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을 지우고 싶은 자들
  • 모용복선임기자
홍익인간을 지우고 싶은 자들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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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반영 못한 ‘임대차 3법’
무주택 서민 벼랑 끝 내몰아
여당 재·보선서 혹독한 後果
홍익인간 교육이념 용어삭제
교육기본법 2조 개정하려다
교육계 등 반발로 철회 밝혀
무모하게 법개정 시도 드러나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중략)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거를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 이 법을 만드신 분들, 그리고 민주당, 축조심의 없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의 역사와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지난해 7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법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5분 자유발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부동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집권여당과 정부가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며 내놓은 이른바 ‘임대차 3법’에 대한 날선 지적이었다.

당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시작한 윤 의원의 5분 발언은 국민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의 예언은 머잖아 현실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들고 나온 법이 오히려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무주택 서민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윤 의원 말마따나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법을 만들 땐 그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봤어야 했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나쁜 법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를 무시한 여당은 그 후과(後果)를 지난 4월 7일 혹독하게 치러야 했다.

그런데 여당의 오만은 부동산뿐만 아니었다. 일부 정치인들이 교육기본법까지 칼질을 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후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현행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념’ 용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교육계, 종교계 등 반발이 확산하자 지난 22일 철회 의사를 밝혔다. 개정안 발의에는 같은 당 의원 11명이 함께 했다.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민 의원은 교육이념으로서 홍익인간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변화된 사회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민주시민’으로 바꾸자고 했다. 그러면 민 의원 주장대로 홍익인간 개념은 과연 추상적일까? 국민을 시민으로 바꾸고 자유와 평등을 넣으면 구체적일까? 단군신화에서 환웅(桓雄)은 홍익인간을 실천하기 위해 곡식·생명·질병·형벌·선악 등 인간 사회의 온갖 일을 주관했다. 이로 미루어볼 때 홍익인간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현실적인 삶을 위한 실천적인 개념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인간을 모든 가치에 앞세우는 인본주의 사상으로서 인간존중·자유·평화·사랑·봉사 등 인간을 위한 모든 철학과 정신이 담겨 있다. 과연 전 세계에 이만한 교육이념이 또 있을까?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란 저서에서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시 교수는 “홍익인간 정신은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세계를 위한 새로운 교육법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물질이 아닌 인간의 가치를 중시하고 모두를 위한 마음을 추구하는 홍익인간 정신이야말로 물질 만능 시대라 불리는 현대 사회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이 될 만한 잠재력 넘치는 개념이다”라고 극찬하며 세계 교육 대안 이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석학마저 극찬해마지 않는 교육이념을 우리 정치인들은 지우지 못해 안달이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침탈이 시시각각 목을 조여 오고 있는 이 때에 우리 건국이념이자 민족정신인 홍익인간을 없앤다면 이는 한민족의 뿌리와 동질감,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켜 저들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도대체 이러한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22일 교원 8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3.4%가 ‘홍익인간 교육이념을 바꿀 필요성이 없다’고 응답했다. ‘홍익인간 삭제’를 추진한 정치인들이나 이들에게 논리적인 근거를 제공한 모 대학 연구소가 최소한의 국민적 논의도 없이 무모하게 법 개정을 밀어붙였다는 방증이다.

일부 세력들이 왜 한국인의 민족정신인 홍익인간을 없애려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알지 못한다. 다만 악랄한 음모가 어른거리고 있음을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정치는 국민의 삶이요 현실이다. 따라서 정치인이라면 법 제정이나 개정을 추진하기 전에 그것이 국민에게 미칠 영향과 결과를 면밀히 살피는 게 마땅하다. 언제까지 이런 시행착오를 계속할지 답답한 노릇이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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