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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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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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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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 너머 또 너머 저 멀리에 모두들 행복이 산다하기에 남들 따라 훌훌히 찾아갔건만 눈물만 머금고 되돌아왔네. 사람들은 다시 말하네. 저 산 너머 더 너머 더 먼 곳엔 틀림없이 행복이 살고 있을 것이라고” 독일의 시인 칼 부세가 쓴 시이다. 행복은 찾아가는 것도 아니고 기다린다고 다가오는 것도 아니니 부대끼며 살아가는 그 자리에서 만들고 일구어 가라는 교훈을 던져주는 시이다.

행복이란 단어의 뜻이 뭐냐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정확하게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일상생활에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를 말한다. 행복이라는 것이 난해하거나 결코 고차원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의 해석에서 알 수 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대부분 불행하다. 트렌드 모니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남녀 76%이상이 자신이 불행하거나 또는 행복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사람들도 행복하거나 불행하지도 않고 그저 무덤덤하게 산다고 대답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을 비롯해 국민소득이 4만 불을 넘어가는 국가들의 행복지수에 대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50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현대사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요와 자유를 누리고 있는데 왜 행복감은 줄어드는가. 행복에는 외적상태와 내적 상태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운명적으로 부여받은 환경과 국가기반 사회제도의 외부적 조건은 행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꾸거나 선택할 수 없는 일이므로 논외로 제쳐두자. 그렇다면 남는 건 내부적 상태인 개인의 심리적 조건이다. 사실 행복의 8할은 개인의 심리상태가 좌우한다. 불행의 대부분은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럼 현대인들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심리적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 아마도 행복의 본질을 간과한 채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상태에 도달해야만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 즉, 행복의 여건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이 여건의 정체는 무엇인가. 비교대상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리지 못하기에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은 실상을 보지 않는다. 주변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보고 평가한다. 전세를 살다가 내 집을 갖게 되면 더 큰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자가용을 처음 사서 좋아하다가 더 좋은 차를 산 친구를 보면 만족감은 급격히 감소된다. 마치 착시현상처럼 우리는 자신의 처지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긴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다. 자족하는 법을 모르면 모든 강물이 다 바다로 흘러도 바다를 채우지 못함 같이 눈으로 보아도 족함이 없고 창고는 가득 차도 마음의 창고는 늘 빈 상태가 되어 욕망의 노예로 허덕이게 된다.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이 가지고 더 채워야 행복할 수 있다면 행복을 영원히 누릴 수 없다. 저 산 너머 또 너머 아무리 멀리가도 행복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삶이란 항상 위로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로 견주면 남는다고 했다. 행복은 상태이므로 과거나 미래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현재 상태에서 존재한다.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며 살되 현재를 비관하지 말자. 그럴수록 행복은 더 멀어질 테니까. 지금 그 자리에서 긍정하고 사랑하고 관용하고 감사하며 더 합리적인 태도를 취하며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다.

대서양에서 폭풍을 만난 배 한척이 오랫동안 표류했다. 물이 떨어져 갈증으로 죽어가던 선원들은 필사적으로 배를 수리하여 바람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큰 아마존 강 하구에 도착했다. 그러나 선원들은 절망했다. 지도상으로는 분명히 아마존 하구에 도착했대도 여전히 강 언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마침 배 한척이 지나가고 있었다. 선원들은 죽을힘을 다해 물을 좀 달라고 소리쳤다. 저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은 맑은 물 강 한가운데 있소. 물통을 내려 뜨기만 하시오” 선원들은 7만 평방킬로미터나 되는 강 하구에 있었기 때문에 강이 아니라 바다로 착각한 것이었다. “우리는 원하던 원치 않았던 세상의 바다에 있다. 스스로의 자리에서 행복을 떠서 마셔라”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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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종 2021-09-11 17:25:52
글 내용 좋으네요 행복은 내가 떠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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