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자동차, 속도냐 안전이냐
  • 경북도민일보
도시와 자동차, 속도냐 안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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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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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도로에 더 엄격한 속도제한이 시작되었다. 50/30이라는 낯선 숫자들과 함께 전에 없이 많은 카메라가 걸리기 시작했다. 수 시간 만에 백 수십 건의 위반을 적발했다는 경찰의 모습이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좋게 보자면 효율보다는 안전의 가치를 우선하는 철학이 담긴 조치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중심 접근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문명의 발전은 ‘위험 줄이기(Risk Reduction)’의 역사라고 한다. 혁신적인 도구들이 최초로 나타나게 되면 평범한 눈에는 아슬아슬하고 위험해 보이기 마련이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비행기를 날렸을 때, 당시 신문에서는 ‘하늘을 나는 위험한 기계가 어떻게 교통수단이 되겠는가’라며 비웃는 기사가 실렸다 한다. 하지만 채 50년도 되지 않아 비행기는 대중적 교통수단이 되었다. 한때 위태해 보이던 수단을 개선하여 안전한 영역까지 가져오는 것, 그것이 문명의 본질임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자동차의 경우도 정확히 그러했다. 익숙한 이름인 독일의 칼 벤츠가 최초로 자동차의 특허를 등록한 것은 약 150년 전이었다. 하지만 당시 도시는 자동차를 맞이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차나 지나갈만한 좁고 포장도 제대로 안된 도로가 전부였던 것이다. 당연히 자동차의 등장은 도시를 위험천만한 곳으로 만들었다. 자동차의 속도는 불과 16킬로미터로 제한되었고, 심지어 하인이 앞서가 사람들을 비키도록 해야만 운행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신기한 발명품일 뿐, 안전이나 효율과는 무관한 제품이었던 것이다.

자동차가 속도감 있는 운송수단으로 격상된 된 것은 역시 1950년대 미국에서였다. 당연히, 대량생산과 자동차 대중화를 이끈 포드라는 이름을 빼 놓을 수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당시 진행되던 교외화, 그리고 고속도로 건설이었다. 양대 대전 이후 미국 중산층은 좁고 불쾌한 시가지를 벗어나 쾌적한 교외로 유행처럼 옮겨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을 놔줄 수 없던 도시정부들은 교외지역과 도심부를 연결하는 넓은 도로를 경쟁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1950년대 후반에는 ‘고속도로’라는 개념이 최초로 등장해 미대륙을 거미줄처럼 연결해간다. 이런 변화들은 결국 포드의 대량생산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고, 자동차는 운송수단을 넘어 일상의 문화로까지 자리 잡기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파급되어 가던 자동차 문화는 1960년대에 들어 다시금 안전이라는 걸림돌에 봉착하게 된다. 미국과 같은 넓은 도로를 가지지 못했던 유럽에서 더욱 그러했다. 그러던 1963년 영국에서 발간된 ‘뷰캐넌 보고서’는 속도와 안전 모두에 유리한 혁신적인 도로계획 방식을 제안한다. 도시 내 도로를 4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등급별로 속도에 차등을 주자는 내용이었다. 자동차와 사람이 주로 이용하는 도로를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속도와 안전의 조화를 추구하려는 계획이 본격화되고, ‘간선도로’라는 개념도 나타나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보다 섬세한 차원에서 도시 내 교통약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도시를 어린이와 노약자들도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계획하는 데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출발한 ‘본엘프(Woonerf)’라는 개념이 이를 대표한다. 어린아이들을 차량으로부터 보호하려 화분을 놓은 데서 유래한 이 개념은 약자들이 집중된 곳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 디자인 기법들을 의미한다. 초등학교 주변의 속도를 특별히 제한하거나 도로 폭을 좁히고 높은 방지턱을 놓는 등, 흔히 보는 안전구역 조성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한편 ‘보행자 전용도로’라는 역발상적인 시도도 나타난다. 도심의 도로를 막고 보행자만을 위한 도로로 전환하는 것이다. 무모할 것 같던 시도들은 덴마크의 얀겔 교수와 같은 전도자들의 노력을 통해 전 세계적인 움직임으로 발전해간다. 그 영향이 포항, 그리고 중앙상가에까지도 미쳤음은 우리도 아는 바이다.

도시와 자동차의 역사는 이처럼 효율과 안전 사이에서 조화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자동차라는, 현대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기계의 매력은 살리되, 그로 인한 위험은 낮추고자하는 문명사적인 시도가 있어 계속되어 온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일률적 속도제한’이라는 변화가 다소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도시라는 체계 속에서 다양한 방법과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시도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도시 안에는 속도 말고도 불법 주정차, 주택지 통과교통과 같이 ‘진짜’ 위험한 요인들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이런 위험 요인들을 핀셋을 들고 섬세하게 대처하기 보다는, 통 크게도 전체 속도를 낮추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글쎄, 안전으로 가는 단순명쾌한 지름길이 될지, 아니면 들인 비용에 비해 실망스런 결과로 나타날지는 더 두고 볼 일이겠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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