毒이 된 ESG, 佛 다논 CEO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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毒이 된 ESG, 佛 다논 CEO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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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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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람들은 우리가 보기에 이상할 정도로 요거트 제조회사 다논(Danone)을 좋아한다. 업계 글로벌 1위이기는 한데 프랑스의 자존심이라고까지 하는 이유가 에비앙 생수를 제조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상하다. 2005년에 미국의 펩시가 다논을 인수하려고 하자 프랑스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법률을 만들어서라도 인수를 저지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펩시는 그런 계획이 없었다고 하면서 발을 뺐고 14% 급등했던 다논의 주가는 원위치가 되었다. 프랑스 정부의 조치는 EU 역내 자본자유이동 원칙에 어긋난다고 EU가 프랑스 정부에 경고를 보냈지만 소용없었다.

2014년에 그레노블 출신의 엠마뉴엘 파버가 다논의 CEO가 되었다. 파버는 파이낸셜 타임스가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으로 꼽는 HEC파리 출신이다. 베인, 베어링을 거쳐 다논에는 1997년에 합류했다. 파버는 2017년에 다논 이사회 의장에도 취임해 CEO와 겸직했다.

파버는 유럽 경제계의 대표적인 ESG 신봉자다. 방글라데시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로 불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야누스 무함마드와 합작 사회적 기업으로 식품사업을 했고 프랑스 최초로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결성했다. 빈곤퇴치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힘을 보탰다. 프랑스 정부와 함께 신흥국 개발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2016년에는 모교 HEC의 졸업식에서 ”사람들이 동행하고 서로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내용의 연설도 했다. 파버가 이사회 의장에 취임한 2017년에 다논은 동물성 단백질의 대체재인 유기농식품 제조사 화이트웨이브(WhiteWave)를 인수했다.

2019년에 마크롱 대통령은 파버에게 OECD가 지원할테니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연대 프로그램을 추진하라고 요청했다. 파버는 그해 9월 개최된 UN기후정상회의(UN Climate Action Summit)에서 OP2B라는 약칭으로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글로벌 기업연대를 발족시켰다.

파버는 이중적인 사람도 아니다. 2016년 파버의 보상패키지는 482만 유로였는데 2019년 4월 주총에서 280만 유로로 감액되었다. 파버는 연 120만 유로인 퇴직금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일반 직원들과 같은 종류의 퇴직연금을 수령하기로 했다. 2020년에 코로나19가 악화되자 급여 30% 삭감을 자청해 이사회가 그를 승인하기도 했다.

온실가스의 1/3은 식품의 제조와 소비에서 발생한다. 식품회사인 다논으로서는 민감한 문제다. 파버는 회사 내부에서는 환경을 배려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이해관계자 모델을 정착시켰다. EPS에 탄소배출량을 반영하는 회계기법도 개발했다. 2020년 다논 주주의 99%가 회사의 정체성에 사회적 책임을 포함시키는 이른바 ‘미션기업’(Entreprise A Mission)안을 지지했다. 그리고 파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내는 것’이라던 밀튼 프리드먼의 동상 하나를 쓰러뜨렸다고 자랑스럽게 선언했다.

그러나 파버의 ESG 경영 과정에서 다논은 전통적 의미에서의 실적 부진을 겪었다. 식품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R&D와 마케팅도 저조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신선식품 농장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 5년간 경쟁업체 유니레버와 네슬레의 주가가 각각 30%, 45% 상승하는 동안 다논은 마이너스였다. 코로나19 여파로 2000여 명의 종업원을 내보냈다. 그 와중에도 친환경 기업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블루벨 등 행동주의 주주들은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라는 공격을 시작했고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도 요구했다. 주주들의 압박이 심해지자 결국 2021년 3월 14일 다논 이사회는 파버를 해임했다. 서구의 언론은 파버가 ‘지나치게 지속가능하려다가’ 축출되었다고 보도했다. 아직 시장이 파버와 같은 경영자를 포용할만큼 진보하지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다논에서 일어난 일은 영리기업에게 ESG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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