.

그 때 20일간의 혹독한 빙벽타기는 해외원정 등정까지 목표로 한 지옥같은 전문 산꾼들의 훈련이었다. 훈련 초반에 바위에서 떨어져 앞니가 다 나가고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되었지만 그해 겨울 20일 동안의 설악산 생활은 지금의 그를 한번 시작한 사업은 끝까지 승부를 보겠다는 ‘독한 사업가’로 단련시켰다.

그 질긴 근성 탓에 사업은 고비를 넘겨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늦게 귀하게 얻은 쌍둥이 남매가 어린이 집 다닐 때가 되면서 아내가 양덕동 주점을 전담하고 정대표는 새로운 제품개발에 몰두 할 수 있게 됐다. 또 사업초기에는 20병들이 막걸리 박스가 하루 50~60박스 나가는데 고작이었고 이틀에 하루씩 공장을 돌렸지만 지금은 매일 250박스 이상의 막걸리가 포항과 경주는 물론이고 인근 대구와 울산의 대리점으로 공급된다. 제품도 다양화 고급화 되었다.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대표브랜드 ‘옹해야’를 포함해 전통 누룩막걸리와 계절별로 출시하는 장기 산딸기막걸리 그리고 강황막걸리와 동동주 외에 월월이청청 등 약주. 그리고 경북도농업기술센터와 공동개발한 산딸기 약주 ‘나 봄’도 밪어낸다.

10년 동안 휴일도 쉬지 않고 달려온 정대표는 요즘 사업이 안정화되자 기북의 물로 만든 제품을 더 멀리 해외사장으로 보낼 궁리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막걸리사업은 공장장에게 전담시키고 공장 한편에 연구장비들 두고 막걸리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이용해 식초와 퇴비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해마다 봄만 되면 유통기한이 지난 막걸리를 100짝씩 사가서 퇴비를 만드는 동네 어르신과 또 막걸리 식초를 만드는 아주머니를 통해 사업다각화의 아이템을 찾은 것이다.

막걸리 식초는 ‘본초’로, 퇴비는 ‘옥비’로 이름까지 짓고 2020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막걸리도 아이스박스용기에 넣어 전국시장에 인터넷으로 본격 판매할 계획이다.

옹해야 막걸리도 원래 바닷가라는 포항의 지역성을 넣어 옹해(海)야로 출시했으나 인터넷 검색등 브랜드 강화를 위해 최근 옹해야로 바꾸고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회사이름도 2020년 10월에 바꿨다.

막걸리는 유통과정의 특수성이 있어 쉽지 않더라도 기북의 산에서 내려온 물로 만든 막걸리 부산물 식초와 퇴비라도 외국시장에 내놓고 싶은 그의 욕심이 기북면 관천리에서 벌써 익어가고 있다. 막걸리 옹해야 처럼~.


자료제공=경북기록연구회·도서출판 아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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