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회 30년 의정역사 현장 지킨 ‘기록의 홍보맨’
  • 모용복선임기자
포항시의회 30년 의정역사 현장 지킨 ‘기록의 홍보맨’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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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30돌 ‘포항시의회 산증인’ 박영태 계장
시의회 전속 홍보 촬영 담당으로서
개원때부터 지금까지 30년째 근무
 
초창기 필름 카메라에 얽힌 실수담
역대 의장들과 있었던 일화 수두룩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 많아
포항시의회 전속 홍보 촬영담당 박영태 계장이 초창기 필름 카메라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박 계장은 개원 이래 지금까지 30년 째 시의회 의정현장을 앵글에 담고 있다.
통합포항시의회 출범식 단체 기념사진. 첫째줄 왼쪽부터 이장춘 의원, 손창순 의원, 손원호 부시장, 양용주 의원, 이치우 의원, 오철상 의원, 김의환 시장, 신수한 의원, 송세인 의원, 심천수 의원, 방해용 의원, 손종기 의원. 둘째줄 왼쪽부터 권주섭 의원, 강창선 의원, 배상량 의원, 황봉택 의원, 이두우 의원, 박만천 의원, 최석호 의원, 박석기 의원, 김종인, 최상태 의원, 고상중, 조재한 의원, 공두정 의원, 박대현 의원, 김병만 의원. 셋째줄 왼쪽부터 류인현 의원, 이길생 의원, 서종환 의원, 안남용 의원, 정태범 의원, 오주동 의원, 박태식 의원, 이의동 의원, 조만제 의원, 강봉기 의원, 김고시 의원, 진병수 의원. 넷째줄 왼쪽부터 공문호 의원, 신성철 의원. 사진=포항시의회 제공
제8대 후반기 포항시의회 단체 사진. 첫째줄 왼쪽부터 조영원 의원, 권경옥 의원, 안병욱 의원, 백인규 부의장, 정해종 의장, 서재원 의원, 한진욱 의원, 김민정 의원, 김철수 의원, 백강훈 의원. 둘째줄 왼쪽부터 이석윤 의원, 김정숙 의원, 강필순 의원, 김성조 의원, 이나겸 의원, 공숙희 의원, 박희정 의원, 방진길 의원, 박칠용 의원. 셋째줄 왼쪽부터 배상신 의원, 조민성 의원, 박정호 의원, 주해남 의원, 허남도 의원, 김만호 의원, 차동찬 의원, 정종식 의원, 이준영 의원, 복덕규 의원, 김상민 의원. 사진=포항시의회 제공

 


“30년 세월을 어떻게 몇 시간 안에 다 풀어낼 수 있겠습니까?”

포항시의회 박영태(57) 계장이 던진 첫마디였다. 그는 시의회 전속 홍보 촬영담당자로서 개원 때부터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모든 의정활동 사진이 그의 손을 거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포항시의회 산증인이요, 역사인 셈이다.

사진을 일컬어 흔히 ‘찰나의 예술’이라고 한다. 중요한 순간을 잘 포착하기 위해선 그만큼 순발력과 예술적인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세월을 정지시켜 그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찰나의 순간들이 모이면 개인에겐 인생사가 되고 국가는 역사가 된다. 지난 30년 간 포항 ‘풀뿌리 지방자치’도 무수한 순간의 기록이 쌓이고 쌓여 지금에 이르렀다. 그 중심에 포항시의회 박영태 계장이 있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국장’이라 부른다. 공식적인 직함은 아니지만 그만큼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데 대한 예우차원이다. 박 계장은 1991년 포항시의회 개원 이래 지금까지 30년 동안 이곳에서 한 우물을 팠다. 말이 30년이지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수많은 의원들이 왔다간 떠나고, 무수한 일들이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는 동안 그는 한 번도 외도를 한 적 없이 지금까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엉겁결에 잡은 카메라 벌써 30년째

그가 처음부터 카메라를 잡은 것은 아니었다. 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88년 방송·통신분야 임용시험에 합격해 포항시청 민방위과에서 공직생활 첫발을 내딛었다. 2년 후 지방의회 부활로 포항시의회가 개원하면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포항시의회 직원은 박 계장(통신직)을 비롯해 사무국장, 계장, 속기사, 사무직원 등 7명이 전부였다. 물론 사진 담당도 따로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엉겁결에 카메라를 잡게 된 게 벌써 30년 세월이 흐른 것이다.

“이 일을 이만큼 오래 할 줄은 그 땐 꿈에도 생각 못했지요. 전업하려고 한 적도 한두 번 아니었어요. 박봉에다가 주말도 없이 일하느라 자연히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못 보낸 게 가장 후회됩니다.”

사진 전공자가 아닌 그에게 필름 카메라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로 횟수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사진을 찍고 지우는 시대가 됐지만 그 땐 아니었다. 카메라 본체에 필름을 끼우고 한 장 한 장 수동으로 돌려가며 사진을 찍어야 했다. 사진 촬영이 끝났다고 해서 끝은 아니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사진을 자유롭게 전송할 수 있지만 당시엔 모든 걸 몸으로 해야만 했다. 촬영한 사진을 사진관에 들러 현상, 인화해 버스를 타고 신문사마다 뛰어다니면서 사진을 갖다 주다보면 하루가 다 가곤 했다.



