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주상복합, 도시재생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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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주상복합, 도시재생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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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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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일의 도·시·공·감

구 포항역 위치에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한다. 높다 하는 기존의 초고층 아파트에 비해서도 두 배에 가까운, 무려 69층 높이이다. 10층 정도가 최고인 원도심 지역의 형상에 대격변이 일어나는 셈이다.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은 대도시, 그 중에서도 주로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이나 부산 해운대 같은 지역에나 등장하는 양식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런데 쇠락해가던 포항 원도심, 그것도 중심부에 등장하게 되었다니 지역으로서는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에 대한 전망에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가장 큰 기대는 줄어 만가는 도심부 인구를 크게 늘려줄 것이란 점이다. 게다가 구매력 수준도 높은 고소득 계층 위주로 입주할 것이 명백해서, 도심 상권에 이전과는 다른 큰 활력이 나타날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기존 도심부와는 너무도 이질적인 경관의 형성이나 바로 근처 홍등가의 처리 등이 당장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이 잘 활용해오던 그린웨이 중간에 갑자기 고층건물이 들어서게 되는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기대하던 재생 효과만 충분하게 나타나준다면야, 이 모든 우려들 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을 수 있다.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도시 안의 도시’ 현상 때문이다.

‘도시 안의 도시’ 현상이란 도시의 한 부분이 마치 별도의 도시인 것처럼 작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대기업이 건설한 ××몰, ××필드니 하는 대형 쇼핑몰들이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들 대형 쇼핑몰은 보통 도시에서 뚝 떨어진 외곽에 자리 잡곤 한다. 그렇지만 들어가 보면 쇼핑몰은 놀랍게도 도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잘 닦인 골목길과 길모퉁이는 물론, 아기자기한 가로등과 벤치가 소비자들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곳을 다정히 걸어가는 가족이나 연인의 모습을 보자면, 마치 지중해 인근의 한 도시 경관을 가져다 놓은 것 같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모든 것은 다 연출된 경관에 불과하다. 대기업이 인위적으로 디자인하고 배치한 상점들일 뿐인 것이다. 이처럼 쇼핑몰이 마치 하나의 도시인 양 디자인되어 실제 도시를 대체해가는 것, 이것이 전형적인 ‘도시 안의 도시’ 현상이다. 현실의 도심부는 버려지고, 연출된 도시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현상이다. 실제 도심 상권은 인적이 끊기고 공동화되어 가는데, 도시를 흉내 낸 쇼핑몰은 사람들로 넘쳐난다니, 정말 현대 도시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도시가 아닌 것이 도시를 대체하게 되는 현상이야 말로 도시재생 최대의 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상업에서만이 아니라 주거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 입지한다지만, 주변과는 소통도 교류도 하지 않고 마치 하나의 독립적인 도시처럼 작동하는 ‘그들만의 도시’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바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그런 사례들이다.

주상복합아파트는 하나의 독립된 도시와 같다. 그 안에는 필요한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다. 주상복합이 애초에 주거와 상업의 결합이다 보니, 그들의 생활 수준에 맞는 상점들은 기본적으로 아파트 내에 다 입지해 있기 마련이다. 어딜 가도 찾기 어려운 고급한 운동시설이나 휴게시설 등을 자체로 보유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굳이 골목길을 한참 걷거나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단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것만으로도 필요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지역에 위치하기만 할 뿐, 지역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주상복합아파트는 또한 굳게 닫힌 요새와 같다. 같은 동네에 있다 해도 결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인식된다. 외부인이 굳이 들어간다 해도 CCTV가 따라붙는 것은 물론, 관리자에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라는 질문을 어김없이 받기 마련이다. 보이지 않는 성벽으로 단단히 둘러싸인 도시 속의 요새나 다름없는 것이다. 동네가 서로 연결되고 활발히 소통하는 것을 도시재생이라고 한다면 일단 주상복합은 그와는 거리가 먼 대안이다.

초고층 건물이 원도심부에 들어선다는 것은 형식상으로는 환영할만한 변화이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형식이 들어선다 해도 내용이 결국은 지역과 결합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단지 스카이라인의 변화로 그칠 뿐, 실질적인 재생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결정된 사안이라 한다면 주상복합아파트의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후속 조치라도 다양하게 강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포항역사 부지는 중심성과 상징성을 모두 갖춘 지역의 가장 중요한 장소이다. 그런 장소를 소비하는 결정에 산고와 진통을 마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 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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