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여중생 집단폭행’사건 경찰이 키웠다
  • 이상호기자
포항 ‘여중생 집단폭행’사건 경찰이 키웠다
  • 이상호기자
  • 승인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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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남부署 “조건만남 사건 터진다” 3번 인지하고도 무대응
폭행 가담 가해 여중생도 조건만남 강요받은 피해자
여중생 부모 신고하러 남부署 찾았지만 미온적 대처
학부모 “한번만 차단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 분통
경북도민일보 보도로 알려진 ‘포항 여중생 조건만남 폭행사건’과 관련, 경찰의 사전 대응미흡으로 이 사건이 터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초동대처만 잘 했더라면 여중생 집단폭행만큼은 막을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의 가해 혐의를 받는 학생 중에는 가해행위 전에 조건만남(미성년자 성매매) 강요를 받은 피해자였던 것으로 본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피해 여학생과 학부모 등이 포항남부경찰서를 직접 찾아 신고를 했지만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에 실망해 발길을 돌렸고 경찰은 이번 사건이 터진다는 조짐을 3번이나 인지하고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조건만남 피해자 등 여러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발생한 여중생 조건만남 폭행사건에 가담한 가해 혐의를 받는 학생들 중 A양은 이 사건 전 조건만남 강요를 받은 피해자였다.

A양의 아버지는 A양이 조건만남을 강요받은 사실을 A양 휴대폰 채팅앱 등을 통해 정황을 확보했다. 이후 A양 아버지, A양, 조건만남을 요구 받은 다른 학생 B양 아버지 총 3명이 지난해 9~10월 포항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를 찾아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로부터 “신고를 위해서는 1층으로 가라”, “해바라기센터로 가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경찰의 이런 태도에 실망해 신고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후 B양의 경우는 하교 후 직접 경찰서를 찾아 신고를 하기도 했다.

이번 폭행사건이 터지기 전 경찰은 지난해 9~10월부터 미성년자 조건만남 강요 사실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피해자였던 A양은 조건만남을 다른 학생에게 요구하는 가해 학생으로 변했고 결국 이번 집단폭행사건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 A양 아버지, B양 아버지는 분노했다.

A양의 아버지는 “가해혐의자로 이번에 구속됐지만 지난해까지는 우리 딸도 조건만남을 강요받은 피해자였다. 신고를 위해 남부경찰서를 찾았지만 무성의한 태도에 실망해 경찰서를 빠져 나왔다”면서 “지난해 경찰서를 찾았을 때 경찰이 의지를 갖고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이번 사건을 사전에 막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경찰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공권력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았다”며 “언론에 터지고 나니 즉시 수사에 착수해 바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할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잘못한 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올해 초에 여성청소년과 경찰관들이 많이 교체돼 지난해 9~10월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만약 경찰이 1층으로 가라, 해바라기센터로 가라했다면 이 것은 절차에 따랐던 것으로 추정이 된다”면서 “지난해 9~10월이었으면 업무분장에 약간에 차이가 있었는데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은 여청과가 아닌 수사쪽에서 접수를 해야하고 해바라기센터에서 진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가해 혐의자로 바뀐 것은 맞긴 하지만 경찰은 수많은 사건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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