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막걸리의 큰 미소(微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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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막걸리의 큰 미소(微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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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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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막걸리가 대세다. 전국에서 제조되고 있는 막걸리 종류는 무려 1,500여종. 1949년부터 도수는 6~8% 정도로 엄격했으나, 이제는 4~15 도수까지 다양하다. 평균 도수는 6% 수준. 도수를 1~2도 낮추니 매출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소주와 위스키 등 주류 시장에서 불고 있는 저도주 바람에 전통주인 막걸리가 대세다. ‘대장금’에서 본 미각과 후각, 촉각이 모두 살아 있다는 게 가장 선호하는 이유요, 막걸리는 삼국시대 이후로 전해진 한국 전통술의 상징이다.

지방마다 원료 종류와 제조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쌀(찹쌀)과 메밀, 송이와 포도, 밤과 고구마, 두릎과 산수유, 오미자와 잣, 호박과 검은콩, 보리와 밀 등. 울릉도와 제주도 등 전국의 막걸리 지도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막걸리 품평회에서 82종의 인기 막걸리가 선보였다. 최근 들어 특히, 지역형 막걸리와 수제 맥주가 인기 절정이다. 옛날부터 막걸리와 탁주로 상징되던 농주(農酒)는 농부의 필수 술이라 재주와 회주로도 불린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천원대 부터 수만원대 까지 있을 정도다.

특히, 60~70년대에 쌀이 무척 귀하던 보릿고개 시절, 동네에서 가까운 양조장에 주전자를 들고 술 심부름하던 때. 호기심에 홀짝홀짝 마시다 어린 나이에 술 취해본 추억들. 할머니와 어머니가 몰래 누룩과 효소로 손수 만들어내던 수제형의 고향 막걸리. 이제 지역마다 특산물을 이용하여 속속 새로운 제품과 브랜드가 출시되어 가격과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당시에 맥주는 그야말로 신 주류문화의 상징이었다.

쌀이 무척 귀한 시절. 오죽하면 면사무소와 세무서, 심지어 파출소 순경까지 완장을 차고 나와 몰래 시골의 헛간과 장작더미를 파헤치며, 쌀 막걸리 단속까지 했을까? 제사나 생일, 소풍 때를 제외하곤 쌀밥이 무척 귀하던 시절이라 쌀 고두밥으로 막걸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유일한 친교의 사다리가 ‘막걸리’였던 셈이다. ‘어~이 친구야, 다음 장날에 한잔하게’ 약속을 하면, 희한하게도 5일 장터에서 만나 막걸리 한 사발 얼큰하게 하던 참 여유롭고 재미있는 풍류(風流)의 약속이 되던 시절이었다.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로 음주를 꼽는다. 실제로 미국에서 911테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같은 재해 상황이 닥친 이후 술 소비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혼술 등 유사한 소비 증가 양상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무려 약 70% 수준의 사람들이 그 전보다 술을 더 많이 찾고 있고 여성과 청소년의 술 소비량 또한 크게 증가했다. 왜냐하면, 외부 활동이 위축되면서 ‘홈술’과 ‘혼술’이 새로운 음주 트랜드로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 말부터는 TV와 VOD 같은 데이터방송과 IPTV 등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에서 술 관련 광고는 아예 볼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한국 청소년의 음주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그 영향이 연예인들의 과다한 술 광고에 기인한 이유다.

한국의 술 규제현황은 주종(酒鍾)에 따라 규제내용이 각각 다르다. 특히 막걸리의 경우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가 금지되었다가, 최근에야 전통주로 분류돼 맥주와 달리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 과일을 첨가하면 주세율이 5%에서 30% 수준으로 6배나 급등하는 구조이다. 모든 주류는 1972년부터 술병에도 술과 똑같은 세금이 부과되어, 술병의 차별화와 고급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역시 술 제조 방법도 국세청에 사전에 신고해야 하는 등의 규제 천국이다. 최근 주류정책 이슈는 옥외광고물에 대한 주류광고 금지, 수제 맥주의 통신판매 허용과 AI 주류자판기 허용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0년 만에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 맥주·막걸리 시장이 이제 고공행진을 위하여 꿈틀거리고 있다. 규제 완화로 가격경쟁력이 생긴 수제 맥주와 막걸리 업체들은 본격적인 시장 경쟁을 위해 앞다퉈 생산설비를 늘리거나 공격적인 마케팅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주요 주류 제조 스타트업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 이유는 주세법 개정으로 연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이 기대되는 주된 이유다.

주세법 개정에서 시작된 주류시장 ‘혁신’은 맥주뿐 아니라 전통주인 막걸리 산업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막걸리도 수량과 도수를 기반으로 한 종량세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라 기존보다 비싼 원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왜냐하면,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 맥주와 막걸리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막걸리만 해당) 등에서 유통채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곧 막걸리와 약주 판매 용기를 제한하는 규제가 완화된다. 국세청은 탁주나 양주의 판매용기 제한 용량을 ‘2ℓ 이하’에서 ‘5ℓ 이하’로 개정한다. ‘주류의 제조, 저장, 이동, 원료, 설비 및 수량 등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와 ‘주세사무처리규정’이 개정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농사철에는 막걸리 소비량은 크게 증가한다. 오죽하면, ‘막걸리 한 말을 들고 가지는 못해도 먹고 갈 수는 있다’고 하지 않는가? 필자도 ‘1인 1병 원칙’의 오랜 막걸리 애호가요, 막클럽 평생회원이다. 왜냐하면, 은근한 단맛과 감칠맛, 청량감이 있어 늘 얼큰하고 속이 후련하기 때문이다. 이제 통 큰 막걸리가 출시된다. 하 수상 시절에 들려오는 참 반가운 소식이다. ‘전봇대 규제’처럼, 규제는 때론 엄청난 독(毒)이요. 종종 ‘한약방의 감초’처럼 약(藥)이 되는 이유라면, 필자만의 착각인가? 무더운 여름철. 고향의 시원한 정자나무 아래서 친구들과 나누던 막걸리 한잔의 그리운 추억. 할머니의 거친 손맛에서 짙게 우러나오던 수제형의 자연산 고향막걸리가 더욱 생각나는 계절이다.

김영국 계명대 벤처창업학과 교수/경영학박사/Saxoph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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