△ 레버조작 실수로 현상하니 먹통 눈 앞이 캄캄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시의원들이 지역현안사업 예산 협조 요청을 위해 단체로 버스를 대절해 서울에 있는 국회의원을 방문했다. 중요한 자리인지라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중에 사진관에서 현상해 보니 사진이 온통 먹빛이었다. 레버 조작을 잘못해 사진이 한 장도 찍히지 않았던 것이다.

“눈앞이 캄캄했지요. 시의원들에겐 그 방문이 대단한 치적이고 자랑일 텐데 그 중요한 장면을 지역민에게 홍보할 기회가 사라져 버렸으니 얼마나 실망이 크겠어요? 한 동안 시의원들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려 옵니다.”

그동안 그가 모신 의장만 해도 현 8대 후반기 정해종 의장을 포함해 14명에 달한다. 그 중 초대 포항시의회 이용득 의장, 포항시·영일군 통합의회 오철상 의장 두 분은 지금 고인(故人)이 됐다. 공원식 의장과 이칠구 의장은 전·후반기 두 번에 걸쳐 의장을 지냈다.

그의 곁을 스쳐간 의원들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역대 의장과의 일화도 많다. 그 중 5대 최영만 의장 ‘복어 중독사고’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현장에 그도 있었지만 복어를 먹을 기회가 없어 중독을 피할 수 있었으니 불행 중 다행이랄까.



△ 최영만 의장 ‘복어중독 사고’ 지금도 생생

“체육계·연예계 등 다방면에 두루 친분이 많았던 최 의장님이 어느 날 유명 탤런트와 부부동반으로 청하에 있는 횟집에 갔는데, 최 의장을 비롯한 부부 네 사람이 함께 앉고 조금 떨어져서 나와 의장 수행비서가 앉았어요. 잠시 후 주인이 복어가 한가득 담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양푼이를 내오는데, 네 사람만 먹고 우리에겐 그냥 회를 주는 게 아니겠어요? 어찌나 먹고 싶던지… 복어 독에 중독된 네 분을 차에 태우고 신호란 신호는 모두 무시하고 청하에서 선린병원까지 7분 만에 도착했는데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 인연으로 해서 지금도 가끔 연락하고 지냅니다.”

일은 서툴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이 더 많다. 초창기 포항시의회는 지금과는 달리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의원들과 의회 직원들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함께 점심도 자주 먹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고 서로 존중해 주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게 되고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의원들이 생기게 됐다고. 박 계장은 그 원인이 지방의원의 보수(報酬)직 전환에 있다고 했다.



△ 시의원-공무원 서로 존중하는 성숙한 직장문화 정착돼야

“사실 명예직일 때만 해도 주민들에게 봉사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에 권력욕이 희박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보수를 받으면서부터 시의원 되기 위한 줄서기와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의회 분위기도 자연히 경직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의원들이 워낙 의회에 얼굴을 안 비쳐서 의장이 일일이 전화를 해 ‘제발 나와 달라’고 사정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하.”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보수직 전환으로 주민 요구사항이 급증하고 그로 인한 책임감이 대두되면서 의원들도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 의회 내 면학 풍경은 예전에 비하면 가히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대다수 의원들이 높은 학력과 전문지식을 갖추었으며, 조례 발의·시정질문·5분 발언·행정사무감사에서 중앙 정치인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다고 그는 말한다.

공무원들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시민들은 흔히 의원들이 공무원에게 함부로 대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은 그렇지 않아요. 저도 공무원이지만 많은 공직자들이 앞에서는 의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뒤로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직자들이 의원들에게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의원들을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주민을 대변해 뽑힌 선출직 공무원들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시의원들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무원을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직장문화가 정착됐으면 합니다.”



△ 퇴직 후 어르신 영정사진 찍어 주는 봉사할 터

시의회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편견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했다. “의회 직원들은 본연의 업무 외에도 각종 잡무에 시달리는데, 밖에서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고 또 기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본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와 차별을 받고 있는 점도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합니다.”

끝으로 박 계장은 퇴직 후 봉사활동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고 싶다”며 홍보 사진촬영을 하면서 습득한 기술을 통해 독거노인 영정사진 촬영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30년간 근무하면서 누구보다 시의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비록 뜻하지 않게 카메라를 잡고 의원님들 그림자 노릇을 해왔지만 그동안 보고 듣고 배운 경험을 살려 지역주민들 곁으로 달려가 주민을 위한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시의회 촬영담당으로 일하면서 의정 현장에서 보낸 30년 세월이 어느 듯 뼛속까지 그를 의회주의자로 만들었음에랴. 그의 말 곳곳에서 포항시의회에 대한 깊은 애정과 후배를 위하는 마음이 배어났다. 개원 30년, 박영태 계장은 오늘도 포항시의회 의정현장을 앵글로 기록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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