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칠곡할매글꼴 열풍, 전국으로 확산 ‘이목집중’
  • 박명규기자
뜨거운 칠곡할매글꼴 열풍, 전국으로 확산 ‘이목집중’
  • 박명규기자
  • 승인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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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기 군수·공무원 명함 제작, 지역민 칠곡할매글꼴 적극 활용
한컴오피스 프로그램 탑재·경주·포항 등서 글판·플랜카드 전시
국립한글박물관 표구 등 영구보전 “한글 역사에 큰 발자취·새 역사”
백선기 칠곡군수와 방송인 출신 역사학자로 ‘칠곡할매글꼴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정재환 성균관대 교수가 지난 2일 칠곡군 금남2리 마을회관에서 칠곡할매글꼴 주인공인 다섯 분의 할머니와 자리를 함께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칠곡할매글꼴로 작성한 감사의 글을 배달 상자에 붙인 신혜경씨. 칠곡할매글꼴을 활용해 제작한 현수막. 칠곡할매글꼴을 활용해 만든 병풍. 5종류의 칠곡할매글꼴을 활용해 제작한 백선기 칠곡군수 명함.
경주시의 핫플레이스‘황리단길’입구에 성인문해 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배운 칠곡할머니의 글꼴로 제작한 가로5m, 세로10m의 대형 글판이 내걸렸다.
“지역민으로서 칠곡할매글꼴을 쓸 수 있어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칠곡군에서 시작된 칠곡할매글꼴 열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역민들이 앞장 서 글꼴을 알리고 있어 의미를 더하고 있다.

27일 왜관읍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혜경(39·네네치킨)씨는 “정성껏 요리한 음식을 배달하기 전에 고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칠곡할매글꼴로 작성한 감사의 글을 상자에 붙인다”며 “다른 글꼴보다 칠곡할매글꼴이 진심어린 마음을 전달하기 좋으며, 작성하고부터는 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지역에서 칠곡할매글꼴로 만든 비닐 봉투로 음식을 배달하는 김인숙(54·개미분식)씨는 “독특한 글씨체라 고객들이 한 번 더 유심히 살펴본다”면서 “지역의 글꼴을 가짐으로 지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칠곡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친 할머니 400분 중 개성이 강한 글씨체를 선정해 글꼴로 제작했다.

글꼴은 글씨체 원작자의 이름을 딴 △칠곡할매 권안자체 △칠곡할매 이원순체 △칠곡할매 추유을체 △칠곡할매 김영분체 △칠곡할매 이종희체 등 5가지다.

할머니들은 자신의 손글씨가 영원히 보전된다는 설명에 한 사람당 2000 여 장씩, 총 1만 장에 글씨를 써가며 글꼴 제작에 정성을 들였다.

폰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할머니들을 힘들게 한건 영어와 특수문자였다.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영어와 특수문자의 경우 작업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때 가족들이 할머니들의 일일강사로 나서 폰트가 완성될 수 있었다.

칠곡할머니는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에도 또 하나 값진 문화유산을 만들어내며 문화의 수혜자에서 공급자로 우뚝섰다.

칠곡할매글꼴은 칠곡군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으며 휴대폰, 태블릿 피시 등의 모바일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한 글꼴을 배포할 예정이다.

이러한 글씨체는 로얄사거리, 회전교차로 등의 칠곡군 주요 거리에 설치된 현수막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지역 내에서 다양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비단 군민들뿐만 아니라 칠곡군 공직자들도 할매글꼴 홍보에 열정을 쏟고 있다.

백선기 칠곡군수의 지갑에는 칠곡할머니 글씨체로 제작한 다섯 종류의 명함이 있다.

백 군수는 칠곡할매글꼴로 만든 명함을 건네며 글꼴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칠곡군 공직자들이 내미는 명함 역시 삐뚤빼뚤한 칠곡할머니 글씨체로 제작했다.

칠곡할매글꼴은 지역 내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퍼지고 있다.

한글사랑운동을 펼쳐온 방송인 출신 역사학자 정재환 성균관대 교수가 칠곡할매글꼴 홍보 대사로 나서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

최근 경주 황리단길에는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대형 글판이 내걸리고 ㈜한글과컴퓨터는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에 칠곡할매글꼴을 정식 탑재했다.

이와 함께 국내 최초의 한글 전용 박물관은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표구를 상설 전시해 관광객을 눈길을 끌고 있다.

귀신잡는 해병들도 칠곡할매글꼴에 매료됐다. 해병대교육훈련단이 위치한 포항시 오천읍에는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입대 환영 플랜카드가 내걸렸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국립한글박물관은 최근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표구와 글꼴이 담긴 USB를 유물로 지정하고 영구보전하기로 했다.

심동섭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칠곡할매글꼴은 정규 한글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가 남긴 문화유산으로 한글이 걸어온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새 역사를 쓴 것”이라고 밝혔다.

백선기 군수는 “칠곡할매글꼴은 특별한 의미와 개성으로 한글 사용자들에게 또 다른 기쁨과 만족을 줄 것”이라며 “칠곡할머니들의 굴곡진 삶과 애환이 담겨 있는 칠곡할매글꼴을 많이 사랑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글꼴은 디지털 강국과 디자인 강국으로 가는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며 “칠곡할매글꼴처럼 차별화된 스토리와 아날로그 감성이 녹아있는 글씨체 개발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법제도적 지원을 마련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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