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야권통합만 하면 될까
  • 손경호기자
‘닥치고’ 야권통합만 하면 될까
  • 손경호기자
  • 승인 2021.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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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바른미래와 통합 후 최대 패배
월등한 당 조직력 가진 민주당
4·7 재보선 서울 전역서 참패
두 선거 패배 의미 잘 새겨야
'野통합' 하드웨어가 중요한지
'민심' 소프트웨어가 중요한지

‘확증편향’이라는 단어가 있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것을 일컫는다. 즉,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나 자료만 선택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요즘 국민의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확증편향’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특히 야권통합 문제에서 더욱 그렇다. 야권통합을 선거 승리의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국민의당과 통합 절차를 추진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차기 대선이 10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단일후보를 선출해야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를 위해 일부에서는 오는 9월 이전에 야권 단일화를 마무리하고, 9월 초순에는 범야권 단일대선후보로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이었지만 탈당해 현재 무소속으로 있는 정치인들을 입당시키고, 다음 수순으로 국민의당과 제3지대를 통합하자는 의견이다. 그런 다음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범야권의 모든 정치적 자산들이 총결집한 범야권 통합전당대회로 치르자는 제안이다. 이렇게만 되면 내년 대선에서 범야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 같은 생각의 기저(基底)에는 ‘분열은 필패, 통합은 필승’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리도 야권단일화를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렇다면 조직적으로 우세하고, 여권 단일화까지 성공한 민주당은 왜 4.7 재보선에서 패배했을까. 300석 국회의원 가운데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을 제외하더라도 18일 현재 174명이나 되는 등 숫적으로 우세한데도 말이다. 서울시로만 한정하더라도 국민의힘은 8명이고, 민주당은 41명이나 된다. 25개 구청장 가운데에는 24개 구청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시의원과 구의원도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 전역에서 패배했다.

과연 범야권 통합이 야권 승리를 위한 무적의 열쇠라고 할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국민의힘만 전당대회를 치른 뒤 후속작업으로 통합논의를 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100% 국민전당대회’도 제기되고 있다. 즉, 민심을 모두 반영한 전당대회로 당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당원권 침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당규의 전당대회 규정은 당원 70%, 국민 30%이다.

하태경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100% 국민전당대회, 당원의 염원인 정권교체 이룰 필승카드”라며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100% 국민전당대회를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안철수, 금태섭 등 정권교체에 뜻을 같이 하는 세력과의 통큰 단결을 위해 야권통합에 최적화된 정당으로 세팅하자는 제안이다.

특히 하 의원은 “40세 이하가 7%, 50세 이상 당원이 80%를 차지하는 우리당의 구성원만으로는 다양한 민심을 아우르기 어렵다”면서 ‘청년들과 중도층의 민심을 폭넓게 반영할 수 있는 100% 국민전당대회가 우리 당원들의 궁극적 목표인 정권교체를 이뤄낼 필승카드”라고 강조했다.

물론, ‘야권통합’, ‘100% 국민전당대회’가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야권통합을 한다고 민심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100% 국민전당대회를 치른다고 민심을 얻을 수 있을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당시 바른미래당과 야권 통합을 이루었지만 역사상 가장 큰 총선 패배를 당했다. 민주당은 월등한 당 조직력에도 4.7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바로 민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심을 얻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민심’이라는 소프트웨어보다 ‘통합’이라는 하드웨어에 집착하는 정치권이 안쓰럽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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