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구하기'인가, '미국 구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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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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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은 ‘지구의 날’(Earth Day)이다. 1970년 첫 번째 지구의 날 기념행사로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부부가 백악관 잔디밭에 나무를 심었다. 그 1년 전 캘리포니아 해안 석유 유출 해양오염 사고로 미국에 대규모 환경운동이 불붙었고 ‘지구의 날’이 추진됐다.

올해 51 번째 지구의 날 백악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0개 나라 최고 지도자를 초대하여 ‘기후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튿날까지 이어진 비대면 비디오 정상회의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그리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등이 주목 받는 참석자였다.

모두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파리협정 취지에 공감하고, 얼마나 줄일지 또는 어떻게 줄일지를 공표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밝힌 내용은 꼭 지켜야 할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올 11월 영국 글라스고우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를 앞둔 예비 정상회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발적 의무 감축량으로 유엔에 신고할 국가 목표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이번 정상회의를 소집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일 먼저 탄소배출 감축규모를 공약했다. “2030년까지 50% 줄이겠다.” 미국이 탄소배출 정점을 이루었던 2005년 기준이다. 미국 환경단체들은 너무 적다고 난리쳤지만 파리협정 체결 당시 목표보다 2배 늘린 획기적 감축 규모다. 이대로 이루어진다면 10년 안에 미국의 석탄산업이 거의 퇴출될 판이고 석유소비도 급격히 줄 것이다.

탄소배출 5위 일본 스가 총리가 2030년까지 2013년 기준으로 46%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2030년까지 2005년 기준 40~45% 줄이겠다” 고 밝혔다. 캐나다의 처음 약속은 30%였으니 진일보한 목표치다.

기후안정에 결정적인 요인인 아마존 밀림을 안고 있는 브라질의 자이레 보소나루 대통령이 “2030년까지 아마존 불법적 산림파괴를 종식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10억 달러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을 따라 파리협정 탈퇴 엄포를 놓던 과거 태도에 비해 얌전해졌다.

참석 여부가 관심거리였던 시진핑 중국 주석도 결국 참석했다. 바이든이 주도권 잡는 것은 싫지만 중국은 탄소배출 1위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리더십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 주석은 “2030년 탄소배출 정점을 이루고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석탄 사용을 많이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3위 탄소 배출국 인도의 모디 총리도 진전된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2030년까지 450기가와트(원자로 450기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1990년 기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였으며 장차 온실가스 흡수에 큰 기여를 하겠다”고 말했다. 광대한 국토와 산림을 암시하는 것 같다. 얼마 전 푸틴을 향해 ‘살인자’라고 독설을 날렸던 바이든은 푸틴의 연설을 듣고 “훌륭하다”고 칭송했다.

탄소 배출 9위인 한국도 주목받는 국가다. 특히 유럽연합(EU) 국가들로부터는 해외 화력발전 산업에 금융지원을 한다는 이유로 ‘기후악당’이라는 눈총을 받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국무장관 출신 존 케리 기후대사를 중국에 이어 한국에 파견하여 뭔가를 조율할 정도로 백악관의 관심대상이기도 하다.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두 가지 공약을 추가했다.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에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감축 목표를 추가 상향해 올해 유엔에 제출하겠다.” 만만찮은 공약이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대의를 고려하면 가야할 길이지만 한국의 산업구조와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감안할 때 굉장한 노력이 요구되며 경제적 희생이 필요할지 모른다.

2021년은 파리협정이 발효되는 해이다. 즉 195개 회원국이 자발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에 따라 ‘2050탄소중립’(Net-zero) 목표를 향해 첫 걸음을 내딛는 원년이다. 11월 열리는 COP26은 사실상 파리협정을 출범시키는 정상회의로 진행될 것이며 주요 국가들이 탄소배출 감축 규모를 공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이정표가 되는 행사다.

이런 맥락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주관한 이번 기후정상회의는 인류 문명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에서 열린 행사여서 파급력과 의미가 매우 깊을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문제를 국제정치의 핵심의제로 부각시키는데 나름 성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에너지 체계를 청정에너지 시스템으로 전면 개혁하는 그린뉴딜 정책에 예산과 정부 역량을 총 집중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4세대 원자력, 온실가스 포집 및 활용 기술을 발전시켜 기후변화 시대에 경제와 기술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이 과정에서 좋은 일자리를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기후위기를 기회로 보는 그의 시각이다.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이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앞서 나아가는 데 대한 초조감도 다분히 서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파리협정 복귀와 재생에너지기술 혁신을 통해 ‘지구 살리기’ 대의를 추구함으로서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회복함과 동시에, ‘미국 경제’를 일으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전략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이번 정상회의에 빌 게이츠가 참여해 의견을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기후재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공공 및 민간투자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오늘날 기술로는 탄소제로를 달성하는 게 어려우므로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가 어떤 역할이든 참여할 것임을 암시하는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구 구하기’와 ‘미국경제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 셈이다. 비슷한 개념의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한국에게도 바이든 정책은 기회와 위험 요소로 안고 있을 것이다. 기술적, 경제적, 외교적, 정치적 정밀 점검이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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