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역과 간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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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역과 간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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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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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삶의 애환과 함께 근현대사의 관문이던 옛 안동역. 마지막으로 떠난 열차가 벌써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일제강점기 1930년 준공부터 지난해 12월까지 90년 동안, 수많은 승객과 화물과 청운의 푸른 꿈을 사방팔방으로, 사통팔달의 한결같은 요충지였던 안동역. 위로는 서울행이요, 아래로는 부산행인 중앙선의 길목이었던 추억의 안동 역사(驛舍)가 올해부터 안동터미널(송현동)로 이전했다. 지금의 옛 안동역.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만나자던 진성의 안동역에서’. 작은 노래비만 덩그러니 남기고 이미 떠났다. 지금은 중앙선 철로 복선화 사업이 한창이다.

‘무척이나 전통을 고수하고 아직도 양반의 품위를 늘 지킨다’는 안동(安東). 얼마 전 공무차 안동중앙신시장과 안동댐 등을 거치며 며칠 안동서 보냈다. 필자의 경우, ‘안동’하면, 우선 생각나는 게 ‘사계절 단아하고 정갈한 하회마을과 우리나라 가면사(假面史)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가면사를 위해서도 귀중한 자료로 높이 평가되는 하회탈과 병산탈, 유수한 명품 고택’. ‘한평생 대를 이어 온, 맛난 안동식의 명품 간고등어’다.

“아가, 오늘 저녁은 간 고등어 좀 노릿 노릿하게 구어라!” 할아버지께서는 장날마다 노란 새끼줄에 매달린 염장(鹽藏)된 안동 간고등어 한 손(두 마리)을 둘러메고 사립문짝을 들어서시며 어머니께 말씀하시던 게 출발점이었다. 손님이 오셨을 때는 예외 없이 안동의 밥상엔 늘 안동식 간고등어가 올라가야 옳게 손님 대접을 한다는 전통이었다. 마치 영천의 돔배기(상어고기). 울산의 고래고기, 흑산도의 홍어, 강원도의 메밀전병과 김치만두와 올챙이 강냉이 국수의 전통처럼, 지역의 명품 특산물 중의 명품이다.

그동안 특히, ‘안동 간고등어’의 활약상과 위세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국내외 유수의 언론은 물론, 지역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한 다양한 디자인과 브랜드 개발 및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판매망과 곳곳의 합작투자와 현지법인 진출은 물론 국내외 홈쇼핑을 비롯한 ISO인증, 마케팅 및 브랜드 대상과 대통령상 수상, 대한민국 명품 선정 등등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떠했는가? 우후죽순식의 유통과 판매망의 출현, 과잉경쟁 및 가격과 경쟁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제는 판로 채널의 전문화와 다각화 등을 위한 야심찬 실천계획들이 꽤 고무적이다. 최근 필자가 만난 중앙신시장 김회장(조합이사장)의 고뇌와 당찬 계획 속에서 확실히 밝은 간고등어의 미래를 느낀 바가 크다. 큰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이제부터는 확실히 변화할 전망이다. 기존의 오랜 방식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똘똘 뭉쳐진 협동조합이 촉매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간고등어 비즈니스 모델과 크리에이터가 융복합되어 본격화가 속속 준비되고 있다. 블루오션 시장에 대한 명쾌한 전략과 비전, ‘간고등어 전용 먹거리 조성사업과 간고등어 아기포’와 같은 차별화된 제품과 브랜드를 한창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특히, 한평생 엄청난 자기희생과 상인들의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불도저 같은 김회장의 야심찬 계획이 꼭 성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지자체 등 지원기관의 세심한 지원전략을 바탕으로, 면밀한 협력과 상인들 간의 윈-윈전략이 관건이다. 곧 ‘선택과 집중을 통한 중장기 전략 수립과 로드맵’의 실행만이 맛난 안동 간고등어의 미래 먹거리 전략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나침반이요, 풍량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안동댐 올렛길에 황포돛대 유람선과 함께 멋진 보름달(조형물)도 늘 설치될 예정이다. 다시 안동을 찾고 싶은 그 날이 무척 기다려진다. 왜냐하면, 보름달 아래 황포돛배를 타고 즐기는 시원한 막걸리가 무척 그립기 때문이라면 필자만의 상상일까? 김영국 계명대 벤처창업학과 교수·칼럼니스트·Saxoph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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