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더 우울한 어버이들
  • 이예진기자
어버이날이 더 우울한 어버이들
  • 이예진기자
  • 승인 2021.0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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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드리워진 그늘
부모·자식세대간 관념 차이
코로나 복병에 단절 깊어져
갈수록 어버이날 의미 퇴색
의무감 주입 부담만 가중돼
서로간의 관계 되짚어 보고
이해·배려·감사 마음 가져야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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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이 더 비참해요. 차라리 어버이 날이 없었으면 이런 생각이나 안하지…”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인리에서 만난 박모(71) 할머니의 안타까운 넋두리다. 자식 둘이 있지만 어버이날이라고 찾아오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기다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햇살이 따스한 ‘가정의 달’ 5월. 지난 5일 어린이날에 이어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가정의 날, 18일은 성년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황금연휴로 가득한 5월이지만 부모-자식간에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이 앞을 가로막아 그 어느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낳아주신 부모를 기리는 어버이날이 부모와 자식세대간의 관념차이로 갈수록 인간적 면모가 사라지고 있다.

# 6일 오전 포항 남구 철길숲에서 만난 김모(73·남구 효자동) 할아버지는 슬하에 2남 1녀를 뒀지만 어버이날을 맞아 찾아오겠다는 자식은 1명도 없다는 것. 다들 나이가 들어 부모심정도 알 것 같은데 어버이날 찾아오겠다고 연락해온 자식이 없어 야속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들도 먹고 살기도 힘든데 부모까지 일일이 챙기기를 바란다는 게 욕심이다”며 “그래도 어버이날만큼은 자식들이 부모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야할 것 아니냐”고 했다.

# 김 할아버지와 같이 산책나온 박모(74·남구 효자동) 할아버지도 “아들만 둘인데 다들 멀리 있어서 얼굴보기도 힘들다”며 “내일이면 전화 한 통오겠지 뭐~ 용돈이라도 보내줄지 모르겠다”고 했다.

# 대구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취준생 김모(29)씨는 이번 어버이날에 고향인 포항으로 내려 올 수 없다. 학교 졸업 후 그동안 취업을 하지 못해 부모님 찾아 뵐 면목이 없는데다 다 큰 자식이 부모님 용돈조차 드릴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빨리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해서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했다.

# 서울에 사는 직장인 손모(여·33)씨도 어버이날이 더 부담스럽다고 했다. 전화로 안부 전하고 계좌로 용돈도 조금 보냈지만 그래도 찾아뵙지 못해 마음 한구석은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다는 것. 그는 “자식된 도리로 고작 전화 한 통하고 용돈 보냈다고 마치 할일 다한 것처럼 느껴져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신상구 위덕대학교 교수는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와 자식간 관계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 교수는 “(어버이날이 퇴색된 원인은)사회가 변화하면서 우리 인식 속에 부모라는 존재가 더 이상 간절하고 절박하게 와닿지 않으며 부모와 자식 관계에 의무감을 주입시키는 듯한 분위기가 더욱 지치게 만들고 있다”며 “결국엔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사람 관계다. 부모가 자애로울 때 자식이 효도하는 것처럼 서로간에 이해하고 배려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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