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는 농부의 마음
  • 경북도민일보
씨 뿌리는 농부의 마음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1.0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심(農心)은 농부의 마음이요, 고향의 상징이다. 왜냐하면 농부의 철학은 늘 씨 뿌려 거두고, 반드시 노력하여 뿌린 만큼의 결실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결코 노력한 것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것은 곧 농부가 한평생 믿는 늘 진실한 흙의 마음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흙은 변하지 않는다’고 농부는 믿는다.

이제 고향의 들판마다 모내기 철이다. 모내기는 가을의 결실을 준비하는 전령이요, 신호탄이다. 소싯적의 지게와 달구지 대신에 트렉트와 이양기 등으로 각종 기계화 천국으로 바뀐 지 꽤 오래다. 거기에다 고향마다 스마트 팜(smart farm)과 6차 산업 트렌드가 대세다.

스마트 팜은 농축산업에 ICT기술을 접목하여 원격 및 자동화 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기술이다. 지금의 스마트 팜은 총 3세대로 구분된다. 1세대는 센서와 영상을 활용한 어플을 통한 원격시스템의 구축, 2세대는 빅데이터의 활용을 통한 최적의 시스템 구축, 3세대는 로봇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시스템 구축이다. 또 드론을 활용한 농법도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반면에 6차 산업은 1차 산업(농림수산업)과 2차 산업(제조업)과 3차산업(서비스업)을 융합이다. 즉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의 확산개념인 셈이다. 예를 들어, 농업 중심의 1차 산업과 이를 통해 생산되는 특산물인 2차 산업과 다양한 프로그램의 융합을 통한 3차 산업의 서비스 창출이다.

즉, 6차 산업은 산업 간의 융합과 복합산업을 말한다. 도토리가 도토리 가루와 도토리묵으로, 보리의 경우는 쌔싹 쌈과 쌔싹가루 등의 건강식품과 체험상품으로 판매되는 원리다. 기존의 방식에서 훨씬 더 진화되고 있어 이제 소싯적 고향의 라이프스타일도 크게 바뀌고 있는 셈이다.

우리에게 소설 대지(大地)로 널지 알려진 노벨상 수상자 펄벅여사. 실제 펄벅은 한국에서도 1년간 살았다. 한국을 ‘고상한 나라’라 크게 칭송하기도 했다. 1960년대 경기도 부천에 고아 및 혼혈 아동을 위한 소사희망원을 만들어 2000명 가까이 돌보았다. 그녀가 지금부터 60년 전인 1960년에 한국을 방문했다. 경주의 농촌 마을에서 발견한 풍경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가을의 해질녘. 지게에 볏단을 한 짐 지고는 소달구지에도 볏단을 가득 싣고 가는 농부의 모습을 발견했다. 달구지에 농부의 짐을 싣고, 달구지에 타고 가면 될 일을... 펄벅이 의아해하며 농부에게 물었다. 왜 소달구지에 싣지도 않고, 타지도 않고, 그렇게 힘들게 가시나요? 그러자 농부는 ‘오늘 온종일 나와 함께 힘들게 일한 소에게 미안하여, 짐을 나누고 이렇게 같이 걸어가는 중’이란다. 당시만 해도 고향의 집집마다 키우던 누렁이 소는 재산 1호요, 마치 보물 같은 존재가 아니었던가? 펄벅은 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격찬하였다.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원효(元曉)와 ‘철없는 신문왕을 깨우치게 한’ 설총(薛聰), ‘고조선에서부터 후삼국까지의 유사’를 모아 삼국유사(三國遺事)를 편찬한 일연(一然)의 참 지혜가 어쩜 농심에서 출발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심이 꽃을 피우는 교훈은 ‘더욱 알찬 열매를 맺도록 늘 농사일에 마음을 다하는 것’이다. “반드시 씨 뿌려 거두어라”는 농부들의 철학이요, 필자의 가훈(家訓)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풍성한 과실과 알찬 열매는 늘 씨뿌리고 가꾼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농부의 미소(微笑)’가 지금 보다 훨씬 더 커지기를 바라는 맘도 간절하다. 이유는, 갈수록 터질 듯 답답해지는 COVID 시절. 단번에 속이 확 풀리는 해장국처럼, 언제나 기분 좋은 고향의 해질녘과 저녁연기가 늘 그립기 때문이다.

김영국 계명대 벤처창업학과 교수·칼럼니스트·Saxophonis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