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칠곡할매 손글씨로 만든 글꼴 일냈다
  • 박명규기자
‘삐뚤빼뚤’ 칠곡할매 손글씨로 만든 글꼴 일냈다
  • 박명규기자
  • 승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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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한글 깨친 칠곡 할머니
손글씨로 만든 ‘칠곡할매글꼴’
인쇄물로 활용돼 전국서 화제
백선기 군수·공무원 명함 제작
모바일·컴퓨터 등 폰트로 배포
우리한글박물관서 상설 전시
자신들의 글씨체가 쓰인 팻말을 들고 기념 촬영중인 칠곡할매들. 왼쪽부터 김영분(74), 권안자(76), 이원순(83), 이종희(78), 추유을(86) 할머니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깨친 칠곡 할머니들의 글씨체로 제작한 ‘칠곡할매글꼴’이 전국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칠곡할매글꼴이 명함 제작에 사용 되거나 포장지, 현수막 등의 각종 인쇄물에 활용되고 있다. 또 경주시의 핫플레이스인 황리단길에 내걸리고 한글과 컴퓨터에 정식 글꼴로 탑재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칠곡할매폰트 홍보대사에 방송인 출신 정재환 성균관대 교수가 나서고 충주시 우리한글박물관에 전시되는 등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칠곡군은 지난해 12월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친 할머니 400분 중 개성이 강한 글씨체를 선정해 글꼴로 제작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직후 태어나 한글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의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인문해교육의 성과를 점검하고 한글 문화유산으로 기록하기 위해서다.

폰트는 글씨체 원작자의 이름을 딴 △칠곡할매 권안자체 △칠곡할매 이원순체 △칠곡할매 추유을체 △칠곡할매 김영분체 △칠곡할매 이종희체 등 5가지다. 할머니들은 자신의 손글씨가 영원히 보전된다는 설명에 한 사람당 2천 여 장씩, 총 1만 장에 글씨를 써가며 글꼴 제작에 정성을 들였다.

폰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할머니들을 힘들게 한건 영어와 특수문자였다.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영어와 특수문자의 경우 작업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이때 가족들이 할머니들의 일일강사로 나서 폰트가 완성될 수 있었다.

주민들은 “폰트를 보자마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저 보다 글씨를 더 잘 쓴다”,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난다”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칠곡할머니들의 글꼴은 칠곡군 홈페이지에서 무료 배포하고 있으며 트루타입(TTF)과 오픈타입(OTF) 두 가지다. 휴대폰, 태블릿 피시 등의 모바일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한 글꼴을 배포할 예정이다. 칠곡할머니는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에도 또 하나 값진 문화유산을 만들어내며 문화의 수혜자에서 공급자로 우뚝섰다.



△ 칠곡할매글꼴 국민적 사랑과 관심 쇄도

칠곡할매글꼴 사랑은 글꼴을 만든 칠곡군에서 시작됐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다섯 명의 할매 글꼴 주인공의 서체로 다섯 종류의 개인 명함을 각각 제작했다. 칠곡군 공무원들도 각자 선호하는 칠곡할매글꼴로 명함을 만들고 있다. 공직자에서 시작한 열풍이 민간으로 번지고 있다. 칠곡군 주요거리에는 할매글꼴로 제작한 현수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민간단체에서 자발적으로 현수막을 할매글꼴로 제작한 것이다. 칠곡군 자영업자들은 칠곡할매글꼴로 포장지를 만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칠곡할매글꼴은 ㈜한글과 컴퓨터가 제작한 한컴 오피스 프로그램 탐재를 위한 최종 승인 절차를 밝고 있다. 이르면 오는 6월부터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애용하는 한글프로그램에서 칠곡할머니들의 글꼴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칠곡군은 오는 10월 한글날을 맞아 칠곡할매글꼴 작품공모전과 백일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오른쪽) 관장과 정승각 그림책 작가(사진 좌)가 칠곡할머니 서체로 제작한 표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칠곡할매글꼴 박물관과 영남 최고의 핫플레이스에 등장하다

칠곡 할머니 글꼴이 국내 최초의 한글 전용 박물관에 전시됐다. 충주시 우리한글박물관은 칠곡할머니 글꼴로 제작한 표구를 상설 전시하고 있다. 또 칠곡 할머니 글꼴에 담긴 숨은 이야기와 제작 과정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안내책자를 비치하고 오는 5월 별도의 기획전을 가질 예정이다.


