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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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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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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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 같지만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소비자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의 갈등이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개정안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의 소비자 보호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중고 물건 거래와 같은 개인 간(C2C)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개업체가 이용자 실명·주소·전화번호를 상대방에게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한쪽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다른 쪽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둘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상 빅테크의 외부청산 의무화 이슈이다. 동 개정안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자금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빅테크 거래의 외부 청산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현행법상 은행과 달리 빅테크를 통한 거래는 외부 기관(금융결제원)을 통한 청산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이 빅테크에 맡긴 선불충전금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처리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 핀테크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동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 고객의 결제정보가 집적되면서 빅브라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결국 이 이슈도 자금 이체업자 등이 파산하면 관리기관이 고객에게 이용자 예탁금을 반환하기 위해서는 자금 내역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와 중국을 제외하면 전례가 없는 대량의 개인정보 집적으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다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셋째, 마이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 이슈이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정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개념으로 개인에 관한 더 많은 데이터가 모일수록 더 많은 소비자편익이 제공될 수 있어 태생적으로 소비자 편익과 소비자의 정보보호는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가진다. 최근 주문내역정보 이슈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수집·제공할 수 있는 신용정보 항목에 ‘주문내역 정보’를 포함했다. 주문내역 정보는 쿠팡·11번가 등 전자상거래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개인이 어떤 품목을 얼마나 샀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이커머스 업계는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를 이유로 반대의견을 제시했고 결국은 12개로 범주화된 주문내역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다.

이 3가지 주제는 각각 대립하는 소비자 간 이익의 갈등, 보다 궁극적인 소비자 보호를 위한 현재의 개인정보 보호와의 갈등, 소비자의 편익과 소비자 정보보호의 불가피한 상충 관계를 의미한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면 할수록 다른 소비자, 궁극적인 소비자, 직접적인 소비자 보호나 편익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다르게 보면 당장의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할 것이냐 아니면 보다 긴 안목에서 소비자의 보호와 편익 제공을 우선할 것이냐는 선택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의 선택을 위해서는 우선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자 보호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양자 모두 소중한 가치라는 것으로 인정하는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음 소비자 보호나 편익이라는 가치를 상쇄할 정도로 개인정보 보호의 실질적인 필요성이 있는 것인지, 다시 말해 개인정보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비자 보호가 무의미해지는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끝으로 소비자 보호나 편익이 더 중요한 경우라도 가능한 한 개인정보 보호에 소홀히 함이 없도록 세밀하게 챙기고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전자상거래에서 이용자 정보의 제공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 침해가 필수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용자 정보 제공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소비자 분쟁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빅테크의 외부청산 의무화나 주문내역 정보 이슈는 궁극적인 소비자 보호나 편익 차원에서 현재의 개인정보보호와의 갈등을 용인할 수 있지만, 가능한 한 개인정보 침해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정밀한 제도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주문내역 정보 자체가 아니라 범주화된 주문내역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것은 타당한 방향이라고 본다.

소비자 보호나 편익 이외에도 정부의 다양한 정책추진에 있어 개인정보보호와의 갈등이 등장하고 있는데, 정책추진으로는 달성하려는 가치 못지않게 개인정보보호의 가치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개인정보 규제당국과의 협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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