또 최근 경주시의 핫플레이스 ‘황리단길’에 칠곡할머니의 글꼴로 제작한 가로5m, 세로10m의 대형 글판을 학교 본관 외벽에 내걸렸다. 대형 글판에는 칠곡할머니 권안자 글씨체로“지금 너의 모습을 가장 좋아해”라는 응원 문구가 적혀있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황리단길 셀카 명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칠곡할매글꼴 홍보대사로 위촉된 방송인 정재환 교수

△ 방송인 정재환 ‘홍보대사’ 나서

방송인 출신 역사학자로 한글문화연대를 만들어 우리말글 사랑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정재환 성균관대 교수가 칠곡할매글꼴을 알리는 홍보 대사로 나섰다. 정 교수는 칠곡군과 함께 할매글꼴 홍보는 물론 다양한 행사와 강의를 통해 성인문해교육을 알리고 한글사랑운동을 펼치고 있다.



△ 칠곡할매의 도전은 계속된다

칠곡군은 2008년부터 마을별로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인 문해교육을 한글을 배우는 것은 물론 시도 쓰고 있다. 칠곡할매들을 세상에 알린 건 2008년부터 마을별로 운영 중인 칠곡군 ‘성인문예반’이다. 칠곡군은 할머니들이 지은 시 98편을 묶어 첫 시집을 내게 됐다. 이 시집이 이른바‘대박’이 났다. 시중 서점에 권당 정가 9000원에 내놨는데 2주일 만에 다 팔렸다. 순수한 시골 할머니들이 진솔한 시작으로 바라본 그들만의 세상에 독자들이 매력을 느낀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할머니들은 1권에 이어 3권까지 시집을 냈다. 시집 3권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모두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2019년에는 칠곡할매시인들의 한글사랑과 애환을 소개한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개봉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칠곡할매시인들은 시집, 영화, 글꼴에 이어 편지글을 묶어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 칠곡할매 이야기, 스토리 문화관광상품 육성

백선기 군수

백선기 칠곡군수는 “칠곡할매들은 그동안 배우고 깨친 한글로 시집과 글꼴뿐만 아니라 할머니 연극단, 빨래터 합창단, 할머니 인형극단 등 마을별로 특성을 살려 배우지 못한 설움을 떨쳐버리며 제2의 인생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성인문해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펴낸 시집 ‘시가뭐고’는 완판행진을 이어가며 7쇄까지 발간됐다”며 “2016년 할머니 시집 2권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에 이어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가 발간되는 등 세간의 화재를 모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칠곡군 평생학습의 하나인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깨친 할머니의 이야기를 스토리 문화관광상품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군수는 “지난 10년간 자치단체로는 최초로 인문학과 성인문해교육 등의 평생학습을 행정에 접목시켜왔다” 며 “이를 통해 군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이웃 간, 세대 간 소통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지역사회에 확산시켜왔다”고 전했다

이어 “평생학습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넘어 영화, 시집, 칠곡인문열차, 인문학 마을축제 등이 문화관광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칠곡군의 신성장 동력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하나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인과 함께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칠곡군을 방문해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칠곡인문열차’와 칠곡 인문학 마을의 특성과 개성을 살린 주민주도형 마을 축제인 ‘인문학 마을축제’ 등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며 “칠곡만의 경쟁력과 스토리를 갖춘 인문학과 평생학습을 칠곡의 대표 문화관광상품으로 육성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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